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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에 이어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출시된 레벨3는
펜오디오의 견실한 미니 모니터 라인업의 화룡정점에 서있다
펜오디오에서 카라/카리스마가 출시되었을 때 국내/외에서 왜 그토록 많은 호평이 이어졌는지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몇 해가 지난 후 언뜻 들어본 펜오디오의 여러 모델들은 왜 이렇게 펜오디오라는 메이커를 늦게야 알게 되었는지 억울할 정도로 디자인과 설계, 사운드 모두에서 엄청난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AE1, 토템 모델원 등을 잇는 참신하고 개성 넘치는 미니 모니터는 이제 더 이상 현대 오디오 씬에서 사라지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대부분의 메이커들은 북쉘프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커다란 캐비닛에 대형기 뺨치는 규모의 북쉘프들을 앞 다투어 출시하고 있었다. 이러한 와중에 핀란드에서 날아온 레벨2는 신선하기에 그지없었다. 그리고 이제 레벨2에 이어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레벨2 의 두 번째 시즌이라고 할 수 있는 레벨3가 출시되기에 이르렀다.
펜오디오는 카라/카리스마 외에 세레나데, 사라 또는 플래그쉽 신포니아 등에 이르기까지 수천만원대 하이엔드 스피커도 제작하지만 레벨3처럼 작은 미니 모니터 제작에도 일가견이 있다. 사실 카라/카리스마 같은 경우도 애초에 카리스마라는 북쉘프에 베이스 모듈인 카라가 결합되면서 비로소 풀레인지급 플로어스탠딩으로 완성되는 모델이다. 여기에 지난번에 필자가 리뷰한 센야까지 합하면 카리스마 - 레벨 - 센야로 이루어지는 펜오디오의 견실한 미니 모니터 라인업이 갖춰진다.
시어스 드라이버를 비롯 WBT 바인딩 포스트, 스웨덴 요르마 와이어링 등 레벨3는 최고급 소재로 완성되었다
8옴 85dB 의 저음압이며 3차 크로스오퍼 네트워크, 베이스 리플렉스 타입의 고성능 북쉘프다
레벨3 는 펜오디오의 엔트리급 북쉘프지만 설립자인 새미 펜틸라(Sami Penttila)의 완벽주의를 증명하듯 그 어떤 부분에 있어서도 소홀함이 없으며 플래그쉽 스피커와 비교해도 일관된 고품질의 만듦새를 보여준다. 기본적인 설계를 살펴보아도 그것은 금세 증명된다. 2웨이 베이스 리플렉스형으로 설계된 레벨3는 모든 펜오디오가 그렇듯 노르웨이 시어스(Seas) 의 0.8인치 텍스타일 돔 트위터를 채용하고 있으며 엑셀 모터 시스템을 탑재한 4.75인치 신형 미드 베이스 우퍼가 사용되었다. 공칭 임피던스 8옴에 85dB 의 음압을 갖는 것으로 파악되며 크로스오버 포인트는 3차 크로스오버를 적용해 사이즈에 비하면 약간 높은 4.5kHz에서 형성시켰다. 베이스 리플렉스 타입이며 후면에 포트가 설치되어 있는데 포트의 재질이 알루미늄으로 처리되어 있는 점도 특별하다. 여기에 굉장히 뛰어난 접속력을 자랑하는 최고급 WBT 바인딩 포스트를 사용했다. 내부 배선은 다른 펜오디오와 마찬가지로 핀란드에 위치한 펜오디오와 밀접한 거리에 있는 스웨덴의 요르마(Jorma)에서 제작한 고순도 동선을 사용함으로써 유닛을 포함 레벨3는 높은 퀄리티를 보장하는 재료들로 무장하고 있다.

내부에 투입된 재료들만이 아니다. 펜오디오의 사운드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중에 캐비닛을 절대 빼 놓을 수 없다. 레벨3는 전면에 금속 철망을 부착하게끔 되어 있지만 실재 음악 감상 중에는 필히 제거하는 것이 좋다. 단순히 유닛 보호를 위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제거하면 전면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레벨3 전체 캐비닛은 모두 손수 핸드메이드로 정성 들여 만들어지는 수공예 가구라고 할 만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16mm 최고급 적층 자작나무를 사용해 만들어진 인클로져는 부피에 비해 아주 가벼우면서 동시에 굉장히 뛰어난 강도를 가지고 있기에 스피커 캐비닛 재료로서는 아주 뛰어난 특성을 지닌다. 핀란드의 자연환경으로부터 받은 펜오디오의 가장 큰 수혜라고 할 수 있다.

