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걸 운이라고 까지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스피커를 바꾸려고 총알을 어느정도 모은 시점에 하이든 스페셜 모델의 발표를 보게 되었다. 예전에 그랜드 이전의 하이든을 사용해본 적이 있고 하이든 그랜드도 지인의 집에서 들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대략의 성향은 파악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 사용하던 다인 스페셜 25와는 여러모로 다른 스타일의 제품이었기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스피커에서 유닛의 변화가 가져오는 차이가 크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점을 어떻게 비엔나 어쿠스틱에서 완성했는지가 궁금했다. 일전에도 포컬에서 일렉트라 시리즈에 베릴륨 트위터를 달은 북셀프를 내놓은 적이 있었는데 상품으로서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트위터의 능력이 너무 좋아지니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진 상황이랄까? 비엔나는 우퍼를 변경했는데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했다.

스피커가 파인에 전시되었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고맙게도 하이든 그랜드와 SE를 모두 데모해놓아서 편하게 비교를 해볼 수 있었다. 둘 다 아직 데모를 한 지 얼마안되는 제품이라고 했는데 일단 하이든 그랜드를 들어보았다. 비엔나 특유의 유려하고 매끈한 고역이 현악사중주를 정말 맛깔나게 연주해줬던 예전 하이든 구형의 느낌 그대로인데다가 풍성한 저역이 고역을 받쳐주고 있었다. 지인의 집에서 들었던 것보다 공간이 커서인지 무대도 더 큰 것 같았다. 두번째로 오늘의 주인공인 하이든 그랜드 SE.. 마감은 사진으로 본 것보다 고급스러워 보였다. 설명하시는 분 말씀으로는 사진이 잘 안받는 마감이라 판매하시는 입장에서는 다소 아쉽다고 하셨다. 같은 곡으로 소리를 들어보는데 이건 완전히 다른 스피커였다. 다인이나 토템의 중급이상 모델의 경우 북셀프의 탈을 쓴 톨보이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하이든 SE가 바로 그랬다. 단단하면서 깊은저역까지 떨어지는 것이 저역의 해상도에서 차이가 느껴졌다. 하이든 그랜드가 북셀프면 이정도의 저역이면 충분해의 수준이라면 SE의 경우는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모두 끌어낸 소리라고 할 정도로 스케일과 밸런스, 대역에서 차이를 보였다.

처음 시청하기 전에는 마감과 우퍼유닛을 제외하고는 그리 크지 않은 차이때문에 비엔나에서 마케팅적으로 개발한 모델이라는 생각도 했다. 마감만 바꾸고 뒤에 싸인넣고 유닛만 상급제품의 유닛으로 교체한 정도로 빨리 만든 제품이라는 생각... 하지만 들어보니 우퍼유닛의 교체로 반에서 한 레벨 위의 제품으로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구매후 집에와서 세팅을 잡고 사용해보니 이러한 생각은 더욱 확실해졌다. 그랜드로 바뀌고 저역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만큼 대역을 늘리면서 까다로워진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래도 덕트가 전면에 위치해있어서 한결 자리잡기는 쉬웠다. 작은 방에서 듣다보니 아까 시청실에서의 그런 스케일감은 아직 얻어내지 못하고 있지만, 에이징 좀 시키고 열심히 배치를 잡다보면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가격차이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지만 하이든 그랜드를 생각하고 있다면 SE도 꼭 한 번 청음해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