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파인에이브이에서 한정판매한 데논AVR2801을 구매했습니다. 기존에 쓰던 아남ARV6000이 조금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약간 경질에 가까운 음색에 불만이 있던 차였습니다. 특별히 고급한 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요. 그저 막귀를 조금 벗어난 수준입니다. 아남리시버가 중저가형에서는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 또한 쓰기에 큰 불편은 없었습니다만 업그레이드에 대한 욕구를 결국 다스리지 못한 셈입니다. 설치하고 테스팅한지 며칠 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흡족할 만한 사용기라고는 볼 수 없겠습니다. 자세한 사용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일단 첫느낌과 기존의 아남ARV6000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의 향상을 가져왔는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제가 현재 쓰고 있는 시스템입니다. 스피커 : 크리스 네오스픽 5.1 DVDP : LG3351 비젼 : 소니 트리니트론 KV-32V25 리시버 : 데논AVR2801 보시다시피 고급사양은 아닙니다. 리시버를 제외하고는 중저가형 기기들의 국대급만 모아놓은 형편입니다. 하지만 AV를 즐기는데 큰 불편함은 없는 수준이고 나름대로 만족하며 쓰고 있는 기기들입니다. 나중에 여력이 되면 비젼과 DVDP를 업그레이드해서 프로그레시브스캔을 한 번 즐겨보고 싶긴 하더군요. 스피커도 더 좋은 걸로 써보고 싶지만 사람 욕심이란게 끝이 없어서요. 데논의 첫인상은 고급스럽다는 겁니다. 국내 동호인들이 선호하는 샴페인 골드빛이 감도는 전면판넬이 눈길을 확 잡아챕니다. 마스터볼륨과 갖가지 셀렉터 셔틀을 움직여봤는데 도르륵 거리는게 생각보다 안정감이 있습니다. 디자인면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네요. 일단 설치는 그닥 어렵지 않았습니다. 제가 바나나플러그를 사온다는 것을 깜빡하는 바람에 스피커케이블을 연결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아남보다는 쉬운 편입니다. 아남은 왜그리 스피커단자들 사이가 좁은건지. 바나나플러그만 있었다면 아남리시버와 동시비교도 가능했을텐데 시간관계상 그렇게까지는 못했습니다. 뒷면 단자배열도 깔끔합니다. S-VHS케이블을 연결하고 동축케이블, 광케이블 등을 차례로 연결시키는데 걸리적거리는 게 없습니다. 각 단자별로 쉽게 알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배치입니다. 초보자도 굳이 매뉴얼을 들추어보지 않더라고 금방 연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걱정했던 셋팅도 빠르게 마쳤습니다. 한글설명서가 동봉되어 있어서 모르는 것들은 설명서를 보며 했고요. 이미 아남리시버를 통해 어느 정도 익힌 기능들이라 딱히 낯선 기능은 없더군요. 다만 스피커 컨피그레이션에서 서브우퍼 설정 중 LFE와 LFE+main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조금 헤맸습니다. 아남에는 없던 기능이라 그랬는데 매뉴얼을 보니 상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었습니다. 오디오포맷 설정은 일단 auto로 했고요. 각 스피커의 딜레이 타임은 시청위치와 스피커의 거리를 어림짐작해서 알맞은 수준으로 맞췄습니다. 채널별 레벨도 센터스피커를 +2정도로 프론트와 리어보다 조금 높게 주고 서브우퍼는 -7정도까지 내렸습니다. 거기에 프론트-센터-리어 공히 large로 설정한 후 본격적으로 시청에 들어갔습니다. <글래디에이터(DTS, 코드1)> 이미 몇 번이나 감상한 타이틀인데도 데논2801에 연결해보니 훨씬 음량이 풍부해짐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아남리시버로는 마스터볼륨을 50이상까지 올려야 들렸던 음색들이 데논2801에서는 적은 볼륨에서도 모두 소화해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피커로 전달되는 정보량이 많아졌다고 해야할까요. 이만하면 업그레이드의 효과는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봐야하겠습니다. 특히 막시무스가 변방에서 스페냐드로 이름을 날리던 시절, 5:1로(6:1인가요?) 싸우는 씬에서 그 효과가 더욱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분명히 아남리시버에서는 잘 들리지 않았던 소리인데 데논에서는 확실하게 표현해줍니다. 음의 정보량도 그렇지만 딜레이타임이 각 채널별로 세세하게 설정이 가능함으로써 음의 파장이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와호장룡> 몇 장면만 빠르게 서치해봤습니다. 