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으로 다른 길을 추구하는 레가!! 그렇기 때문에 독보적이다.
단종이 된 100만원 미만 북쉘프 스피커 중에 추천할만한 스피커를 몇 개 뽑자면, 나의 경우는 레가 아라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그야말로 필수 요소인 것이다. 이것은 무조건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대상이라기 보다는, 레가의 성향을 어느정도 파악을 하고, 그 성향을 쫒아 좋아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
아직 단종이 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래도 신제품이 나왔기 때문에 조만간에 단종처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레가 아라~ 레가 알야~ 엘라~ 네오스 등 네가 상당히 선호했던 스피커들이다.
레가 아라를 한창 좋다고 떠들고 다니던 시절, 내가 하는 말의 일부만 듣고 오해를 해서 레가 아라를 구입하신 분들도 상당수 되었던 것으로 안다. 무조건 좋다는 말만 듣고, 다른거 생각할 것 없이 구입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구입하고 나서 스스로 ‘ 좋은거야~ 좋은거야~ 이 소리는 정말 좋은 소리야~ 지금 좋게 들리지 않더라도 아마 좋게 들리게 될거야~ ‘ 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용을 하다가, 결국에는 오래 사용하지 못하고 처분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다지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말이다. 이것은 레가 스피커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무턱대고 사용을 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최소한 자신이 사용할 제품에 대한 성향정도는 대략적으로 파악을 하고 구입을 해야 할 것이다. 어떠한 성향데로라면 최고의 제품이라 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성향데로라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 바로 오디오 기기들이다. 물론 최소한의 객관적인 잣대에 의한 절대적 평가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레가 스피커는 개성이 강한 스피커인만큼 절대적 평가로 그 수준을 결정짓기는 싫다.
레가의 신제품 북쉘프 스피커 R1
소개할 제품은 레가사에서 새로 출시한 R 시리즈 스피커 중 유일한 소형 북쉘프 스피커이다. 이전 버전이었던 레가 아라에서 인클로져가 더 고급스럽게 바뀌었으며, 트위터가 바뀌었다. 그리고 트위터와 우퍼 유닛의 위치도 위 아래로 바뀌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클로져의 마감이다. 레가 아라의 경우도 가격에 비하면 고급스러운 무늬목을 사용한 몇 안되는 스피커였다. 최근 들어서는 소형 북쉘프 스피커를 구입할려는 유저들이 인클로져 마감이 시트지 마감인지, 무늬목 마감인지를 유심히 살피지 않는 듯 하지만, 실지로 사용하다보면 시트지 마감 제품들과 무늬목 제품들간에는 그 고급스러움에서 가까워질 수 없는 차이를 보인다.
R1의 인클로져는 순수 원목의 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무늬목을 떼어다가 얇게 붙여놓은 형태이다. 완성된 단계에서 얇게 윤활제 한번정도는 칠해준 것 같기는 하지만, 거의 순수 무늬목을 그대로 사용한 느낌이라 손으로 만져보더라도 부들부들한 나무결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다. 솔직히 개인적인 사견데로라면, 이보다 몇배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프로급으로 악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스피커와 만듦새는 거의 똑 같은 수준이다. 하긴 어짜피 그 브랜드의 스피커들이 만듦새와 가격이 비례하는 스피커는 아니니 레가 스피커가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해야될레나? 어찌 되었든 요즘은 소비자가 80만원 미만에서 무늬목 스피커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확실히 50만원 내외에서는 무늬목 스피커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듯 보인다.
본 필자의 경우는 우퍼/미드레인지 유닛의 콘지나 엣지의 탄성을 통해 음질의 경향을 상당 부분 파악하는 편이다. 뭐 무슨 공식적이고 특별한 구분법이 있다기 보다는 그저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판별법인데, 레가 R1처럼 19mm 소프트 돔 트위터와 소구경 페이퍼 재질의 콘 우퍼 유닛이라면 거의 들어보지 않고도 어떤 소리가 날지는, 원하는 수준만큼 파악이 가능하다. 크게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예상하는 소리가 날 것이라 볼 수 있다.
