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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산호섬의 여명을 밝히는 80와트 - 아톨 IN80se
 번호 : 572 | ID : FineAV | 글쓴이 : FineAV | 조회 : 4965 | 추천 : 141 | 작성일 : 2015-02-27




2013년 즈음 당시 아톨(Atoll)을 처음 만난 나는 마침 샘플기기를 대여 받아 테스트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에 오라릭, 노스스타 디자인, 심오디오 등 여러 DAC 들이 함께 테스트되고 있었고 루민 같은 네트워크 플레이어도 실험대에 올라 있었다. 또한 코드 DAC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볼 때 아톨이라는 브랜드에서 새롭게 출시한 DAC-200 이라는 DAC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유려한 곡선미와 예쁘고 심플한 폰트, 그리고 예전에 즐겼던 프렌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아톨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로고는 왠지 모르게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사실 리뷰를 작성할 때, 더군다나 그것이 디지털 장비일 경우 독보적인 기술과 다양한 기능은 여러 가지 이슈과 글감으로 변신하며 그것은 다른 것들보다 그 기기를 우월하게 비춰지기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톨은 독보적이거나 다양한 기능 그 무엇도 해당 사항이 없었다. 그러나 소리를 들어보고는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무엇보다 아톨 DAC-200 은 다른 유명 메이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성능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저렴했다. 그 이외에 무엇이 더 필요한가? 더 뛰어난 성능과 사운드의 DAC은 많았지만 현실적으로 이 가격대의 제품을 구입한다면 다른 유명 모델이 아닌 DAC-200 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번 리뷰는 DAC 가 아니라 IN80SE 라는 이름의 아톨의 인티앰프에 대한 것이다. 프랑스어로 환상(環狀) 산호초’라는 의미를 지닌 아톨은 그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 100% 순수 프랑스 제조사다. 1997년 스테판 듀뷔렐과 엠마누엘 듀뷔렐이라는 형제에 의해 아톨 일렉트로닉스는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하이엔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기기들을 개발해내는 것을 목표로 출발했다. 프랑스의 YBA, 오디오에어로 등의 메이커도 마찬가지지만 프랑스 내에서 아톨을 꽤 성공한 축에 속하는 메이커로 승승장구했다. 오랜 역사 속에서도 절대 중국 OEM 등의 방식으로 타협하지 않았고 최근 여러 하이엔드 메이커처럼 자국 또는 중국 등지의 거대 자본에 무릎 꿇지도 않은 채 수십 년을 앰프와 소스기기 제작에 매진해왔다. 또한 2천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는 DSP 프로세서를 채용해 돌비, DTS 로부터 서라운드 음향 라이센스를 취득, AV 프로세서까지 출시하는 등 꾸준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



아톨의 앰프 라인업, 그 중에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라인업을 살펴 보면 IN30se, IN50se, IN80se, IN100se 등 총 네 개 모델이 출시되어 있다. 그 중 IN80se 는 플래그십 IN100se의 바로 아래 모델로 8옴에 80와트, 4옴에 120와트의 중출력 인티앰프라고 할 수 있다. 최초 발매한 IN80 에 리모트 콘트롤을 도입하고 파워앰프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바이패스 입력을 추가, 그리고 MKP 커패시터 등을 사용하는 등 외관 디자인에서부터 내부 소자 업그레이드를 통해 최종적으로 환골탈태한 모델이 바로 IN80se 이다.




처음 박스를 열고 앰프를 꺼내 스파이더 오디오 랙 위에 놓으니 단단한 느낌의 패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섀시와 보드 등 거의 모든 제조 공정이 프랑스 자국 내에 위치한 브헤쎄(Brecey)에 위치한 공장에서 이루어지며 최종적으로 여러 테스트 과정을 거쳐 완성하는 아톨의 첫 인상은 심플함과 속이 꽉 찬 듯한 당돌함이다. 요즘 대량 생산되는 하이파이 기기들처럼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단단한 알루미늄 패널과 상판을 채우고 있는 유선형의 통풍구 등은 독특한 분위기의 프랑스산임을 증명하고 있다.




