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로그 스위칭 방식의 앰프라. 이 시스템은 어떤 소리를 내줄까? 오래전부터 궁금하던 차에 이 소리를 확인할 수 있는 기분 좋은 기회가 생겼다. 토마호크 미사일에 사용된 시스템을 오디오에 적용한, 진공관과 트랜지스터를 뛰어 넘는 새로운 시스템이라고 한다. 받아들인 정보를 작은 부피의 기기로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한다는 것이 그 특징이다. 요즘 정밀한 기계들은 자동 제어를 전자의 부품으로 고도화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자동차가 100키로의 속도로 약 2초 동안 코너링을 하게 될 때, 차량이 원심력에 의해서 쏠리는 현상을 빠르게 감지하고 이 감지된 정보를 매우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는다면, 차는 이미 불안전하게 코너링을 마친 상태일 것이다. 그리고 보다 멀리 날아가서 정확하게 타격을 해야 할 미사일이라면 그 제어 부품들은 가볍고 소형화 되어 있어야 하고, 적은 에너지로도 최대한의 효율을 발휘해야할 것이다.

내가 누포스 인티앰프를 택배맨으로부터 건네 받았을 때, 위와 같이 추측하고 있었던 일이 필연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누포스 앰프 택배물은 왜 그렇게도 작으며, 가볍기는 물 한 그릇 담겨 있는 대접을 받아 쥔 느낌이었다. 목장갑을 끼고 포장을 벗겨보니 난생 처음 보는 느낌의 깔끔하고 단아한 앰프를 보고 그만 웃고 말았다. 제작자가 이 앰프의 단아한 모습에서 미사일 시스템의 진면목을 보여주려는 듯한 강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기 내부 모습을 직접 열어 보고 싶었지만 그것은 권한 밖의 일이라서 파인에 소개된 사진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 사진을 보면 출력부 모듈이 매우 작은 데도 불구하고 댐핑팩터가 4000이라는 놀라운 스펙을 자랑한다. 그렇지만 저렇게 작은 체구로 내 거실에 있는 플로워형 스피커를 핸드링할 수 있단 말인가? 믿어지지 않는다. 또한 오디오적인 요소의 스펙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그 수치가 대단하다. “아나로그 스위칭 스펙”이라는 대명사가 새로 생길 법도 하다. 물론 수치가 우수하다고해서 음악적 요소를 갖춘 고급스러운 소리로 해석한다는 것은 좀 곤란하다. 바로 여기에 앰프 제작의 묘미가 존재하게 되는데, 이는 제작자의 하드웨어적인 제작 기술과, 음악적이고 감성적인 소프트웨어적 자질이 결합되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시각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어 내야 한다.

소리를 들어보자. 가장 궁금한 순간이다. 나의 애장기 필립스 시디610과 탄노이 프레스티지 스티어링 스피커에, 스피커 케이블과 커넥터 케이블은 모두 독일산 제품으로 세팅을 마쳤다. 동원된 곡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도이체그라모폰 안네소피 무터 연주)과, 대편성 곡인 엘가의 작품 50.(도이체그라모폰 가디너 지휘 비엔나 필하모닉연주)이다. 최근에 매우 장시간에 걸쳐서 들었던 곡이라서 느낌이 확실하게 남아 있는 곡이다.

누포스 앰프의 볼륨은 4단계의 불빛으로 구분해 놓았는데, 3개의 불이 들어오도록 볼륨 업했다. 평소에 디지털 볼륨 앰프를 사용하고 있어서 친숙하게 조작했다. 앰프 파워도 리모콘으로 켜고 끌 수 있어서 참 편리하다.

먼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 보았다. 평소 듣던 느낌을 그대로 받을 수 있었다. 맑고 정갈한 사운드가 곱게 울려 나온다. 고역의 음이 두꺼우면 시원한 맛은 있으나 음이 예쁘지 않고, 음이 가늘면 높은 음이 큰 볼륨에서 날리게 되는데, 누포스 앰프 제작자는 아주 적절하게 해상력도 살리면서 예쁜 음으로 튜닝 했다. 엘가의 작품 50 감상에서는 저역에서 1.5데시벨 정도의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대역의 밸런스는 적당하고, 음장감도 좋다. 음장감을 좋게 하려고 음을 확장하여 제작하게 되면, 음의 밀도가 떨어져서 허부성한 사운드를 내게 될 수도 있는데, 누포스의 사운드는 밀도가 높고 밝다. 갑자기 가격이 궁금해져서 음악을 듣다 말고 파인에 접속해서 가격을 보니, 가격이 믿어지지 않는다. 프리 파워의 분리형 같은 맑고 정갈한 사운드는 정말 일품이다. 클래식 음악을 듣기에 아주 무난한 기기라는 느낌이 든다. (사실 나는 클래식 이외의 장르는 들어본 일이 없었으므로 클래식의 범위에서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클래식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누포스 앰프와 탄노이 스피커 또는 비엔나어쿼스틱 스피커가 좋을 듯하다.

누포스 앰프가 빠르게 두둘겨대는 드럼 연주를 뭉개지 않고 그대로 들려주는지 앰프의 빠른 반응 속도를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나에게는 그런 연주곡의 시디가 단 한 장도 없어서 누포스의 장기 하나를 확인해보지 못했다.

내가 만약 누포스 인티 앰프 IA-7를 소장하고 음악 감상을 하고 있을 때, 현재 소장하고 있는 나의 시스템으로 누포스 앰프에서 업글 하겠느냐고 제안을 해온다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난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200. 08 . 2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