인클로져 형태를 보면 모든 펜오디오 스피커들이 그렇듯 전면은 좁게 디자인하고 그에 비해 뒤로 길게 늘어뜨려 전면보다 옆면의 면적이 더 넓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은 대체적으로 미국의 전통적인 스피커들, 예를 들면 대구경 우퍼로 승부했던 JBL, 알텍 류의 고전적인 스피커 메이커에서 시도했던 캐비닛 디자인과는 정 반대편에 서있는 디자인이며 당연히 추구하고자 하는 사운드 철학도 반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넓은 공간에서 압도하는 음량과 음압을 가지며 헤비하고 슬램한, 즉 양적인 포만감을 높인 스피커 디자인이 JBL 이라면 펜오디오 같은 경우 양적인 저역과 높은 음압에서 오는 포만감은 덜하지만 대신 입체적이고 정교한 스테이징을 구사하며 중,고역 해상력과 디테일에 강점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설계 철학을 가지는 메이커의 경우 대게 플로어스탠딩을 사이드 우퍼 시스템으로 가지고 가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이것은 그냥 전면 면적을 줄여 공간 배치를 여유롭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펜오디오의 대표 펜틸라는 마치 마크 레빈슨처럼 스스로가 악기 연주자이며 수없이 많은 소리의 표정들, 예를 들어 밸런스, 음색, 화성 등에 대한 음감에 굉장히 예민한 사람으로 알려져있다. 이를 위해 캐비닛은 물론 내부 재료까지도 수없이 많은 청감 테스트를 시행해 최종적으로 결정한 후에 제작에 들어가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기본적으로 굉장히 테크니컬한 과학적 검증 시스템을 거치지만 이와 아울러 인간의 음감과 음악적 감수성이라는 요소에도 소홀하지 않는 설계 프로세스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재 펜오디오의 스피커와 악기와의 비교 청취 실험도 있었다고 하니 펜오디오의 사운드 퀄리티를 단순한 개인적 취향 이외의 이유로 비판하기란 왠만해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실재로 개인적 취향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힘들 정도로 이 사이즈에서 낼 수 있는 최고의 사운드를 재생해준다.

대게 이만한 사이즈의 스피커를 맞이하며 드는 생각은 대부분 냉소적일 수 있다. 이정도 사이즈에서 좋은 소리를 내봐야 얼마나 좋을 수 있겠느냐는 것인데, 일단 물리적인 사이즈의 한계로 인해 양감과 저역 재생 대역의 한계는 어쩔 수 없다. 레벨3도 고역은 25kHz 로서 무리없이 소화하지만 저역의 경우는 50Hz 로 깊은 저역까지 소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리스닝 룸의 사이즈와 공간 특성에만 맞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크기의 스피커를 30평대 이상 아파트의 거실에서 메인 스피커로 운용하려고 구입할 사람은 애초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음하면서 이러한 저역 제한은 이 스피커의 많은 다른 장점들에 의해 거의 묻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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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상과 밸런스, 음정 표현 등을 테스트하기 위해 가볍게 보컬 곡을 들어본다.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이 리메이크한 신중현의 ‘꽃잎’을 들어보면 보컬 음상은 살짝 위쪽에 위치하며 무대 정중앙에 또렷하게 위치한다. 마치 맑게 갠 가을밤 추석 보름달을 보는 듯 한 느낌이다. 청음실에 디프렉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핀포인트 포커싱과 정확한 음상이 맺히는 것은 경험상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동일한 청음실에서 이정도로 핀포인트 포커싱과 홀로그래픽 음장을 펼쳐준 스피커는 아직 없었다. 사이즈가 작다고 해서 음장도 작고 무대가 좁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러한 포커싱과 음장으로 유명한 토템 모델원을 압도하는 성능이다. 좌, 우 밸런스도 한 치의 오차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청초한 웅산의 보컬 음색에 있어서도 약간의 컬러링과 함께 아주 네츄럴한 테스쳐를 맛볼 수 있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 사운드트랙에서의 메인 테마는 레벨3의 음색을 알아보는 데 주효했다. 30인조의 모호 바로크 앙상블이 연주하는 메인 테마곡에서 바흐 풍의 실내악 레코딩은 펜오디오 레벨3가 추구하는 음색의 아름다움이 극치에 다다랐다. 바이올린 사운드는 귀가 시릴 듯 청감을 자극하며 활의 보잉이 빛나는 듯하다. 바이올린을 켜는 연주자가 직접 눈앞에 있는 듯 굉장히 사실적이며 입체적인 소릴 펼쳐낸다. 대게 이정도 크기의 고성능 스피커들이 음장 재현과 포커싱 능력은 뛰어나지만 상대적으로 음색에 있어서는 조금 차갑거나 메마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레벨3의 경우 기음 위주의 정교하게 재단된 사운드가 아니라 하모닉스, 즉 배음이 자연스럽게 펼쳐져 자연스러운 홀 톤을 만들어낸다. 많은 고성능 모니터들이 만들어내는 지극히 계산된 정교하고 분석적인 사운드가 아니라 아주 편안하게 음악에 몰입하게 만드는 타입이다. 스테이징과 포커싱 그리고 음색, 이 모두를 아우르는 현대 스피커로서는 독보적이라고 판단된다.
