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신비로움 대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

1915년에 태어나 1997년에 세상을 떠난 리히터는 전제적인 정권 치하에서도 뚜렷히 자기만의 족적을 기록해 간 피아니스트였다. 단정한 바흐의 음률로부터 호화로운 리스트에 다다르기까지 그의 레퍼토리는 광대하고도 심오한 것이었다. 프로코피에프의 ‘전쟁 소나타’와 고잔과 낭만을 가로지르는 슈베르트의 소나타에 능통한 연주자가 바로 리히터였다. 그러나, 그가 공산주의 치하의 모스크바를 떠나지 않았음은 무엇을 의미했던가. 그에게 러시아는 무엇이었던가. 이 필름의 덕목은 피아니스트로서의 리히터와 치열한 삶을 살아 간 인간 리히터의 모습을 모두 놓치지 않고 조명한 점에 있다.

리히터 자신의 음성으로 인도되는 이 필름은 그가 남긴 다채로운 연주회의 영상과 인터뷰, 그리고 지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구체화된다. 아마존 사이트 리뷰의 찬사에 값하는, 클래식 애호가들을 위한 불가결한 한편의 ‘시대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