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게 NuForce IA-7 체험행사에 선정되었다. 아마 신청자들 중에 오디오 경력이 가장 일천하고 또 가장 열악한 시스템으로 음악을 듣는 것에 동정표를 받은 것 같다.

내 시스템은 모두 입문기 수준이다.

- 스피커 : Wharfedale Xarus XR-4000 (HiFi용이라기보다 AV용)

- 소스기기 : Denon DVD-2200 유니버설플레이어

- 앰프는 : Rotel RA-02 인티앰프

Cable & Accessory : 열악한 시스템에서 어떡하면 더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고심하며 이 부분에 그 동안 많은 정성을 쏟았다.

- 인터선 : WireWorld Solstice5

- 스피커선 : Audioplus Motet-01BB, WireWorld 점퍼케이블 Orbit5

- 파워선 : Joy To Audio 극저온처리 Serenity

- 기타 : SID (Sound Improvement Disc), GutWire NotePad, VibraPod, Joy To Audio의 극저온처리 벽체 콘센트 및 르그랑 6구 멀티탭, 스피커 밑에 Oehlbach Spike + CAFU Design의 부빙가 서클 + 오석 + 성민 방진 패드, 스피커가 가벼워서 위에도 3cm 두께 오석을 얹음.

화요일 퇴근하고 집에 가니 NuForce가 와 있었다. 박스에서 앰프를 꺼내는데 초딩 5학년 막내가 얼핏 보고는“아빠, 노트북이야?”하고 묻는다. 하긴 그렇게 보일 법도 하다. 크기는 정말 작다. 가로가 보통 오디오기기의 반밖에 안 된다. 이렇게 작은 놈이 그렇게 힘이 좋단 말이야? 외관은 오디오기기라기 보다 마치 SF영화에 나오는 무슨 첨단 장치 같다. 꼭 필요한 노브와 단자만 갖추고 있어서 그런지 가정용 오디오기기처럼 정감이 가는 디자인이라기보다 기계 같은 차가운 느낌이 든다. 어서 물려서 들어보고 싶은 생각에 랙에 올려놓고 보니 뒤에 Booster Off라는 스위치가 있는데 설명서가 없어 혹시나 빌린 기기를 손상시키면 어쩌나 해서 연결을 다음날로 미뤘다. 수요일 파인에이비이에 전화하니 그건 Power Amp로 Pre-out할 때 쓰는 기능이니, 그냥 On으로 하고 쓰란다. 수요일엔 늦게까지 일하고 목요일엔 오후 2시까지 출근하면 되었기에 목요일 아침 드디어 연결을 하고 (파워선은 기기와 함께 온 동양 것을 연결), 우선 AV Show에서 받은 System Set-up CD의 자기소거 Track을 30분 정도, System Burn-in Track을 30분 정도 돌리고 난 후 Pick-up Lens Cleaner로 청소를 했다. 이제 앰프가 좀 따뜻해 졌다.

평소 아끼는 C&L Music Classic Sampler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음반을 올리기 시작했다. 어라? 평소 듣던 Rotel RA-02에 비해 음질이 크게 다르질 않네. 사이트 소개 글에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사운드적인 쾌감을 선사한다”고 했는데, 이게 어쩐 일인가? 내 소스기기나 스피커가 조악한 탓인가? 앰프가 아직 열을 덜 받았나? 리모컨으로 볼륨을 올려봤다. Rotel의 경우에는 보통 9 - 10시 방향 정도에서 음악을 들었었는데, 이건 어느 정도 볼륨이 올라가는지 잘 알 수가 없다. 1,2,3,4로만 점등된다. 리모컨의 전지가 다 달았는지 아니면 리모컨 감도가 안 좋은 건지 정확히 리모컨 수신부를 향하고 여러 번 눌러야 겨우 볼륨이 올라간다. 볼륨장치가 일반 앰프와는 좀 다른가 보다. 볼륨을 2에 놓고 이번에는 Best Audiophile Voices II를 올렸다. Eva Cassidy의 Fields of Gold가 전보다 더 촉촉한 것 같기는 한데 잘 모르겠다. 출근해야 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서 그런가? 주말에 느긋하게 다시 들어 봐야지.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일요일에는 밥 먹고 잠자는 시간 외엔 계속 NuForce와 같이 살았다. 기기와 같이 온 동양 파워선을 극저온처리 파워케이블로 바꿔 연결했다. 이런, 와트게이트 커넥터가 뭉치가 커서 파워스위치 켜려는데 손이 잘 안 들어간다. 이건 좀 불편하다.