영국의 BBC 계열 모니터의 고역, 또는 에소타 같은 트위터의 고역과 상당 부분 다른 시어스와 독자적인 기술, 제조 공법, 그리고 이를 재료로 한 펜오디오의 튜닝 능력이 만들어낸 성과라고 생각된다. 또렷하게 일방적인 방향의 방사 패턴을 가지고 스윗 스팟에서만 본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면 어느 곳에서 듣더라고 거의 유사한 음색과 음장을 경험할 수 있다. 흡사 360도로 음표를 뿌리는 무지향성 스피커를 보는 듯하다. 또한 레벨3는 음색에 있어 고역의 광채가 눈부시며 동시에 중역대의 옹골찬 밀도감이 돋보인다. 예를 들어 카르미뇰라의 비발디 협주곡을 들어보면 이러한 특징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펜오디오는 에소타 같은 값비싼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고도 캐비닛과 네트워크 튜닝만으로 얼마나 고급스럽고 세밀한 표현력을 가진 고역대 사운드를 얻을 수 있는지 몸소 증명해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드밥 계열의 트럼본 플레이어 커티스 풀러의 ‘Blues-ette' 중 ’Five spot after dark'를 들어본다. 재즈, 특히 하드밥, 포스트밥 재즈의 경우 유독 변칙적인 임프로바이제이션이나 급격한 화음의 변화와 그로 인한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화성, 하모닉스를 동반한다. 또한 대부분 원 테이크로 진행되는 라이브 녹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녹음 당시 현장음의 재현이라는 꽤 이루기 어려운 레코딩 사운드의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레벨3로 당겨본 커티스 풀러의 트럼본은 지하 재즈 클럽에서 담배 연기를 듬뿍 먹은 듯 공간을 꽉 채우며 곡을 리드한다. 그 사이 베이스, 드럼 등 리듬 파트와의 인터플레이가 만들어내는 순간순간의 급격한 다이내믹스의 변화 그리고 화음의 변화와 불규칙적인 어택, 서스테인, 하모닉스가 교차한다. 레벨3는 이러한 순간적이고 변화무쌍한 리듬과 화성 등의 변화를 민첩하게 잡아낸다. 순간 피아노 간주에서는 또 갑자기 전체 화각을 좁혀 피아노에 포커싱을 맞춘다. 마치 한 편의 흑백 재즈 라이브 필름이 파노라마처럼 교차하며 지나가는 듯 한 느낌이다. 웬만큼 정교하고 스테이징과 다이내믹스에 자신 있는 플로어스탠딩이 아니면 비교하기 힘든 북쉘프 스피커의 최대 장점이 축약되어 나타나고 있다.

왜곡 없이 퓨어(Pure)한 고역과 중, 저역 에 핀포인트 포커싱, 홀로그래픽 음장이
공존하는 양수겸장의 북쉘프가 바로 레벨3다
레벨3는 가장 순수하고 리얼한 악기 그 자체의 사운드를 스피커에서 재생시키기 위해 수많은 캐비닛을 디자인하고 부수고를 반복한 결과 탄생한 미니 모니터의 보석 같은 모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사실 스피커를 더 크게 만들고 더 큰 베이스 우퍼를 탑재해 높은 음압의 플로어스탠딩을 만드는 것이 이러한 목적에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며 음압도 높게 설정해 구동 자체도 더욱 수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사이즈에 이처럼 왜곡 없이 퓨어(Pure)한 고역과 이정도 수준의 중, 저역 퀄리티를 얻기란 굉장히 어려운 설계, 제작 과정을 동반한다. 이를 위해 8옴 85dB 라는 꽤 낮음 음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레벨3는 어떠한 타협도 없이(85dB가 타협이라면 타협이지만) 이 작지만 놀라운 성능의 북쉘프를 완성해 세상에 내놓았다. 그 결과 핀포인트 포커싱과 함께 사이즈를 의심하게 만드는 넓은 스테이징과 황홀한 레이어링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북쉘프가 탄생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계통의 스피커들이 절대 동시에 갖추지 못하는 특성, 즉 딱딱하거나 메마른 음색 특성을 아닌 풍성하고 보들 보들한 중,고역과 굉장히 네츄럴한 하모닉스를 동반한 코히어런스와 뮤지컬리티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펜오디오의 실험정신과 튜닝 노하우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Specifications:
Type: 2-way, reflex loaded, stand mounted Drive units: 20mm textile dome tweeter, ferrofluid cooled,
4.75” (120mm) special treated paper coned midrange bass
Cross-over: 4500Hz
Frequency range: anechoic response ±3db 55-28000Hz, in room response 50-25000Hz
Sensitivity: 85dB / 1m / 2.83V
Nominal impedance: 8 ohms
Dimensions (w x h x d): 140 x 240 x 285 mm, 5.5 x 9.4 x 11in
Weight: 5kg, (13 lb)
CONTACT : 샘에너지
http://www.saemenerg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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