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a might be considered one of the pioneers of the compact floorstanding speaker movement. Its first commercial loudspeaker, the ELA, was among the first of the breed when it was introduced in the 80s.. -"HiFi Choice 레가 Jura 리뷰에서 발췌"

게다가 위의 기사에서 알 수 있듯이 문짝 만한 스피커들이 군림하던 시대에 소형 플로어 스탠더의 선구자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근 20년 동안 현역으로 뛰었다는 것이 엘라의 인기와 완성도를 뒷받침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2002년 Revised Version으로 나온 것이 신형 엘라입니다. 레가가 제품 사이클이 길기로 유명하니까 이번 버전의 엘라 또한 상당한 기간을 현역으로 활동할 것 같네요..^^ -최근 저의 세팅입니다.

전 평소 음악을 들으면서 쿵하면서 바닥을 울리는 저음이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늘하늘 음장이 펼쳐지다가도 쿵하는 진동과 함께 이 소리는 스피커에서 나는 것이라는 사실이 절망적으로 느껴지곤 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들어본 대부분의 스피커들이 피아노 연주를 자연스럽게 재생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긴 옥타브를 왕래할 때 저역대의 소리는 실제보다 너무 둔중했습니다. 고역으로 올라가면 갑작스럽게 야윈 소리가 나구요..(후에 밸런스가 좋지 못할 때 이런 현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컨대 바닥보다 공기를 울리는 느낌이 필요했던 겁니다.. 그런데 약 1년 전 우연히 엘라를 만나고 저는 천생연분이라는 걸 직감했습니다..작고 예쁘장한 외모 뿐만 아니라 소리 또한 제가 찾던 바로 그것이었으니까요..^^

엘라의 음질 --------------------------------------

소리를 표현한다는 게 참 어렵습니다만 언젠가 우두커니 앉아서 음악을 듣다가 엘라가 노래하는 음악이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수양버들가지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연하면서도 섬세한 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더군요. 몇가지 매칭을 시도해보고 엘라가 신경질적인 소리를 낼 때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만 기기의 성향을 잘 반영하면서도 묘하게 둥글리는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밝고 섬세하지만 결코 경질의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엘라의 트위터는(레가에서 customize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스캔스픽의 d2008-8512로 보입니다. 일반적인 1인치 돔보다 작은 3/4인치 소프트돔입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가녀리고 아주 섬세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요즘 바이앰핑(레가에서는 바이와이어링 보다 바이앰핑을 추천하더군요)으로 구동하고 있는데 소리가 스피커에서 이탈한다는 표현이 십분 이해되는군요..^^

처음 엘라를 들었을 때 느낌이 풀레인지 스피커에 트위터를 추가한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중역대가 자연스럽고 이질감이 없습니다. 다만 저역대의 양감이 다소 적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첫인상일 뿐 금방 적응하게 되더군요. 확실히 지속적인 부밍을 동반하는 스피커는 오래 듣기 힘들어도 저역이 약간 아쉬운 경우는 적응하면 괜찮아지는 것 같습니다. 한때 주파수 제네레이터로 저역한계를 시험해봤는데 40Hz까지 거의 플랫하게 내려가는 것을 확인하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50-60에서 급격하게 줄어드는 스피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로형 인클로저 덕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한편 저역의 양과 질은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어쿠스틱 악기에서 엘라의 저역은 부족함이 없습니다. 심지어 팀파니도 육중한 무게감이 아쉬울 뿐 공기를 울리는 느낌은 부족함 없이 표현합니다. 다만 오케스트라의 총주시 압도하는 듯한 무게감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런데 이런 무게감이 실연에서도 느껴지는지는 의문입니다. 실연에서 스크리아빈의 '법열의 시'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귀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큰 음량이 난무했지만 바닥으로 쌀가마가 떨어지는 듯한 육중한 느낌은 없었습니다. 큰북을 울리거나 팀파니를 두들길 때도 말이죠..

엘라는 리듬과 패이스라는 항목에서 만점을 줘도 모자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흔히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라고 불리는 미묘한 강약의 변화를 훌륭하게 잡아냅니다. 하지만 무척 큰소리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R.Strauss의 짜라투스트라..를 들으면 더 압도해줬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뭉게지거나 듣기 힘든 소리를 내지는 않습니다. 말러 2번의 첫소절에서 저역현들이 사납게 으르렁거리면서 내는 위협을 만족스럽게 표현합니다.(제가 예전에 쓰던 12인치 우퍼가 달린 녀석보다 한결 낫습니다.)

마치 굉장한 능력을 가진 스피커처럼 이야기 했네요..^^; 하지만 한계는 분명합니다. 이 모든 것이 실연의 스케일감을 동반하면서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비록 저의 세팅에서는 상당히 넓고 깊은 음장감을 만들어낸다고 하지만 소형스피커들의 장기이자 한계인 미니어춰적인 음장일 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가끔 연주회장 2층에서 듣는 소리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정리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에서는 거의 완벽한 밸런스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아기자기 하면서도 빠른 반응을 보여주는 현대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구요. 미로형 인클로저(Quarter-Wave Line)를 갖고 있어서 조금 느린 저음이 연상되는데(아남의 TL시리즈처럼)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날렵하다고 할 정도로 저역이 치고 빠지는 속도가 탁월합니다. 매칭에 따라 신경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오랫동안 들어도 질리지 않는 매력적인 고음을 갖고 있고 풀레인지를 연상시키는 중역대 또한 훌륭합니다. 이 모든 것이 어쿠스틱 장르에 최적화된 듯 실제 악기의 표현력은 수준급입니다.

자연스럽다, 혹은 음악성이 뛰어나다는 표현은 엘라를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만 다른 스피커들과 함께 있으면 힘이 없고 맥빠진 듯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네요.. 엘라의 진가는 들으면 들을수록 드러납니다.. 무엇보다 아무리 들어도 실증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