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좋은 기기를 사용해 볼 기회를 갖게 해주신 파인AV에 무한한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뉴스레터를 메일로 받고 막바로 신청했는데 솔직히 당첨되리라고는 기대를 안했습니다. 경험도 일천한데다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장비들이 워낙 평범한 것들이라 제대로 된 사용기를 쓸 수 있을까 우려도 되었습니다만, 아마추어의 입장에서 평범한 사용기를 써보고자 합니다.
사용장비
- Speaker: 모던쇼트 Avant 902i, JBL Northridge E80
- CDP: Denon DCD-1500AE
- Cable: Analysis Plus Blue Oval(스피커, 인터), AudioPlus Hercules 3300(파워)
평소 JBL Northridge E시리즈 5.1ch 세트와 Marantz SR5600 리시버로 홈시어터를 구축해놓고 음악은 Denon PMA-1500AE와 DCD-1500AE에 모던쇼트 Avant 902i를 물려 즐기고 있습니다. 좁은 방에 장비만 한가득이라 튜닝적인 면에서 영 꽝이라 생각하면서도 좀처럼 정리하거나 통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별로 효율적이지 못한 구성입니다만 암튼 새 앰프를 맞기 위해 부랴부랴 방을 치워놓고 가구 위치도 바꿔놓고 물건을 받았습니다.
일단 PMA-1500AE를 떼어놓고 DCD-1500AE와 모던쇼트에 NuForce를 물린 후 워밍업으로 Telarc의 SACD Sampler 1을 걸어보았습니다. 아, 미묘하게 뭔가 다릅니다. 음이 가운데로 도톰하게 모이는 듯한 느낌이 첫 인상이었습니다. 표현하긴 어렵습니다만 약간 볼록하다는 느낌이랄까요. 데논에 비해 가볍고 경쾌합니다. 902i가 스테이징이 좀 넓은 스피커인데 이 점이 적절히 보완이 되는 듯 합니다.
대략 워밍업을 마친 후 본격적인 테스트에 들어가서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레퍼런스 곡인 와타나베 유이치의 Piano by the Sea 앨범에 실린 September Song of a Boy를 들어보았습니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이 곡은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이중주곡입니다. 피아노는 다소 묵직하고 탁한 느낌을 주는 반면 바이올린은 극도로 날카롭고 섬세합니다. 중저음과 고음의 분리를 시험해볼 수 있으며, 해상력과 입체감까지 확인할 수 있어서 레퍼런스로 삼았는데 기회가 되면 한 번 들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암튼, 평가를 하자면 고음이 대단히 가늘고 선명합니다.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가늘게 뽑아지는데 문제는 902i의 트위터가 역시 가볍고 날카로운 편이라 그 소리가 좋게 들리지만은 않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E80을 한 번 물려보았습니다. 902i보다 오히려 좋은 소리가 나더군요. 스피커 매칭에만 주의하면 고음부의 날카로움은 적절히 해결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E80은 다소 무겁고 몰개성한 느낌을 주는 스피커인데 NuForce를 물리고는 다소 명랑한 스피커가 되어주었습니다. 대단한 변화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가능성을 엿본 것 같아 어쩐지 무척 반갑더군요 ^^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 고음이 워낙 명징하다 보니 재밌는 현상이 나타다더군요.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제각각 다른 연주인 것처럼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두 개의 오디오에 다른 음반을 걸어놓은 것처럼 말이죠. 실로 놀라운 입체감이었습니다.
이러한 느낌이 대편성 연주에 있어서는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 싶어서 안네소피무터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지휘한 빈필의 베토벤 교향곡 5번, 7번(모두 SACD입니다)를 들어보았습니다. 북쉘프가 대편성곡에는 취약하다곤 하지만 확실히 음이 좀 덜 뭉쳐짐이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E80을 물린 것 만큼은 아니더군요. 역시 톨보이는 톨보이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Denon PMA-1500AE와 비교해서는 뭐랄까 차이는 느껴지지만 무엇이 낫다라고는 말할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902i와의 매칭은 데논쪽이 더 나은 듯 싶습니다.
여러 사용자분들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제 생각에도 NuForce에는 비엔나 어쿠스틱 같이 유한 성향의 스피커가 베스트 매칭일 듯 싶습니다(전에 하이든 그랜드를 잠시 사용해봤습니다. 확실히 데논과는 잘 안맞습니다).
장, 단점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장점: 놀라운 해상력과 입체감, 컴팩트한 사이즈에 비해 탁월한 파워
- 단점: 둔감한 볼륨 노브, 다소 실망스러운 리모콘
반납을 위해 NuForce를 분리하고 Denon을 다시 물리니 또 느낌이 다르더군요. 현재 내 기기들도 나쁘지 않구나. 다만 자극을 주기 위해서라도 여려 기기를 경험해보는 것이 필요한 듯 합니다. 새로운 느낌을 겪어본다는 건 참으로 커다란 즐거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파인에이브이에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