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리시버의 선택이 중요한가?
오디오파일(Audiophile)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숙제처럼 내려오는 것이 있습니다. 오디오기기를 마련할 때 비중을 어떻게 둘 것인가인데,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스피커에 50%정도의 비중을 두어야한다고 말합니다. Hifi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스피커의 중요성은 상당히 큰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른 의견, 즉 최초의 소스를 구동시키는 플레이어의 비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AV에서는 어떨까요?
물론 여전히 스피커의 중요성에 무게를 두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짧은 AV 체험을 통해 얻은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스피커의 선택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리시버의 선택이라는 것이지요. 실제로 일반 음악감상과는 달리 찢어지는 고함소리와 총소리, 또는 심한 저역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AV에서 편안한 청음을 위한다면 당연히 리시버의 선택 역시 신중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한편을 감상하거나 콘서트 실황을 보고난 뒤 귀가 상당히 피곤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더욱 그러하겠지요. 결국 좋은 리시버를 선택하는 것 선택 역시 스피커만큼이나 AV 시스템의 음질이나 환경의 개선을 위해서 중요한 결정이라는 것입니다.
2. 그렇다면?
저는 아캄 DIVA AVR 200을 사용하기 전까지는 데논 AVR-1802를 사용했습니다. 데논 리시버의 특성이 모나지 않게 전대역에 걸쳐 고르게 표현하는 것에 있다는 사용자들의 평가를 듣고 선택한 것이지요. 그리고 현재 60만원 초반대에 형성된 데논 1802의 가격을 고려해보면 가격대비 성능면에서도 초보 입문자의 입장을 상당히 고려하고 있는 리시버라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용하는 시간이 많아질 수록, 오디오파일에서 전향(?)한 AV초보라서인지 사운드에 대한 불만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AV에서 보여주는 성능을 Hifi에서도 보여주기를 기대한 것이죠. 그래서 인터넷, 그리고 주변의 지인들을 자문을 구해보았으만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이 AV로 Hifi를 만족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대부분의 AV 사용자들의 고민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저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티앰프와 데논 1802를 처분하고 DIVA AVR 200으로 가겠다는 결정을 내리게되었는데, 그 이유는 DIVA AVR 200사용자들의 한결같은 결론이 음질면에서 탁월하다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결정은 어느 정도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80%정도는 성공한 듯 합니다.
3. DIVA AVR 200의 음질
분명 기존의 리시버와 차이는 확실합니다. 특히 시디를 재생할 때 표현되는 그 탁월한 사운드는 다른 리시버들이 흉내조차 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선명하다. 깨끗하다."로 표현될 수 있는 DIVA AVR 200의 특징은 특히 피아노, 기타, 바이올린 소리의 재생에서 그 특성을 여실히 드러내줍니다. 피아노는 물방울처럼 튕겨오르며, 바이올린은 우아함이 극을 달리고, 기타는 긴 여음까지 청명합니다. DIVA AVR 200은 통통튀는 앙증맞은 아이같다가도 성숙한 여인같은 느낌을 주는 리시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서처럼 60만원대의 리시버에서 140만원대의 리시버로 업그레이드를 하면 성능의 차이가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음질면에서 차이는 가격을 대비하더라도 극과 극을 보여준다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더구나 이번 서울 오디오페어에서 동사의 DVD Player인 DIVA DV 88과 매칭된 사운드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DV 88에 머라이어 캐리의 시디를 걸어놓고 시연하고 있는 상태라서 DV 88의 화질에 대해서는 뭐라 평가할 수는 없었지만 두 기기의 매칭에서 사운드 재생만큼은 어지간한 인티앰프가 부럽지 않을 정도의 음질을 보여주었습니다. 근처에 KEF에서 출품한 2,000만원대의 스피커가 그 화려함을 드러내고 있었으나 저의 관심은 온통 이 두 기기가 들려주는 사운드에 집중되어 그 앞을 떠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DIVA 끼리의 셋팅에서 머라이어 캐리가 다시 태어났다는 느낌이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원래 머라이어 캐리의 음색이 아름다운 것이었으나 그녀의 특징을 다른 기기들이 못살려주었던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데논 리시버의 중요한 특징으로 거론되었던 돌비 프로로직 2기능은 제가 동급의 데논 리시버를 사용해보지 않아서 비교하기는 곤란하지만 Arcam DIVA AVR 200에서 그 성능의 극치를 보여주고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저의 경우 데논 1802에서 기대한 만큼 조금은 못미쳤던 돌비 프로로직2 기능에 대한 아쉬움이 DIVA AVR 200에 와서 거의 완벽하게 해소된 느낌입니다. 1802을 들을 때 고역에서 다소 메마른 느낌을 받았다면 DIVA AVR 200이 내게 준 것은 너무나 따스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4. DIVA AVR 200에서 아쉬운 점
DIVA AVR 200은 149만원의 가격대에서 보여줄 만한 기본적인 기능은 충실합니다. SACD를 지원하는 5.1입력단자의 구비,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 등...
