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6년에 초연된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는 내용적으로 이보다 30년 전에 완성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의 전편에 해당한다. 즉 알마비바 백작과 후에 백작 부인이 되는 로지나 사이의 연애과정과 이를 중재하는 이발사 피가로의 활약상을 다루었다. 피가로가 노래하는 쾌활한 카바티나 <나는 이 거리의 제일가는 이발사>나 로지나의 화려한 콜로라투라 카바티나 <방금 그 노랫소리> 등이 특히 유명하다. 본 영상물은 2008년 4월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극장에서 있었던 공연실황을 옮긴 것으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중견 저음가수들인 로베르토 프론탈리, 브루노 데 시모네, 조반니 푸를라네토가 각각 피가로, 바르톨로, 바실리오로 등장하는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젊은 벨칸토 테너 프란체스코 멜리의 알마비바백작과 이스라엘의 신성 리나트 샤함이 노래하는 로지나도 베테랑들의 열연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이 극장의 프로덕션 디렉터이자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중견 오페라연출가인 벱피 모라시의 전통적인 연출과 이 나라 오페라계를 흥분시키고 있는 젊은 지휘자 안토니노 폴랴니의 세련된 지휘도 준수하다.

< 보충자료 >

<세비야의 이발사>(Il barbiere di Siviglia)는 조아키노 로시니가 작곡한 2막의 오페라부파다. 프랑스 희곡 작가인 피에르 보마르셰의 동명희극(Le Barbier de Séville)을 기초로 체사레 스테르비니가 리브레토를 완성하였다. 1816년 2월 20일에 로마의 테아트로 아르젠티나에서 <알마비바, 또는 소용없는 예방책>라는 제목으로 초연되었다. 이보다 앞서 1786년에 완성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역시 보마르셰의 동일한 희곡에 기초한 로렌초 다 폰테의 리브레토에 곡을 붙인 것이다. 따라서 두 오페라의 내용은 연결된다.

- 이발사 피가로를 노래한 로베르토 프론탈리는 대서양 양안의 일급 오페라극장들을 누비는 이 시대 최고의 베르디 바리톤이다. 현재 거의 모든 베르디 오페라 배역들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데뷔초기만하더라도 벨리니나 로시니 등의 벨칸토 레퍼토리들도 능숙하게 다뤘었다. <세비야의 이발사>의 피가로는 현재도 그가 즐겨 노래하는 대표배역으로 라스칼라, 메트, 코벤트가든, 빈 슈타츠오퍼 등의 최고 극장들에서 이 배역으로 큰 환영을 받았다.

- 이스라엘 출신의 메조소프라노 리나트 샤함은 필라델피아 커티스음악원에서 음악교육을 받았다. 뉴욕시티오페라, 필라델피아 오페라 컴퍼니, 몬트리올 오페라 등을 거쳤고, 이후 유럽으로 진출하여 액상프로방스 페스티벌, 글라인드본, 베를린 슈타츠오퍼 등에도 출연하였다. 카르멘, 베르테르 중의 샬로테, 멜리상드, 케루비노, 체를리나, 로지나 등의 배역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