제품의 모양새만 보고 그 제품이 낼 소리를 짐작한다는 것은 얼핏 어불성설이라 하겠지만, 어느정도 통계적으로도 입증이 된 근거에 의해, 19mm 소프트 돔 트위터를 채용한 스피커들의 고역은 매우 간드러지며, 경쾌하다. 대신에 중역과 고역 사이에 약간의 빈구석이 생기는 것도 특징인 것 같다.
바흐 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좌우 분리가 명확하며, 음상이 명료하고, 스피커 주변에 안개와 같은 걸쳐진 것이 없이 탁 트인 느낌으로 음이 전개된다. 그러니 배경이 깨끗하며 스테이징이 확연히 상쾌하고 넓게 느껴진다. 음의 긑에 뾰족한 모가 느껴지지 않지만, 음이 발칙하게 치솓을 때는 그 느낌이 앙칼지기까지 하다. 그러나 분명히 말해두지만 뾰족한 곳은 없다. 그저 음이 적당히 이동해서 정확하고 깨끗한 음장을 형성해 줄 따름이다.
주체가 되는 바이올린의 음이 독특한 색채감을 품고 입체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음장을 만들어 준다. 연주가 매우 아리따우면서도 살갑게 느껴진다. 볼륨이 작던 크던, 연주의 긴밀함과 치밀함이 세밀하게 느껴진다. 음의 밝은 특성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작은 사이즈의 트위터들은 대게 밝고 경쾌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해상력이 뒷바침되지 않는다면 긍적으로 살아나지 않는 특성이다.
고로~ 기본적인 해상력은 매우 출중한 편이며, 경쾌하고 간드러지는 고역 특성 위주로 튜닝이 된 제품이다보니 청감상 느껴지는 클리어티 또한 누가 듣더라도 수준급으로 느겨질 것이다. 다만 어짜피 소형 스피커이다보니 역동성이나 강한 에너지감 같은 것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우퍼 유닛 5inch 미만의 소형 스피커에 그런 스케일을 단점 잡을 거라면, 100km 도달 시간 5초 미만의 디젤 승합차(9인승 승합에 트렁크까지 넉넉한… ㅡㅡ;)를 찾아보는 것이 더 쉬울라나 모르겠다.
빌 윈터스 (just the two of us / use me / ain’t no sunshine / lovely day 등)
너무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거의 어지간한 타 브랜드의 톨보이 스피커들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찰랑찰랑하면서도 정교하고 기교 넘치는 음이다. 이게 바로 북쉘프 스피커의 묘미이자, 고급 hifi 유저드에게 서브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이다.
좌우 분리력 매우 우수하고, 너무 음이 차갑지 않으면서도 음상 포인트 정확하고, 스테이징 좋고, 질감도 일품이다.
리듬 터치가 베티랑 수준이며, 거의 최고 수준이라 칭찬을 아끼지 않고 싶다.
야밤에 황혼의 추억에 빠져들게 할만큼 뉘앙스 가득한 음. 락 메니아들이 작열하는 일렉기타 소리에 전율과 희열을 느끼 듯, 나는 이 레가 특유의 페이퍼 콘 느낌이 전율과 희열이다. 특히 빌 윈터스처럼 낭만과 추억과 고독이 함께 느껴지는 리듬이라면 더욱 그렇다.
치에 아야도 (tennessee waltz)
분명 깊고 보드라운 윤기가 느껴지는 음은 아니지만, 총청연한 디테일을 과시하는 탁 트인 음이다. 피아노음이 너무 땡글땡글한 것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느낌이다. 보컬의 음상이 거의 완벽하게 중앙에 잡히며 노래를 부르는 동안 일말의 흔들림이나 보대낌이 없어 보인다.
치에 아야도 특유의 창법을 들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발음을 길게 빼는 바이브레이션이 기가막히게 극적이다. 발음이 파르르 떨리면서 길게 빠질 때, 음이 너무 생생하면서도 길게 전달되어, 듣고 있는 나도 목구멍으로 침이 꿀떡 삼켜진다.
홀리 콜 (I can see clearly now / don’t let the teardrops rust shining heart / the tennessee waltz 등)
푸른 하늘 아래 잔잔한 호수 위로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늘어진 느티나무의 가지들이 흔들리며 호수의 물결을 찰랑찰랑 건드리는 듯한 그런 음이다.