전면엔 중앙의 제법 손맛이 느껴지며 돌아가는 커다란 볼륨이 위치하며 우측으로 소스 셀렉터, 스탠바이 버튼 및 헤드폰 출력단 등이 마련되어 있다. 후면을 보면 우측을 전원 인렛 외에 총 네 개의 RCA 라인 입력 단자가 마련되어 있으며 요즘 기기에서는 보기 힘든 테잎 입/출력단이 배치되어 있다. 그 옆으로는 AV 리시버와 연동해 인티앰프에 연결된 스피커를 AV 프론트로 사용할 때 유용한 바이패스 입력단이 보인다. 또한 요긴해 보이는 것은 별도의 파워앰프를 매칭해 사용한다던가 또는 바이앰핑이나 액티브 서브우퍼와의 연결에 유용하게끔 무려 두 조의 프리 아웃 단자가 마련되어 있다. 참고로 아나로그 입력단에는 필요에 따라 포노 스테이지, 디지털 보드 등을 옵션으로 구입해 장착할 수도 있다고 한다.




내부를 보면 YBA, 익스포져, 미리어드 또는 과거 뮤지컬 피델리티 등을 연상시키는 아주 심플한 설계 패턴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의 설계 철학대로 크지 않은 금액에 누구나 하이엔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데 한 쪽에 330VA 용량의 제법 커다란 토로이달 트랜스가 위치하며 그 옆으로는 정류단과 출력단이 채널별로 분리되어 설계되어 있다. 전원부를 통해 전원을 공급 받은 후부터는 완전한 좌/우 듀얼 모노 구조로 신호를 처리하고 있는 모습이며 신호 경로 또한 가장 짧게 유지하기 위한 설계가 돋보인다. 볼륨은 ALPS 전동 볼륨을 채용한 것이 확인되며 눈에 띄는 커다란 MKP 커패시터를 중심으로 디스크리트 방식으로 설계해 한정된 공간에서 가장 심플하면서도 높은 음질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설계했음을 알 수 있다. 출력석은 따스하고 풍성한 사운드와 촉촉하고 윤기 있는 음색으로 이른바 뮤지컬리티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MosFet 출력석을 사용했다.




아톨 청음은 B&W 801 스피커와 캠브리지 DAC Magic Plus, 코드 DAC 64 등을 활용해 진행했다. IN80se 의 후면 스피커 터미널은 정교하게 가공되어 있어 말굽 또는 바나나 단자 등과 결속력이 뛰어났다. 밸런스드 XLR 입력이 있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현재 모든 기기를 버슨오디오의 AB160 이라는 일종의 버퍼앰프에 입력시킨 후 출력시키는 방식이어서 어차피 RCA 단자만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볼륨과 셀렉터 등 모든 기능은 기다란 모양의 아톨 전용 리모컨으로 제어가 가능했다. PS Audio AC-12, 반덴헐 인터케이블 외 어쿠스틱 젠 Satori 스피커 케이블 등을 활용했고 PC 에 담긴 여러 무손실 음원으로 재생하며 테스트했음을 밝힌다.

전통적인 아날로그 증폭 방식에 커다란 토로이달 트랜스 등으로 꽤 따끈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 시간 이상 켜놓아도 미지근하지도 않을 정도로 열에 대한 부담은 적은 편이다. 참고로 바닥면의 네 개 고무발이 너무 낮은 편이니 최근 여러 메이커에서 출시되는 진동 제어용 인슐레이터를 사용하면 더 좋은 성능으로 보답할 것이다.






카산드라 윌슨의 ‘Another Country', 아이유의 ‘한낮의 꿈’을 들어보면 아톨 인티앰프의 그 화사한 고역과 맑은 중역대가 기분 좋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기본적으로 아톨은 밝고 화사한 음정을 가지고 있으며 고역도 활짝 열려 있어 외향적인 성격의 앰프임을 낱낱이 드러낸다.





피아노 트리오 Colin Vallon 의 [Le Vent] 레코딩에서는 피아노 타건의 따스한 울림이 느껴지며 은은하게 퍼져가는 하모닉스가 느껴진다. 점진적으로 강해지는 타건의 힘과 컨트라스트가 뚜렷하지만 절대 강한 힘으로 포워딩하게 표현하는 타입은 아니다. 따스하고 깨끗하면서도 중역대의 달콤함이 느껴져 편안하게 꿈결로 안내하는 듯하다. 잘게 부서지는 리듬이 순발력 있게 피아노를 백업한다. 마치 새벽이슬을 머금은 듯 맑고 청아한 울림이 공간을 메운다. 그러나 적당히 맑을 뿐 표백시키지는 않는다.





