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에 새로 놓인 서브우퍼를 처음 마주한 딸애의 표정이 생각난다.
아빠는 얼마나 더 큰 소리를 내려고 이러시냐는듯 마뜩치 않은 저항의 눈빛이었다.
딸애의 우려와는 그러나 정반대로 나는 적당한 볼륨으로 음악을 즐기려 이 녀석을 선택했고
분명한 성공을 이루었다.

현재 내가 사용하는 스피커는 구형 MBL 311,
일반적인 사이즈의 북쉘프형으로 음의 질감이나 소형 특유의 음펼침성등에서 대단한 능력을 발휘한다.
문제는 저역의 양감으로 우퍼 사이즈의 한계는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음량이 낮아질수록 저음의 아쉬움은 커져만 간다.
앰프의 라우드니스 기능은 이런 때를 위한 것이겠으나 내 앰프에는 그것이 없으며,
이퀄라이저라든가 라우드니스등 기능이 많아질수록 음의 순수성은 아무래도 손해를 보게된다.
그래서.....

최근의 극심한 불황은,.....오디오업계 관계자들께는 대단히 죄송하지만
구매자에게는 상당한 좋은 조건으로 업글이 가능한 아름다운 시절이다.
몇번인가 음반감상기등을 올리며 알게 된 파인av 관계자의 배려는
마침 전시중인 제품이 있으니 며칠 사용해 보고 결정하라는 고맙기 그지없는 그것이었다.
망설일 이유가 없지않은가.

당일 집으로 배달된 피에가 서브우퍼 PS2는 자체출력 500와트,무게 40Kg대의 몬스터.
그러나 사이즈는 지극히 컴팩트하여, 오른쪽 스피커 안쪽에 자리하니
마치 처음부터 그 여기에 있었다는듯 당당하게, 단정하게 여타 컴포넌트와 일체가 되었다.
매뉴얼대로 결선을 하고 부속된 손잡이들을 조금씩 돌려보면서 며칠여,
이미 시중의 거의 모든 서브우퍼들은 신뢰해도 무리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브우퍼는 단어 그대로 메인시스템의 서브 콤포넌트이므로 아무리 고능률,고가품일지라도
메인시스템이 부실하다면 그 결과는 결코 좋아질 수가 없다.
단 기본에 어느 정도 충실한 상태에서 저음역의 양감만을 더하고 싶은 분이라면,
서브우퍼의 활용은, 많지 않은 비용으로 최상의 선택이 되리라는 확신이다.

개인적으로 서브우퍼는 처음이므로 이 피에가 PS2의 성능을 운운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한달여의 느낌을 말하자면 부드럽고 뭉근한,그러나 힘있는 소리임은 분명하다.
말은 쉽지만 부드러우며 힘있는 소리는 결코 쉽지 않다.
아마 견고하게 잘 만들어진 엔클로저와 충실한 파워앰프가 그 역할을 하는가 추측한다.

원하는 크로스오버 설정에 며칠이 걸렸다.
평소에 즐겨 듣는 곡들을 집중하며
세밀하게 주파수를 조정하니 55 Hz - 60 Hz 부근에서 손잡이가 멈추어졌다.
기존의 소리와 잘 융화되어 한밤중에도 아무런 불안감없이 적은 볼륨으로 음악에 빠져든다.
마음껏 음량을 올릴 수 있는 시간에는 그 손잡이에 다시 손이 가기도 한다.

즐겨 듣는 악곡들이 많이 바뀌었다.
레코드 선반 구석으로 밀려나 있던 GRP계열 퓨전 재즈 앨범이 다시 등장하고,
60년대의 재즈 피아노 트리오 앨범으로 느끼는 더블 베이스 배음 또한 각별하다.
최근에 열중하는 Reference Recordings의 심포니라든가 파이프 오르간曲, Enya 등등,
그리고 내가 아주 좋아하는 영화 배트맨 다크 나이트까지.....
전체적인 음량은 낮아졌음에도 音 자체의 스케일이 확장되어
내 방 크기가 커진 듯한 착각도 들곤 한다.

새로 들인 컴포넌트의 성공 여부는 그것을 들이기 이전 상태로 되돌려보면 간단히 알게 된다.
그리고..... 商人의 친절에는 이유가 있다.
이미 내 시스템을 꿰고 있는 파인av 관계자는 MBL 311 + 서브우퍼의 필요충분함을 알기에
며칠이고 써보시라는 통 큰 친절, 아니 함정을 베푼 것이다.
지금 나는 그 함정에 더없이 고마운 마음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이제 이 녀석은 보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