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괴기 역사극으로 재탄생한 헨델의 걸작 오페라
‘테살리아의 왕, 아드메토’는 헨델의 창작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무렵에 완성된 3막 오페라로, 18세기 전반기를 대표하는 오페라걸작으로 손꼽힌다. 1727년에 이 오페라의 초연무대는 당대 최고의 프리마돈나들인 프란체스카 쿠초니와 파우스티나 보르도니, 그리고 인기절정의 카스트라토였던 세네시노가 함께 참여함으로써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었다. 영화 ‘파니 핑크’로 잘 알려진 독일의 여류 영화감독 도리스 되리는 고대 그리스 테살리아의 왕 아드메토와 그를 둘러싼 두 여인 알체스테와 안티고나의 엇갈린 사랑을 다룬 이 오페라를 한편의 그로테스크한 일본 역사극으로 완전히 바꿔놓았다.
일본 전국시대 풍의 분장과 의상 외에도 일본색이 완연한 각종 무대장치들이 유효적절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일본의 전위무용가 타다시 엔도와 그의 동료들이 온몸으로 표현해내는 각종 동물들과 원귀들도 흥미롭다. 공포영화 ‘링’의 사다코를 연상케 하는 섬뜩한 모습으로 ‘질투’를 의인화시켜놓은 연출도 인상적이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헨델 극음악 스페셜리스트인 니콜라스 맥게간이 이 프로덕션의 높은 음악적 완성도를 보장해준다.
[보충자료]
- ‘아드메토’는 ‘라다미스토’, ‘줄리오 체사레’, ‘타메를라노’, ‘로델린다’, ‘알레산드로’와 더불어 헨델이 왕립 음악 아카데미를 위해 완성했던 일련의 오페라들인 이른바 ‘런던 오페라’ 시리즈에 속하는 작품이다. 고대 그리스의 비극 ‘알체스티스’의 내용을 토대로 아우렐리오 아우렐리와 오르텐시오 마우로가 완성한 리브레토를 사용하였다. 현재의 아내와 이뤄지지 못했던 첫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테살리의 왕 아드메토, 남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알체스테, 아드메토의 명령으로 지옥에서 알체스테를 구해오는 헤라클레스의 무용담, 첫 사랑을 만나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속이는 트로이의 공주 안티고나, 질투에 눈이 멀어 형 아드메토를 암살하고자 하는 트라시메데 등의 이야기가 복잡하게 뒤얽혀있으며, 여느 바로크 오페라들과 마찬가지로 우여곡절 끝에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 도리스 되리는 영화 ‘파니 핑크’를 비롯한 로맨틱 코미디물로 명성을 얻었던 독일의 여류 영화감독이다. 2001년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로 처음 오페라 연출에 입문한 이후, 컬러풀한 미장센을 강조한 개성적인 무대와 재기 넘치는 연출로 오페라 연출가로도 크게 호평을 받고 있다. 되리는 특히 극동의 전통문화에 대한 자신의 지대한 관심을 적극 반영했던 ‘투란도트’(2003년 베를린 슈타츠오퍼)와 ‘나비부인’(2005년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으로 센세이셔널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09년 괴팅겐 헨델 페스티벌을 통해 처음 공개된 이 ‘아드메토’ 역시 일본의 역사극을 방불케 하는 이국적인 연출로 큰 화제를 낳았으며, 이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의 리바이벌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