얇고도 산뜻하게 촥 뽑아낸 음이 마치 초여름 시원한 산들 바람처럼 너무 깨끗하고 시원한 느낌이다. 긴장하지 않고 차분히 앉아 듣더라도 그 넓이와 산뜻한 느낌이 너무 좋다. 깨끗하고 여리고 아리땁다.
얇지만 막힙없이 들가에 바람 불 듯, 가볍지만 그 스케일 부족하고 가벼운 음이 마치, 군시절 야간 근무 후에 전화 수화기를 통해 듣는 여자친구의 목소리만큼이나 아른한 아름다움이 있다. 이정도 묘사라면 정말 69만원짜리 북쉘프 스피커에게는 최고의 칭찬이 아닐까 싶다.
신품 소비자가 100만원 미만에서 이보다 더 음악적인 스피커를 찾을 수 있을까?
일전에 레가 아라에 대한 리뷰를 하면서 과감히 100만원 미만에서는 이를 능가하는 제품이 없을 거라고 이야기 한적이 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고, 레가 R1은 레가 아라보다 더 좋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종종 오디오 기기를 보면, 단점만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좋은 점만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지만, 더 쉬운 것은 전자이다.
레가 R1은 음이 가볍다. 제품을 평가하는 용어 중에 가볍다라는 말은 아무래도 칭찬보다는 단점을 지적하는 용어로 많이 사용된다. 가볍다라는 말은 풀어서 저역의 무게감이 별로 없다라는 말이다. 스피커 좀 써본 사람이라면 사용해 보지 않고도 눈치 채겠지만, 5inch의 그것도 페이퍼 콘 우퍼라면 아무리 강력한 앰프를 물리더라도 저역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음의 깊이가 그다지 깊지는 않다. 이것은 저역의 양과도 관계가 되는 부분으로 이런 한두가지를 희생시켜서 오히려 개성있고, 아리까리한 예쁘고 아름다운 음을 만들어 낸 것이다.
어딜가나 완벽한 것은 없지만, 분명 예쁘고~ 경쾌하고~ 산뜻한 듯 하면서도~ 톡톡 튀는 음을 찾는다면, 100만원 미만에서 레가를 능가할 스피커는 없다고 자신한다. 100만원 미만에서 상대가 없지만, 이 스피커는 100만원에는 한참 못 미치는 69만원이다.
레가 스피커의 장점은 또 한가지가 있다. 구동이 매우 쉽다는 것이다. 대충 뭐~ 앰프 거 뭐~ 대충 물려도 소리 잘 나온다. 모든 스피커들이 앰프 뭐~ 대충 물려도 소리는 잘 나온다. 앰프 싼거 물렸다고 해서 소리 안 나오는 스피커 없다. 그러나 구동이 어려운 스피커들은 소리가 뻗질 못하고, 경질이 되며, 딱딱하고, 매끄럽지 못하고, 질감이 살질 않는다. 그러나 레가 R1은 본래가 음색이나 뭐나 모든 특성이 가벼운 성향이다보니 구동이 매우 용이하다. 기왕이면 강성의 앰프와 물리는 것은 피하고, 중립적인 성향의 앰프를 물리면, 그나마도 가벼운 성향의 단점이 보완이 되고, 매칭이 잘 맞는다는 것이 이런거라는 것을 뽐내며 좋은 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한때 혼자서 레가 스피커 좋다고 떠들 때는 왠지 왕따 당하는 느낌이었는데, 이번 R1은 레가 스피커에 대한 자신감을 더욱 일신시켜주는 제품이다. 예쁘고 청초한 음은 좋다~ 그러나 음이 너무 가벼운 거 아니냐고 욱박지르면 나도 곤란하다. 그러나 예쁘고 청초한 음을 내는 스피커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턱대고 고역이 너무 얇고, 자극적이며, 날림이 생기면 그 역시 아무리 소리가 예쁜들 수준 이하의 제품이라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레가는 그렇지 않다. 한마디로 정말 잘 만든 스피커라는 것이다. 강력히 추천해도 껄끄럽지 않은 진정 음악을 위한 스피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