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이탈리아의 거장 알프레도 카셀라의 피아노 작품과 가곡을 만나게 되는 귀중한 음반이다. 피아니스트와 지휘자로도 활약했던 그는 초기에는 독일 로맨티시즘 전통을 계승하였으나, 후에는 이탈리아의 옛 음악을 반영한 작품을 발표했다. <스카를라티아나>는 그 대표적 예로, 스카를라티의 소나타에서 빌려온 선율을 이용해 작은 피아노 협주곡 형식의 아름다움을 창조했다. 브루노 카니노 등 이탈리아 최고의 연주자들이 참여하여 그의 전반적 음악경향을 조망할 수 있게 한 매력적 음반이다.
알프레도 카셀라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첼리스트였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였는데, 어린 카셀라는 어머니로부터 피아노 교육을 받았으며 파리 유학 후 이탈리아의 가장 중요한 피아니스트 중 한 사람이 되었다. 파리 유학 시절 가브리엘 포레에게 배웠던 그는 에네스쿠, 라벨과 동문수학했으며, 드뷔시, 스트라빈스키, 파야 등과 잘 알고 지냈다. 그리고 부조니, 말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과 연락을 유지할 정도로 넓은 인맥을 갖고 있었다.
음악에는 그가 파리에 머물면서 받은 영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드뷔시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환상적인 화음과 스트라빈스키로 소급되는 리듬 및 파격적인 관현악법, 그리고 탈고전적인 자유로운 형식은 당시 큰 충격과 함께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이탈리아적인 선율미가 가미되어 그의 음악은 하나로 규정하기가 어려운 ‘유럽의 음악’이었다. 이 음반은 이러한 카셀라의 특징을 보여준다. 피아노와 작은 관현악단을 위한 ‘스카를라티아나’는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하는 흑백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스카를라티의 음악을 아기자기한 살롱의 분위기로 바꾸어놓았다. 디누 리파티의 ‘고전풍의 피아노 콘체르티노’와 함께한다면 스트라빈스키의 리듬과 과감한 관현악법의 영향을 보여준다. 특히 바순의 멜로디는 ‘봄의 제전’의 첫 멜로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전쟁의 페이지’와 ‘소나티나’ 등 카셀라의 피아노를 위한 작품들도 흥미롭다. 드뷔시에서 더욱 발전한 대담한 화성과 알베르 루셀과 연결되는 남성적이고 규칙적인 리듬 등 카셀라는 자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현대적인 요소들을 피아노를 통해 실험하고 있다. 성악 작품들도 이러한 연장선에 있으며, 유쾌한 리듬에서 풀랑의 사교적인 특징도 발견된다.
이 음반에서 최고의 수훈자는 안토니오 발리스타이다. 지휘와 피아노 연주로 종횡무진 활약한 그는 이 앨범의 주인공이다. 그는 카셀라를 영웅으로 만들기보다는 가볍게 즐기는 쪽을 택했다. 무게 있지만 거리감을 만드는 것보다는 이 방법이 그의 이름을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음악적인 완성도로 보자면 20세기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피아니스트인 브루노 카니노에 빚을 지고 있는데 ‘스카를라티아나’에서 가벼우면서도 품위를 유지하고,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사뿐하다. 그의 반주로 ‘네 개의 로마네스크 풍의 이야기’를 부른 소프라노 알다 카이엘로의 품위 있고 깔끔한 음성도 훌륭하다.
- 월간 La Musica - 송주호
[ 수록곡 ]
1. Scaralattiana
2. Pupazzetti
3. Pagine Di Guerra
4. Sonatina Op.28 (11-13)
5. Canzone A Ballo Op.47
6. Cocktail`S Dance
7. Ninna Nanna Op.47
8. Quattro Favole Romanesche Di Trilussa (17-20)
9. Tre Canzoni Trecentesche (2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