파비오 비온디의 지휘로 만나는 1840년 개정버전의 <안나 볼레나> 강력한 전제왕권으로 40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잉글랜드를 통치했던 헨리 8세는 왕성한 식욕과 색욕으로도 많은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원래 형수였던 첫 부인과 이혼하기 위해 영국 성공회를 만들었고, 그 난리 끝에 결국 손에 넣었던 앤 볼린과의 재혼도 결국은 비극으로 끝나버렸다. 그의 둘째 부인이었던 앤 볼린과의 스캔들은 영화 ‘천일의 앤’이나 ‘천일의 스캔들’, 그리고 미드 ‘튜더스’ 등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바로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오페라에 담은 작품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도니체티의 <안나 볼레나>이다.

이른바 ‘여왕 3부작’의 가장 첫 작품인 이 오페라는 1830년 밀라노에서 초연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도니체티는 시대극 분야의 대가로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본 영상물은 2013년 9월 이탈리아 중부의 도시인 리에티에서 공개되었던 체사레 스카르톤의 전통적이고 사실적인 프로덕션을 담은 것으로, 1840년 라 스칼라 극장을 위한 개정버전을 사용한 점과 시대악기 연주 분야에서 큰 획을 그었던 파비오 비온디와 에우로파 갈란테가 반주를 맡은 점이 눈길을 끈다.

[보조자료]

- 로시니의 오페라들 중에서 <세비야의 이발사>, <라 체네렌톨라>, <도둑까치>,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등의 오페라 부파들이 워낙에 인기가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의 오페라 세리아들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그가 완성한 세리아들 중에서 <기욤 텔>, <세미라미데>, <탄크레디>, <이집트의 모세> 등은 최근 들어서 점차 연주 비중이 늘어가는 추세다. <세미라미데>의 리브레토는 볼테르의 희곡 ‘세미라미스’(Semiramis)를 가에타노 로시가 이탈리아어로 각색한 것이다. 초연은 1823년 베네치아 라 페니체극장에서 있었는데, 이는 로시니가 이탈리아에서 완성한 마지막 오페라이기도 하다.

- 고대의 바빌론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오페라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바빌론의 왕비 세미라미데는 신하 아수르와 내통해서 남편이자 왕인 니노(니누스)를 살해하고 권력을 잡는다. 세미라미데는 젊고 용감한 근위대장인 아르사체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아르사체는 공주 아체마를 사랑한다. 선왕 니노는 죽기 직전 자신의 억울한 죽음과 관련된 비밀을 사제 오로에에게 서신으로 남겼는데, 그 서신에 의해서 아무도 모르고 있었던 아르사체의 진짜 신분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점차 파국으로 치닫는다.

-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로시니 스페셜리스트로 손꼽히는 지휘자 겸 음악학자인 알베르토 체다는 1928년 밀라노에서 태어났다. 밀라노음악원에서 안토니오 보토와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를 사사했으며, 1956년 <세비야의 이발사>로 데뷔했다. 음악학자로서 비발디, 헨델, 도니체티, 벨리니 등의 여러 작품을 개정했으며, 특히 로시니에 대한 열정은 남달라서 필리 고세트와 더불어 로시니 오페라 전체에 대한 크리티컬 에디션을 편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