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필의 솔로 첼리스트, 콴트의 재능이 밝혀진다! 베를린 필 2명의 수석 솔로 연주자 중 1명인 콴트, `베를린 필 칸마 조리스텐`과 `베를린 필의 12며의 첼리스트` 멤버로서도 활약하고 있으며 그 실력은 매니아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앨범에서는 헝가리의 근현대곡이 주도하게 배치되어, 그 엄격함, 짙은 노래, 격정이 적절히 섞인 절묘한 기교로 표현되어 있다.
연주: 루드비히 콴트(첼로), 마쿠스 벡커(피아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솔로 첼리스트로 있는 루트비히 크반트의 첼로 독주 앨범이다. 아르투르 트뢰스터와 자라 넬소바, 모리스 장드롱, 보리스 페르가멘슈코프, 지크프리트 팔름 등 그가 사사한 스승의 리스트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특히 자타가 공인하는 전설적인 20세기 최고의 현대음악 첼리스트인 지크프리트 팔름에게 배웠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리게티와 쿠르탁의 작품을 수록한 것은 그로부터 전수받은 현대적인 감각의 발로일 것이다. 하지만 수록곡 전체를 놓고 보자면 ‘헝가리의 20세기 첼로 음악’이라는 부제를 붙이면 어울릴 것이다. 크반트는 졸탄 코다이로부터 시작하여 리게티와 쿠르탁을 거쳐 미클로슈 로자에 이르는 20세기 헝가리의 유산을 훑는다.
첫 곡인 코다이의 ‘첼로 독주를 위한 소나타’는 여러 명반과 함께 수많은 녹음이 존재하는 필수 레퍼토리로서, 20세기 헝가리를 이야기하는 데에서 빠질 수 없는 곡이다. 사실 이러한 작품일수록 연주자는 기존의 해석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오히려 크반트는 자신의 스타일을 더욱 잘 드러내는 기회로 삼는다. 급하지 않고 깊은 곳에서 끌어 올리는 첫 화음에서부터 그가 이 곡을 바라보는 시각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의 연주는 매우 여유 있어 보이지만 실재 연주시간은 빠른 편에 속한다! 마치 마법에 걸려든 것 같다. 매트 하이모비츠(DG)나 양원신(Avie)에 비해 화성적인 효과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이러한 점에서 나탈리 클라인(Hyperion)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러한 특징으로 풍부한 음향과 두터운 저음이 큰 인상을 남기지만, 반대로 1악장에서 클라이막스에서 극적인 폭발을 자제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에 3악장은 과감한 상승을 꾀하면서 귀를 즐겁게 한다.
리게티의 ‘첼로 독주를 위한 소나타’ 역시 흥미로운 연주이다. 이 작품은 현대성과 낭만성, 그리고 헝가리 민속성에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데, 하이모비츠(DG)와 비스펠베이의 첫 녹음(Channel)이 현대성에, 비스펠베이의 두 번째 녹음(Onyx)이 낭만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크반트의 연주는 낭만성에 민속성을 가미했다. 그 결과, 리게티가 이 곡의 1악장(1948)을 작곡했던 동기, 즉 대학에서 첼로를 공부했던 한 여학생에 대한 애틋한 짝사랑의 감정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매우 빠른 2악장(1953)은 코다이의 곡에서도 들려주었던, 음정 하나하나를 즈려밟는 여유로움이 발휘되며 그 안에 담긴 멜로디와 그 낭만성, 그리고 화성적인 현대성을 전달한다.
현대음악 팬이라면 쿠르탁의 ‘다섯 개의 작품’에 더욱 관심이 모아질 것이다. 현대적이면서도 명상적인 음향공간에서 희미한 별빛과 같이 운동하는 음정들은 쿠르탁의 정신세계와 맞닿아 있다. 무반주 독주다보니, 헝가리의 민속음악에서 사용하는 음계를 기반으로 하는 쿠르탁의 특징이 더욱 표면에 드러난다. 크반트의 연주는 저음의 공명을 활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특징이 효과적으로 나타난다. 지극히 고요한 ‘그림자’ 악장에서 더욱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음악의 긴 터널을 지나면 다시 코다이의 ‘첼로 소나타’로 빠져나온다. 이 작품은 피아노의 활약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마르쿠스 베커의 리드는 매우 자연스러우며 크반트의 첼로와 조화롭게 배합된다. 마지막 곡은 미클로슈 로자(음반에는 ‘R?sza’로 되어있는데, ‘R?zsa’의 오기이다.)의 ‘첼로 독주를 위한 광시곡 풍의 토카타’이다. 로자는 영화 ‘벤허’의 작곡가로서 영화음악계의 정상급 작곡가로 명성을 떨쳤다. 그의 클래식 작품은 버르토크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1979년 작품으로 리게티의 ‘소나타’ 2악장과 많은 유사점이 있다. 크반트는 어쩌면 이러한 유사점을 드러내는 것을 의도했을지도 모른다. 호흡과 아티큘레이션을 유사하게 적용하면서 리게티가 연상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 월간 La Musica - 송주호
[ 수록곡 ]
1. Sonate Fur Kalrinette Und Klavier F-Moll Op.120 No.1 (1-4) (Johannes Brahms)
2. Sonate Fur Klarinette Und Klavier Op.84 (5-7) (Hans Ga)
3. Sonate Fur Klarinette Und Klavier Es-Dur Op.1020 No.2 (8-10) (Johannes Brahm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