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동중인 55es

얼마전에 잘 아는 형님 집에서 555es로 타이틀을 감상한 적이 있는데 소니의 리시버를 실물로 본건 그때가 처음입니다. 유명한 828이나 요즘 나오는 845, 아직도 중고로 인기가 있는 8es 등은 모두 사진으로만 봤습니다. 555es를 실물로 보고 그 예쁘장한 푸른 빛의 램프와 미려한 디자인에 반해서 역시 모양새는 소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55es는 현재 용산등지에서 140만원 가량에 팔리고 있는 555es의 이전 모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디자인도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패널을 연 모습

액정 패널 밑에는 버튼이 감춰진 여닫이 문이 있습니다. 이걸 열면 각종 설정을 할 수 있는 버튼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패널이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어서 그런지 제법 묵직해 보이며 실제로도 중량감이 있습니다. 가까이서 들어보면 다른 앰프들은 트랜스가 있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기 마련인데 그에 비해 무게배분이 비교적 고르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15kg 이상의 중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리저리 옮기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버튼의 감촉은 가격대에 걸맞게 좋은 편이며 조작에 따라 점등되거나 소등되는 형형색색(?)의 램프들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그에 비하면 데논등 다른 메이커 제품의 외형은 조금 투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면 입출력 단자

55es는 외형만큼이나 아기자기한 기능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리모콘이 학습형이 아닌것을 제외하면 다양한 설정이 가능한 55es가 타사 앰프보다 제 취향에 맞았습니다.

몇 가지 기능을 간추려면 보면 첫째로 채널별 이퀼라이저 기능입니다. 이퀼라이저라고 해서 전 주파수 대역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그런 개념은 아니며 다른 앰프의 BASS, TREBLE 스위치와 유사한 개념입니다. 일반적으로는 BASS와 TREBLE 스위치를 조절하면 전 채널에 적용되기 마련인데 55es는 각 채널별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프론트와 리어, 센터를 다른 모델로 사용하는 점을 감안할 때 제법 유용한 기능인 것 같습니다. 또한 고음,중음,저음의 주파수 대역을 설정할 수 있으므로 일반적인 BASS, TREBLE 조절기능 보다는 훨씬 진보한 시스템입니다. 관련된 또다른 기능으로는 BASS BOOSTER 버튼이 있는데 이걸 누르면 800hz 이하의 주파수가 6db 강조되어 출력됩니다.

그외에 다양한 음장모드가 있습니다. 각 음장은 다양한 설정을 할 수 있고 새로운 음장을 만들어서 등록할 수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시간관계상 직접적인 효과를 체험할 정도로 다양한 시도는 못했지만 리어 스피커를 사이드,미들,비하인드로 설정할 수 있고 리어의 높이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리어가 완전히 옆에 있거나 완전히 뒤에 둘 경우 360도 공간감을 얻기가 힘든데 일반 가정에서 생길수 밖에 없는 배치의 약점을 보완하는 기능으로 생각됩니다.

재미삼아 다양한 음장모드를 선택해 보았지만 영화에 집중 하다 보면 금새 잊어버려서 뭐가 어떻더라는 말은 못하겠네요. 또 기억력이 나빠서 그 다양한 음장들에 대한 특징을 기억하지도 못하고요..

패널 중간에는 푸른색 램프가 있는데 멀티채널 소스가 들어오면(DD/DTS등) 자동으로 점등됩니다. 밤에 불 꺼놓고 보면 이 빛깔이 참 예쁩니다.

한 가지 불만은 유니버셜 리모콘인데 현재 소니 845 리시버에 탑재되고 있는 것과 같은 리모콘입니다. 학습이 안될뿐 아니라 특정 기능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뚜껑을 열고 닫아야 해서 상당히 불편했습니다. 음장이나 소스를 선택하기 위해선 조그스위치를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번거롭기도 합니다. 저같이 성질 급한 사람은 그렇게 좋은 리모콘이라고는 못하겠더군요. 845에 이 리모콘이 포함된 건 환영 할 만한 일이지만 140만원 가량의 가격대를 형성했던 제품이 학습형 리모콘이 아니라는 건 조금 실망스러운 부분입니다.

아무튼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기능에 있어서는 소니제품의 색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경쟁품이었던 데논 3300이나 온쿄 777과 비교해서 뭐 하나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음질은 평가하기 모호한 부분이 있습니다. 다운트랜스가 없어서 임시로 가정용 110V 다운트랜스를 사용했는데 일제 리시버나 앰프를 사용하시는 다른분들의 조언을 들어보면 반드시 복권식 100V 트랜스에 사용하라고 하시더군요. 다운트랜스가 음질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제가 트랜스 주문제작하는 청계천 쪽의 모 업체를 인터넷에서 검색한 뒤 전화를 했습니다. 앰프에 사용할 100V 트랜스를 주문하려고 한다고 했더니 대번에 "그럼 복권식이고 차폐까지 해야겠군요. 그럼 *****원 입니다."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마 트랜스 업체에서도 잘 알고 있는걸 보면 맞는 말인가 봅니다. 55es를 사용하면서 복권식 트랜스를 사용하는 모 회원님의 말을 빌자면 음의 무게 중심이 아래로 이동하고 음질이 차분하면서 고급스러워 졌다고 합니다.

아무튼 110V 단권식 트랜스에 물려 사용해본 소감은 고음이 날리고 저역이 풀어진다 입니다. 아남 ARV 6000에도 못미치는 음질이라고 하겠습니다. 평상 볼륨에서는 알 수 없지만 볼륨을 11시 방향 이상으로 올리면 듣기 괴로운 소리가 납니다. 영화 감상등에서는 문제 없이 잘 들었지만 음악감상시에 때때로 볼륨을 많이 올리는데 11시 방향 이상은 힘들었습니다. 문제의 볼륨은 데논 3801로 치자면 STEREO에서 -5db ~ 0db 정도입니다. 공간이 협소하고 기분탓으로 그런가보다 했지만 ARV6000과 데논 3801을 다시 물려본 뒤에는 확실히 55es가 대음량에서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복권 트랜스에 물려보기 위해 트랜스 구입차 용산으로 향했었지만 그만 현금을 두고 가는 바람에 케이블만 두어개 사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55es를 방출하게 되어 (아깝지만 집에 돈이 급히 필요해서.. Y.Y) 끝내 복권식 트랜스는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악조건에서의 편견으로 음질에 대해 더이상 논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므로 이쯤에서 맺겠습니다.

최근에 이 제품의 중고가가 75만원 정도를 오가더군요. 시간이 지나면 좀더 떨어지겠지만 75만원에 구할 수 있는 다른 신품 DTS리시버들과 비교할 수 없는 퀄리티를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위의 예산정도로 앰프를 구입하고자 기다리는 동료나 친구가 있다면 전 아마 반드시 55es를 권했을 겁니다. 중저가 리시버들과는 분명히 레벨차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