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W686 북셀프 스피커 소감
음반 구입비 1년 예산을 70만원으로 배정해 놓고 조금씩 집행해 가는데(무슨 공공기관장 같은 표현입니다.) 5월 안으로 1년 예산을 모두 소진시키라는 행정지시 사항이 내려왔네요. 5월의 마지막 날에, 평소 관심을 갖고 있었던 B&W686 북셀프 스피커에 나머지 예산을 올인했습니다. 이런 영향을 주신 분은 서울의 차순주 회원님과 전주의 이상태 회원님입니다. 이상태님은 대학생으로서 꽤나 비싼 500만원대의 800시리즈를 소장하는 기염을 토하셨고, 감상기 또한 상당히 설득력을 가진 내용이었습니다. 차순주님은 저와 비슷한 연배이시며 오디오에 대한 깊은 지식과 경험을 갖고 계셔서 저로서는 그 분의 감상기에 신뢰성 높은 평가를 드리고 있습니다.
B&W686 북셀프 스피커를 처음에는 인켈 AX7R-MK2 인티엠프에 연결하였습니다. 첫인상은 한마디로 음이 상당히 우아하고 자연스럽다는 느낌이더군요. “아, 비엔타가 이런 성격의 스피커로구나.” 더 욕심을 부려서 케인 진공관 앰프에 물려 보았죠. 그러나 스피커의 음압레벨이 90데시벨 정도 되어야 진공관에서 무리 없다는 경험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네요. 그래서 비엔타의 파트너는 인켈 AX7R-MK2(이미 단종된 제품임)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리복스 앰프에도 물려 보았지만 인켈보다 소리결이 가늘게 느껴집니다.
B&W686의 소리를 그림으로 비유해 보자면 색상의 깊이가 느껴지는 유화 쪽에 가깝습니다. 고역은 강하게 스트레칭 하지 않고 부드럽게 순응하며 저역의 해상도도 만족스럽습니다. 평생 탄노이 음에 ‘쩌들어’ 사는 저로서는 신선한 변화이군요. 어느 누가 우수하다는 평가하기는 어렵고요, 탄노이는 르노와르 그림처럼 풍성하면서도 수채화 같은 투명한 색상에 젠틀한 무게감이 있습니다. 이에 비해 B&W686는 모네의 그림처럼 단정함과 우아함 그리고 고상한 깊이감이 좋군요. 이 B&W686 북셀프 스피커에 아주 잘 어울리는 장르는 소편성 기악곡과 협주곡입니다. 재즈와 보컬은 제가 애용하는 장르가 아니라서 말씀드리기에 자신이 없습니다만 여기에도 잘 어울리는 스피커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루미오가 연주한 모차르트 바이올린협주곡을 들어보니, 그의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세월을 뒤로 가서 이 정도 소리를 얻으려면 그 때 돈으로도 150만원은 족히 투자해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기술의 발달로 낮은 가격에서도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큰 혜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음도 제법 만족스러워 말러의 5번 교향곡을 걸어 보았습니다. 좋긴 하지만 저역에서 사자가 포효하는 듯 하거나, 고요한 밤하늘에 천둥을 치는 듯한 웅장함을 쏟아내기에는 부족하군요. 사실 60만원대 북셀프에서 저역의 감성까지 바란다는 것은 도둑의 심보죠. 그러나 북셀프만이 전해주는 장점이 많습니다. 대형 스피커 보다 음이 단아하고 예쁜 맛에 소품 연주, 협주곡, 사랑이 담긴 음의 보컬, 재즈는 북셀프 스피커에서 제격입니다. B&W686 북셀프 스피커는 교향곡을 제외한 전체 모든 장르에서 단아함과 우아함을 즐길 수 있는 저가격대의 좋은 스피커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수입한지 긴 시간이 지나서 대한민국에서 마지막 제고품 B&W686를 제가 가져 온 것 같군요. 또 다른 성향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매우 행복합니다.
2009년 05월 01일
송인관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