먼저 수련과 용이 무도장에서 대결하는 장면입니다. 둥둥 거리는 북소리가 서브우퍼를 통해 긴박한 상황을 잘 표현해줍니다. 칼과 칼이 부딪치며 생기는 파열음도 나무랄 데 없고요. 마지막에 수련의 칼이 부러져나갈 때 오른쪽 리어로 챙챙거리며 날아가는 소리가 아주 선명합니다. 이건 아남리시버에서도 이미 느꼈던 거라 데논만의 고유한 음색이라곤 할 수 없겠습니다. <이글스 HFO(DTS)> 역시 영화보다는 음악소스가 업그레이드효과를 확인하기에 좋을 듯 합니다. '호텔 캘리포니아'를 먼저 들어봤습니다. 펑쿠션 소리가 딱 적당한 볼륨을 유지합니다. 여유있게 뿌려주는 음색이 앰프의 힘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알게 해줍니다. 마스터볼륨을 그닥 크게 올리지 않았는데도 소스에서 추출할 수 있는 모든 소리를 끌어낸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스피커 구동력이 뛰어나다고 해야할까요. 한데 귀가 좀 아픕니다. 고음쪽에 많이 치우친 음색이 조금 피곤하게 느껴집니다. 앰프도 일정 기긴의 길들이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데논 앰프만의 문제는 아니겠고요. 아남리시버를 처음 쓸 때도 이와 같은 현상을 경험했습니다. 차차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I can't tell you why' 역시 훌륭한 해상력이 돋보입니다. 보컬 특유의 미성이 고음과 저역을 부드럽게 넘나듭니다. 채널별 분리도 만족스럽습니다. <기타 음악CD(stereo)> Blues Traveller의 'Hook'를 들어봤습니다. 곡 중간에 삽입된 유리 깨지는 효과음을 듣기 위해서였는데요. 이 곡은 제가 번들이어폰으로 들을 때는 몰랐다가 소니868이어폰으로 듣던 중 처음 발견해서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남리시버에서도 들리긴 합니다만 데논쪽이 훨씬 선명한 파열음이 납니다. 일반 하이파이적인 성능도 데논쪽이 우세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AV리시버에게 하이파이적인 성능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만 이만하면 집에서 일반 CDP를 연결해서 들어도 괜찮지 않나 싶네요. 어차피 제가 대편성곡 위주의 고전음악을 즐기는 것도 아니고 그저 관현악이 강조된 아트록이나 가벼운 재즈를 많이 듣는데 굳이 고가의 하이파이앰프를 살 필요까진 없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정 부족하면 그때 중가형 인티앰프를 하나 사서 붙이는 것도 괜찮겠네요. 물론 그전에 스피커쪽에도 투자가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죠. 네오스픽 5.1도 음악감상으론 딱 맞는 모델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한 가지 데논2801에서 아쉬운 게 있는데요. 취침예약기능이 없습니다. 제가 거실에서 음악CD 등을 틀어놓고 방에서 컴퓨터 등을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일일이 수작업해줘야한다는 게 조금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여름에는 거실에서 잠을 자는 경우도 많고요. 딱히 어려운 기능도 아닌데 슬립기능이 빠졌다는 게 참 아쉽습니다. 또 S-VHS케이블이 동봉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남리시버를 급하게 내놨더라면 낭패볼 뻔 했습니다. 저가형 1미터짜리라도 하나 들어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리시버라고 봅니다. 100만원대 초반 가격에 이 정도의 성능을 고루 갖춘 리시버가 그리 흔치 않을 겁니다. 여유가 된다면 한 번 업그레이드를 고려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데논2801을 구입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더랬습니다. 과연 아남리시버에 비해 어느 만큼의 성능향상을 맛볼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고요. 그 불안들을 말끔하게 가셔준 모델입니다. 현재 제 스피커시스템이 앰프에 비해 약간 뒤쳐지는 인상을 받긴 하지만 나중에 스피커를 업그레이드해도 앰프걱정은 안 해도 될 듯 합니다. 5.1지원 AV리시버에서는 베스트라는 생각입니다. 아직 제대로 길도 안들었고 고음쪽에 치우친 음색을 조절하지 않은 상황이라 명쾌한 사용기는 못됩니다. 한 달은 지나야 제대로 된 사용기를 올릴텐데요.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사용기를 적어봤습니다. 업그레이드를 고려하시는 분들께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