그러나 다음의 몇 가지는 좀더 나은 DIVA 시리즈의 탄생을 위해서라도 지적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첫째는 전체적인 음량이 낮은 편입니다. 출력이 70W라고 하는 점이 일반 가정에서 스피커를 구동하기에 부족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영화 감상시 좀더 박력있는 사운드를 듣기에는 부족한 듯 했습니다. 이부분은 메탈계열의 음악을 들을 때에도 나타나는 현상으로 전체적으로 사운드가 남성스럽지 않고 섬세하며 부드러운 여성상에 가깝다는 것인데, 사용자에 따라서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부분은 아래 김기석님이 지적한 것처럼 볼륨을 높여서 들으면 해결되기는 합니다만, 동급리시버와 비교했을 때 기본적인 출력이 낮다는 점은 역시 단점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듯 합니다.
둘째는 동급의 리시버에서 채택되고 있는 DTS-ES와 DD-EX와 같은 6.1채널 지원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다행히 6.1채널의 필요성을 아직은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으므로 DIVA AVR 200으로 결정했지만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사용자들에게는 상당히 아쉬운 점으로 부각될 듯 싶습니다. 아마도 Arcam에서 6.1 채널을 지원하게 된다면 더 많은 사용자층을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셋째는 대부분 리모콘으로 조절하므로 그리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리시버 본체에 달려있는 볼륨단자의 뻑뻑할 정도의 무거움, 그리고 실제 사용에 있어서 그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Bass와 Treble 조절 단자의 디자인 부분입니다. 직접 실물을 보시면 느끼게 되겠지만 이 두 조절 단자는 저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상당히 거슬리는 부분이었습니다.
5. 저의 결론
다음 사항에 해당되면 DIVA AVR 200으로 업그레이드를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1) 리시버 하나로 AV와 Hifi를 병행하고 싶다.
2) 복잡한 조작보다는 간편함을 추구한다.
3) 영화보는 시간보다 음악 듣는 시간이 많다.
4) 모차르트의 21번과 23번 2악장, 그리고 쇼팽의 피아노곡을 좋아한다.
5) 뉴에이지를 즐겨 듣는다.
6) 현재 애매모호한 구성의 인티앰프와 리시버를 가지고 있다.
다음 사항에 해당되면 다른 리시버를 선택하기 바랍니다.
1) 리시버의 출력은 생명이다. 역시 박력있는 리시버가 최고.
2) 찰랑거리는 음질보다는 묵직한 저음이 좋다.
3) 락을 주로 듣는다.
4) 음악 감상보다는 전쟁 영화보기를 즐겨한다.
5) 음질면에서 와호장룡보다 글래디에이터가 좋다.
6) 반드시 6.1 채널이 필요하다.
그럼 늘 행복한 AV를 즐기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