다시 C&L Music Classic Sampler부터 시작했다. 이 음반은 말 그대로 Sampler로서 현악, 관악, 성악 등 소편성에서부터 대편성까지 좋은 곡들을 96kHz/24bit로 Remaster해서 Tester로는 그만이다. Haydn의 The Seven Last Words중 가장 좋아하는 Opus Posth의 현악7중주 버전을 듣는데, 아! 이젠 좀 다른 소리가 난다. 맑고 투명한 소리에 저음도 시원하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도 전과 달리 공간감이 느껴지고 타악기의 펀치감도 좋다. Rostropovich와 Britten의 Arpeggione Sonata(Decca Legend), 첼로와 피아노의 음색이 마치 연주회장에서 듣는 것 같다. 저음을 더 좀 들어보자. Gary Karr의 Amazing Grace. 콘트라베이스와 오르간이 음이 너무 편안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 앨범을 다 들었다. 이젠 콘체르토나 교향곡도 들어보자. Rotel로 들을 때는 소리가 너무 산만하고 뭉개져서 사 놓기만 하고 잘 안 듣던 정경화의 Violin Concerto(Decca Legend)나 Tutti Sampler도 NuForce로 들으니 각 악기의 소리는 물론 그 위치라든가 공간의 스케일이 느껴진다.

어느 사용자께선 SACD와 궁합이 좋다고 하셨는데, 옳지 이번에는 SACD를 있는 대로 꺼내 놓고 들어보자. Jacintha, Norah Jones, Diana Krall, Barb Jungr, Patricia Barber 등등, 아! 순도와 밀도 있는 사운드란 이런 것인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 외에도 Jeremy Monteiro의 아버지가 가르쳐주신 노래, Eddie Higgins Trio, Inger Marie, Quadro Nuevo, 모향, 그리고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비싼 Zounds의 Simon & Garfunkel 등 정말 배터지게(?) 음악을 들었다. 정말 행복한 주말이었다. 일요일 밤, 이젠 NuForce의 연결을 풀어야 할 시간. 짧게 만나 뜨거운 사랑을 나눈 애인을 떠나 보내야 하는 심정이 이런 것이리라. 스위치를 끄기 전에 마지막으로 Mary Black의 Don't Explain을 들었다. "You’re my joy and pain.” 그래, NuForce 네놈이 바로 나의 기쁨이자 고통이로구나. 아! 앞으로 저 구닥다리 Rotel로 어떻게 음악을 듣는담? 저 덩치만 크고 시원찮은 놈들 다 내치고, Compact하게 이 NuForce랑 사이즈가 비슷한 Cyrus의 CDP, 그리고 음압이 낮지만 질감 있는 소리를 내줄 B&W나 Vienna Acoustic의 북셀프 스피커로 시스템을 꾸미고 싶다. 그나저나 NuForce의 가격이면 웬만한 HD급 LCD TV를 사는데, 이거 샀다가 집에서 쫓겨나지나 않을까? 어느 분 말대로 "조그만 게 얼마 하겠어? 30만원이야."해 버릴까? 앞으로 한 일주일은 음악을 듣지 말아야지. NuForce로 호사한 내 귀가 Rotel을 거부하면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