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펜오디오 신포니에타 전경
꽤 오래 전에 레벨 2 스피커를 접한 이후 펜오디오는 필자의 시야 밖에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 웹진의 필자인 김홍장 씨의 어깨 너머로 신작 북셸프 모델인 센야를 시청하면서 그 동안 펜오디오의 실력이 일취월장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하여 수입사에 요청하여 동사의 플로어형 모델인 신포니에타의 이모저모를 자세하게 살펴볼 기회가 생겼다.
주지하는 대로 펜오디오는 아마추어 뮤지션이자 프로페셔널 엔지니어인 사미 펜틸라가 1999년 설립한 핀란드의 스피커 메이커이다. 동사는 수작업으로 합판을 단단하게 쌓아올리는 방식, 즉 적층공법으로 제작한 견고한 인클로저로 유명하다. 이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동사의 제품은 한편으로는 목재 특유의 온화하면서도 섬세한 음색을 연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 스피커 설계에서 극력 배격하는, 통 울림 같은 캐비닛에 의한 컬러레이션의 발생을 저감하고, 중량감과 안정감, 명료함과 견고함 등이 깔끔한 조화를 이룬 음향 윤곽과 몸체를 실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말 그럴까? 지금까지 접해 본 2웨이 북셸프 모델에서 그런 면모를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꽤 오래 전에 시청한 레벨 2, 그리고 얼마 전에 시청한 센야가 들려주는 음향은 동사가 추구하는 음향 철학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 주었던 것이다. 이들 스피커는 불필요한 울림이나 혼탁함은 터럭 하나라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한 결연함이 느껴지는 정연한 음향을 들려주었다. 견고하고 명료한 음향 윤곽과 청명한 공간감, 그리고 중량감과 그윽함이 적절한 균형을 이룬 저음을 토대로 하여 떠오르는 정갈한 음향 이미지가 바로 펜오디오가 추구하는 음향이다.
이만 하면 펜오디오에 대한 평가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법하다. 하지만 최종 평가를 내리는 데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스피커 브랜드의 실력은 2웨이가 아니라 3웨이 이상의 플로어형 기종에서 확인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시청한 플로어형 모델인 신포니에타는 펜오디오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데 적합한 제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사는 보도 자료에서 최신작인 2웨이 북셸프 모델 센야의 진화형으로 신포니에타를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잠시 동사 홈페이지의 내용을 인용해 보면, “예술과 기술이 함께 (음악) 감상을 새로운 차원으로 가져다 줄 것입니다. 이 스피커는 라이브 연주의 실재감, 깊이, 그리고 친밀성을 단순성과 스타일을 불러일으키는 캐비닛 속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신포니에타는 펜오디오 고유의 개성을 전달해 주며, ‘사각 형태’의 디자인에서 나오는, 균형감과 자연스러운 음향을 얻을 수 있음을 증명해 줄 것입니다.”

펜오디오 신포니에타 - 측방향
신포니에타에서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일반적인 플로어형 스피커와는 시각을 달리하는 독특한 캐비닛이다. 정통 캐비닛 설계의 관점으로 보면, 신포니에타의 인클로저는 기형적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 듯한데, 그 이유는 배플의 전면 폭이 180mm 밖에 되지 않는 데 비하여, 깊이가 557mm, 그리고 높이가 1095mm에 달하기 때문이다. 음향을 방사하는 전면 폭은 좁은 반면에, 음향 이미지의 심도와 저음의 깊이를 결정하는 안길이를 대단히 깊게 하는 독특한 설계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동사의 북셸프 모델과 비교해 보면, 센야의 배플 폭은 165mm이고, 카리스마는 140mm이다. 바로 이런 측면 때문에 신포니에타를 톨보이형 스피커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안길이가 557mm에 이른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신포니에타는 통상적인 톨보이 스피커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스피커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다음으로 드라이브 유닛을 살펴보면, 신포니에타는 조금 복잡한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29mm 구경의 돔 트위터와 145mm 구경의 미드/우퍼 2개를 메인 드라이브 유닛으로 장착하고 있으며, 그 외에 캐비닛 안쪽 면에 260mm 구경의 우퍼를 탑재하고 있다. 그리고 인클로저의 내압을 배출하는 작은 덕트를 미드/우퍼 밑에 설치해 두고 있다. 참고로 이 스피커의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85Hz, 200Hz, 그리고 4400Hz로 설정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신포니아는 3.5웨이 저음반사형 스피커로 규정하면 좋을 것이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은 이들 드라이브 유닛이 어떤 주파수 대역을 담당하는가 하는 점인데, 이상의 수치를 기준으로 하면, 260mm 우퍼로는 85Hz까지, 145mm 미드/우퍼 2개 중 한 개로는 85Hz에서 200Hz, 그리고 다른 한 개로는 200Hz에서 4400Hz, 마지막으로 4400Hz 이상의 고역은 트위터에게 맡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금 독특한 방식의 주파수 분할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리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 방식이다. 서브우퍼, 우퍼, 미드레인지, 트위터의 순서로 각 대역의 음향을 쌓아올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되기 때문이다. 조금 쉽게 말하면, 2웨이 북셸프 모델에 우퍼를 한 개 더 추가하고, 여기에 서브우퍼를 덧붙인 형식으로 보면 되는 것이다.

