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8월 17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있었던 공연 실황을 담은 음반이다. 지휘는 그저 음악을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겸손해했던 거장 카일베르트는 이날 연주회에서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끌고 자신의 장기였던 브루크너 교향곡 9번과 슈베르트 <로자문데> 서곡, 그리고 <화가 마티스>와 함께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20세기 레퍼터리로 꼽았던 베르크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주었다. 스스로 대단히 만족했으며 또 청중으로부터도 열화 같은 찬사를 받았던 이 전설적인 공연을 최초로 오리지널 테이프로 제작한 양호한 음질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풍부한 현악 파트와 크리스티안 페라스의 바이올린 연주도 잊을 수 없는 감흥을 준다.
루돌프 켐페와 함께 가장 독일적인 사운드를 구현하는 지휘자로 꼽히는 카일베르트의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이 테스타먼트에서 발매되었다. 함께 수록된 베르크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슈베르트의 로자문데 서곡은 1960년 8월 17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실황을 고스란히 수록한 흔적이다. 이 실황은 ORF 방송국의 음원을 주로 발굴했던 오르페오 레이블에서 올 10월에 이미 출시한 음원과 같은 연주이지만, 테스타먼트의 이번 실황은 베를린 필의 아카이브의 마스터 테입을 리마스터링 했기 때문에 음질이 월등하다.
카일베르트의 브루크너 음원 자체가 귀한 만큼 이번 베를린 필과의 실황은 큰 기대를 안겨준다. 특히 함부르크 국립 오케스트라와의 전설적인 명연(Spectrum, 1956)이 재발매되어 두 음반의 절대적인 비교가 불가피하다. 녹음일자가 4년이나 빠르지만 함부르크와의 녹음이 스테레오라는 점은 분명한 강점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전개부 중반의 총주에서 각 악기군의 모습이 섬세하게 포착된 점이 그러하다. 다만 베를린 필과의 녹음에서 응집되는 에너지의 용량이 포화상태에서 거대하게 움직이는 점이나 종결부에 이르기 직전 마치 푸르트뱅글러가 살아 돌아온 것처럼 느껴지는 아첼레란도의 운용은 베를린 필만이 보여 줄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일 것이다. 2악장에서 카일베르트는 통제력을 잃은 전폭기처럼 악단을 함부로 운용하지 않는다. 엄격하게 분절을 지켜가며 완벽하게 통제된 음향을 선보이는데 다만 함부르크의 화력이 베를린에 비해 기능적인 부분에서 확연히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3악장의 장엄한 종교성은 함부르크쪽이 좀 더 우위에 있다. 베를린의 기능성이 발군이긴 하지만 함부르크 오케스트라에 투사된 잿빛 음영과 2주제를 관통하는 영속성은 피안으로 향하는 브루크너의 심리에 좀 더 맞닿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페라스와 협연한 베르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불꽃같은 운궁으로 알마의 딸 마농의 영전을 삼켜 버릴 것처럼 이글거린다. 베르크가 표기한 하모닉스 지시를 빈번하게 어기고 12음렬에 기록된 낭만성의 흔적을 추종하는 독특하고 컬트적인 연주이다.
- 월간 La Musica - 노태헌
[ 수록곡 ]
DISC 1
1. Rosamunde Overture, D.644 (Franz Schubert)
2. Violin Concerto 'To The Memory Of An Angel' (2-3) (Alban Berg)
DISC 2
1. Symphony No.9 In D Minor (1-3) (Anton Bruckn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