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기의 시공을 넘나드는 ‘타임머신 바람둥이’로 변신한 돈 죠반니

이 공연을 보면서 처음 얼마동안 연출이 신기하다고 생각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점점 기이한 느낌을 받게 된다.

무대 분위기가 바뀌고, 출연 가수들의 의상과 헤어스타일이 바뀌고, 액팅에도 일정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연출자 로베르토 데 시모네가 주인공 돈 죠반니를 ‘수세기의 시공을 뛰어넘어 염문을 뿌리고 다니는 인물’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16세기부터 19세기 후반까지의 유럽 사회의 단면이 이 오페라 한 편에 구현되고 있다.
1999년 빈의 테아테어 안 데어 빈(theater an der wien) 실황. 그러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은 빈 슈타츠오퍼 팀이고, 가수진용도 당시 이미 중견으로 지금은 세계 최고 반열에 올라있는 카를로스 알바레즈(돈 죠반니), 아드리아네 피촌카(돈나 안나), 안나 카테리나 안토나치(돈나 엘비라), 안젤리카 키르히슐라거(체를리나), 일데브란도 다르칸젤로(레포렐로), 미하엘 샤데(돈 오타비오)들이다. 또한 ‘제왕’ 리카르도 무티가 강력한 카리스마로 물샐틈없는 연주를 펼치면서 로베르토 데 시모네와 함께 이탈리아 풍이 대폭 보강된 모차르트 오페라를 구현했다.

[ 보조자료 ]
○ 모차르트의 오페라는 크게 <후궁 탈출>, <마술 피리> 같은 독일어 오페라와 <피가로의 결혼>, <돈 죠반니>, <코지 판 투테> 등 이탈리아어 오페라로 구별되는데 이중 작품성을 더 인정받는 것은 이탈리아 오페라이다. 또한 언어적인 특징과 더불어 음악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에 입각하고 있다. 전설적인 호색한의 얘기를 다룬 <돈 죠반니>는 빈에서 작곡되어 체코의 프라하에서 모차르트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으며 희극적인 요소와 무겁고 교훈적인 내용이 혼재하는 독특한 작품이다. 그래서 오페라 부파나 오페라 세리아가 아닌 드라마 지아코소(drama giacoso)로 불리기도 한다.

○ 이 공연의 지휘를 맡은 당시 라 스칼라의 수장 리카르도 무티(최근 사임)와 역시 이탈리아 출신의 연출가 로베르토 데 시모네는 빈 슈타츠오퍼에서 다 폰테의 대본에 의한 모차르트의 이탈리아 오페라 모두를 공연한 바 있다. 모차르트 오페라의 이탈리아 스타일을 이해한 빈 슈타츠오퍼의 혜안이다. 특히 이 <돈 죠반니>는 프로덕션뿐 아니라 출연 가수들도 절찬을 받아 라 스칼라와 라벤나 페스티벌에 고스란히 초대되기도 했다.

○ 밀로스 포먼의 영화 <아마데우스>에도 묘사되었듯이 <돈 죠반니>는 대중적인 면모가 강하다. 따라서 로베르토 데 시모네와 제작진은 공연장을 빈 슈타츠오퍼 대신 테아테어 안 데어 빈으로 잡았다. 이 극장은 모차르트의 절친한 친구였던 에마누엘 쉬카네더가 만든 서민적 공연장이다. 대신 무티의 지휘는 무척 엄격하고 이 오페라가 담고 있는 다면적 성격이 드러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