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소위 ‘나폴리 오페라’가 전유럽을 휩쓸던 18세기 중반까지 유일하게 독자적인 오페라를 고집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부르봉 왕가가 다스린 프랑스 궁정이다. 왕실이 직접 오페라와 발레를 관장하면서 프랑스적인 공연양식을 지켜냈다. 그 중심에 있던 인물이 장 필립 라모다. 바흐, 헨델과 동시대인이었던 그의 오페라는 가수들의 오페라였던 나폴리 오페라에 비해서 지극히 장중하며 선율적인 우아함을 특징으로 한다.
라모의 대표작 <카스토르와 폴뤽스>는 서정 비극이란 장르로 불리지만 해피엔딩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쌍둥이 별자리의 유래를 다루고 있는데, 신화에서는 두 형제가 쌍둥이인 반면 오페라에서는 아버지가 다른 형제로 나온다. 여기에 두 형제가 모두 사랑하는 텔라이르라는 연인이 등장한다. 본 영상물은 2008년 1월 네덜란드 오페라 최신 실황이다. 이미 라모의 <조로아스터>에서 손발을 맞추었던 연출가 피에르 아우디와 지휘자 크리스토프 루세가 다시 결합했다. 미니멀리즘의 아름다운 무대와 고아한 의상은 루세가 리드하는 고품격 음악의 호흡과 완벽하게 어울린다.
[보충자료]
[1막]
스파르타인들이 그들의 지도자 카스토르의 죽음을 슬퍼한다. 이곳에 그의 연인이었던 텔라이르가 등장하여 슬퍼하는데, 마침 원수를 죽이고 아버지가 다른 형의 원수를 갚은 폴뤽스가 나타나 형이 살아있는 동안 꺼내지 못했던 텔라이르에 대한 사랑을 호소한다. 그러나 텔라이르는 이를 거부하면서 오히려 폴뤽스더러 그의 아버지 쥐피테르에게 부탁하여 카스토르를 다시 살려내도록 하라고 요구한다.
[2막] 쥐피테르는 아들의 부탁을 받자 천상의 기쁨을 보여주며 그를 말리지만 폴뤽스의 의지가 너무 강하다. 그래서 저승에 카스토르 대신 폴뤽스가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그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3막] 폴뤽스를 사랑하는 페베가 지옥문 앞에서 폴뤽스를 말리지만 그는 기어코 지옥문을 통과한다.
[4막] 형제가 저승에서 재회한다. 카스토르는 동생의 대신 머무르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텔라이르를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딱 하루만 지상에 머무르고 다시 돌아와 폴뤽스를 돌려보내겠다고 말한다.
[5막] 지상에서 텔라이르와 카스토르가 감격적으로 재회한다. 그러나 텔라이르는 그가 하루밖에 머물 수 없다는 말에 절망하여 그렇게 되면 폴뤽스가 또 그녀에게 사랑을 요구할 것이라는 말까지 하며 애원하지만 카스토르는 듣지 않는다. 쥐피테르가 텔라이르의 사랑과 형제애에 감동하여 카스토르와 폴뤽스를 모두 살리기로 한다. 이어서 쥐피테르는 하늘에서 영원한 기쁨을 주는 별들 사이에 두 형제와 텔라이르까지 끼워주겠다고 약속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