팻 메스니 유니티 그룹의 [KIN] 중 ‘Rise up’에서는 잠시 초창기 에어(Ayre)의 K-3/V-3 조합에서 느껴졌던 홀톤과 졸깃한 다이내믹스가 느껴져 놀라웠다. 기름기가 쪽 빠져 아주 탄력적이며 단단하게 단련된 날렵한 몸매를 보는 듯 빠르면서 탄탄한 양수겸장의 면모를 과시한다. 따라서 빠른 비트의 핑거링과 손뼉 치는 소리가 겹치며 탄력적으로 전진하는 곡의 진행이 돋보인다. 기타 사운드는 상쾌하며 열려 있는 편으로 밝고 경쾌한 느낌이다. 따스한 음결이지만 무대는 전/후 깊이가 깊고 뎁스가 뛰어난 편이다. 힘의 강, 약 조절은 아주 크게 골격을 드러내기보다는 유연하게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완급 조절을 보인다. 중간 기타 솔로에선 홀연히 허공에 두둥실 떠오는 기타를 목격할 수도 있다. 요컨대 팽팽한 표현력과 우아한 홀톤 등으로 표현되는 팻 메스니 연주는 확실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버나드 하이팅크(Bernard Haitink)가 지휘하고 LSO가 연주한 브루크너의 9번 고향곡 중 ‘Scherzo' 는 오디오 테스트시 자주 듣던 [Tutti] 버전과 달리 느린 속도로 스멀스멀 무대를 잠식해나가며 진중하고 비장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IN80se는 바닥을 흔드는 저역을 보여주는 레퍼런스급 앰프는 아니며 그러한 궁극의 대전류, 광대역 앰프와는 설계 컨셉 자체가 다르다. 이 앰프의 매력은 대게 MosFet 채용의 AB 클래스 또는 A클래스 앰프들이 그렇듯 따스하고 촉촉한 음색을 지녔다. 그러나 빠르고 치고 달리는 듯 한 성급함이 아니라 마치 하이팅크 지휘의 브루크너 9번처럼 깊은 뎁스와 스테이징에 미세한 디테일과 탄력적인 다이내믹스를 새겨 넣어 음악을 듣는 내내 집중력과 끈기 있는 재생음을 들려주었다. 얇은 섀시에 엄청난 전원부 등을 자랑하지 않지만 설계의 묘미인지 저역 하강 능력이나 제동력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났다. 다만 매시브하게 밀어붙이는 헤비한 저역이 아니며 그렇다고 힘없이 풀어지는 것도 아니다. 상당히 단단하게 조여진 저역으로 양감보다는 질적으로 우수한 팽팽한 저역 표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801 스피커를 어르고 달랬다.





수십, 수 백년 동안 바다 속 지반의 융기와 퇴적으로 만들어진 산호섬(Atoll)은 산호초의 침적과 동식물의 번식으로 지상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모양과 구조를 갖는다. 비상식적인 자연활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산호섬은 그러나 엄청난 천해의 자연환경으로 휴양지의 대표적인 명소로 사랑받는다. 아톨의 디자인은 그 이름처럼 산호섬의 그것을 닮은 로고 디자인 등기계적인 느낌보다는 자연적인 맛을 담아내고 있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끝없이 펼쳐진 해변, 그리고 코코넛 나무들이 옹기종기 자라난 풍경 옆으로는 아름다운 리조트가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IN80se 로 듣는 음악은 하나같이 여유롭고 편안한 휴양지로서의 산호섬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전자제품이다’라고 외치며 기계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는 일반적인 디자인과 점점 더 비슷해져만 가는 컨슈머 사이에서 육지와 완전히 떨어진 산호섬의 자연을 닮은 만듦새는 에스닉한 스타일마저 풍기며 시선을 잡아끈다. 그리고 그 안에 내재된 퍼포먼스는 미국 중심의 하이엔드와는 다른 차원의 High Definition을 정의하고 있다. 오염되지 않은 휴양지 산호섬, 자연 상태 그대로의 80와트 어쿠스틱 사운드가 여명을 밝히며 넘실댄다.


Specification


RMS Power Wrms/channel/8 Ω 80 W
RMS Power Wrms/channel/4 Ω 120 W
Pulse power 150 W
Power (VA) 330
Total Capacitance (uF) 30000
Number of entries 4 + 1 monitor
Input impedance (kΩ) 47
Sensitivity (mV) 100
Rise time (ĩS) 2.5
Bandwidth 5 Hz – 100 kHz
Output Level (0dB) -
SNR (dB) 100
Natural aluminum finish optional
Phono optional
Dimension 440x90x270
Weight 8 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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