펜오디오 신포니에타 접근
왜 이렇게 할까? 이런 방식에서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 또한 그리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는데, 이 스피커는 특정 대역을 특정 드라이브 유닛에 온전히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드라이브 유닛들을 분할하고 중첩하여 초저역, 저역, 중저역, 중역, 중고역, 그리고 고역을 구동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분절과 중첩 전략을 동시에 구사함으로써, 한편으로는 명료도가 높은 음향을 이끌어 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첩 효과를 통하여 각 대역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건 또 무슨 말일까? 거두절미하고 말해 보면, 신포니에타는 기본 콘셉트로 2웨이 북셸프 모델이 보여 주는, 아담한 규모의 음향 무대와 명료한 음상을 주축으로 하되, 여기에 85Hz 이하의 초저역을 커버하는 서브우퍼를 추가하여 음향 자체에 중량감과 안정감을 연출하고, 145mm 우퍼 한 개로는 85Hz에서 200Hz에 이르는 중저역을 담당하게 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신포니에타에서 음악의 표정을 결정하는 유닛은 145mm 미드레인지라고 보면 된다. 음악 표현의 중심 대역의 주파수를 분할하지 않고, 미드레인지 유닛 하나에 맡김으로써 음향의 일체감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여기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포니에타는 어떤 음향을 들려주는가? 먼저 이번 시청 작업에는 mbl의 C31 SACD 플레이어, 6010D 프리앰프와 9008A 파워 앰프, 그리고 스테레오사운드의 레퍼런스 스피커 케이블을 연결한 시스템을 레퍼런스로 사용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신포니에타는 일반적인 플로어형 스피커와는 ― 또는 톨보이형 스피커와는 ― 시각을 달리하는 독특한 음향 조형 방식을 들려준다는 점부터 지적해 두고 싶다.
음악 표현의 중심 대역― 400Hz에서 2.5kHz까지의 대역 ―에서는 스케일이 그리 크지 않고, 거의 이음매가 느껴지지 않는, 깔끔하면서도 절도가 살아 있는 음향을 전면에 부각하면서, 여기에 안길이가 아주 깊은 캐비닛이 연출하는, 농도가 짙으면서도 견고한 저역, 그리고 음향 전체를 감싸는 은은한 초저역을 삼삼하게 배합해 내는 음향을 이끌어 내는 스피커가 신포니에타인 것이다. 정교함과 절도가 살아 있는 소담스러운 음악 표현, 그리고 여기에 음향의 골격을 제대로 제시하는 우퍼, 그리고 음향이 울려 퍼지는 공간에 은은하게 스며드는 초저역을 레드 카펫처럼 깔아 놓는 음향을 들려주는 스피커인 것이다.

mbl C31 & 6010D & 9008A
이처럼 독특한 음향은 가장 먼저 시청한 다비드 프라이가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앨범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신포니에타는 프라이 특유의 섬세하게 변화하는 색채 그러데이션과 미세하게 변화하는 다이내믹을 사뿐한 어조로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 음반 재생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15인치 이상의 유닛을 장착한 플로어형 스피커에서 좀처럼 얻기 힘든, 벨벳을 만지는 듯한 보드라운 감촉의 텍스추어였다. 미음(美音)이지만, 섬세한 감촉이 살아 있는 음색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실내악에서는 어떤 모습을, 그리고 편성이 큰 음악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 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고른 음악은 필자가 오리지널 LP에서 24비트/192kHz 포맷으로 리마스터링한, 카를 뮌힝거가 지휘하는 바흐의 <푸가의 기법>(데카) 중에서 바이올린과 첼로가 2중주로 연주하는 캐논이었다. 여기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음악의 스케일과 다이내믹을 불필요하게 과장하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소극적으로도 흐르지 않고 음악의 심부에 집중하는 명료한 표현력이었다. 절제미를 부각하면서도, 서브우퍼가 만들어 내는 은은한 분위기로 음악을 아늑하게 연출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다음으로 시청한 음악은 세이지 오자와 보스턴 심포니를 지휘한 버르토크의 <현악기, 타악기, 첼레스타를 위한 음악>(DG). 이 녹음은 오디오 시스템의 해상도와 심도, 그리고 과도특성을 파악하는 데 더할 수 없이 좋은 소스인데, 이번 시청 결과에 점수를 준다면 85점 정도를 주고 싶다. 우선 장점부터 언급하면, 순간순간 필요한 강력한 다이내믹을 이끌어 내는 순발력, 투명한 공간감, 그리고 적절한 심도 표현에는 90점 이상을 주어도 무방할 듯싶은데, 음향 윤곽의 예리함이 조금 부족한 것이 ― 상황을 정리하면, 스피커 세팅과 시스템 매칭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했는데 ― 필자의 마음에 차지 않았다.
지금까지 펜오디오에서 내 놓은 독특한 개념의 플로어형 스피커 신포니에타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결론을 내리면, 신포니에타는 북셸프 스피커가 만들어 내는 명료함과 섬세함을 기축으로 하되, 여기에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장대한 음향 무대와 광활한 공간감을 부지불식간에 결합해 내는 독특한 스피커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안길이가 대단히 깊고, 견고한 캐비닛이 만들어 내는 그윽한 저음과 자연스러운 심도 표현은 이 스피커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바로 이들 특성이 이른바 톨보이형 스피커의 셋업과 튜닝에서 애호가들이 가장 고초를 겪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펜오디오의 신포니에타는 음악 표현의 명료함과 앰비언스의 자연스러운 통합을 추구하는 플로어형 스피커 설계의 최신 동향을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 스피커라는 생각이 든다. 바로 이것이 최신 플로어형 스피커가 가고자 하는 새로운 목적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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