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설치기

3년 전 쯤
결혼하기 전
약 5년에 걸쳐서 업그레이드에 업그레이드를 거쳐서
장만한
오디오 시스템(인피니티 스피커, 와디아 씨디피, 킴버케이블 그리고 크렐과 매킨토시의
앰프 등...)을 팔아 치웠습니다.
이유는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 점점 활용도가
떨어지는
순수 오디오 보다는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AV 시스템을 장만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이파이 기기를 사용하기 전에도
인켈의 RV-6010(?)과 금성의 LDP를 사용하여

돌비 프로로직 시스템을 사용한 경험이 있었는지라
기기의 선정이나 새로운
Av 시스템을 이해하는데는 그다지
무리가 따르지는 않았습니다.
앰프는 데논,
DVDP는 소니,
VCR도 소니,
스피커는
크리스,
장식장은 바우하우스
각종 케이블은 오디오플러스 로 선택을 하고
디스플레이의
차례가 왔습니다.
중고기기를 처분한 금액으로 위의 기기들을 구입한 후
남는
돈으로 내심 프로젝터를 하나 장만하고 싶었지만
당시의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하여
프로젝션 TV와 컴퓨터를 구입하게 됐습니다.

갈 수 있는 곳은 다 가보고 해서
결정한 것은 미쓰비씨의 45" 프로젝션이었습니다.
그
때 제가 보기엔 여타의 어떤 모델도 미쓰비씨를 따라오지는 못하더군요.
지금은
정식으로 수입처가 있어서 A/S 걱정도 그렇게 많진 않겠지만
당시로서는 모험이었습니다.
그냥
A/S 잘 되는 파므로 할 까도 생각했지만
나란히 놓고 화질을 비교해보니 파브는
절대 사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어쨌든
미쓰비시의 45" 프로젝션을 중심으로
데논과 소니 그리고
크리스의 조합으로
한 3년 간을 잘 사용해 왔는데...

사실 1,000만원 정도의 여유돈이 생겨서 바코 정도는 안되더라도
어디에
내놓아도 빵빵하단 소리 들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구입하기 전까지는
원래의
시스템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주위에서 프로젝터를 사용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고하니
따로 욕심 날 일도 없었고...

그러던 차에 얼마전에 근무하는 직장에서 프로젝터를 하나 구입했는데
(IBM
DLP 방식인데 무게 1.1KG에 해상도는 XGA급이고 밝기도 1,100안시루멘이나 됩니다.)
이게
그만 화근이 되고 말았습니다.

성능 테스트 삼아서 집에 가지고 가서는
제대로는 설치할 수가 없어서
프로젝션
티비 위에다 놓고 소파 뒤 벽에다 투사를 하고
집사람과 몇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한번
보고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군요.
집사람도 큰화면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눈치였고...

하지만 여유돈은 별로 없고
진짜 사고싶은 소니의 12HT는 너무 비싸고,
고민하던
차에 샤프의 Z91E를 특별판매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며칠 고민 하다가 5만원을
더 주고 100" 스크린(사실 90" 조금 넘죠!)과 함께 구입 했습니다.

원래는 이번에 프로젝터를 구입하면서 기존의 프로젝션티브이는 안방으로 보낼
생각이었으나
생각보다 스크린이 작아지는 바람에(약 8" 정도)
프로젝션티브이와
프로젝터를 나란히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안방의 오디오장을 들어내고 기존에 거실 티브이 옆에 있던 오디오장과 LP장은
안방으로 넣고
DVD장은 컴퓨터방으로 보내고
기기 간에 20개에 달하는 케이블
연결하고
리어스피커와 프로젝터로 가는 케이블을 딴에는 깔끔하게 처리하고

...

센터스피커는 장식장 안으로 넣었고,
장식장 왼쪽 위에 보이는
까만 것은 노트북입니다.
Divx을 프로젝터에 연결해서 보기위해서 설치 했습니다.

프로젝터는 천장에 설치하지 않고
그냥 서랍장 위에 설치 했습니다.

설치위치가
스크린의 끝부분이라 키스톤이 잘 맞지 않습니다.
아무리 해봐도 잘 안 되더군요.
프로젝터
아래의 서랍장이 영 눈에 거슬려
현재 바우하우스의 DVD장을 주문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 위에 올리면 상하의 키스톤은 조절이 필요 없는 높이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미관상으로도 그 편이 나을 것 같아서입니다.

직접 작업을 할려니 케이블의 처리가 역시 문제였습니다.
예전에
리어스피커를 위해 꿇어 넣은 구멍이 너무 작아
케이블을 다 바깥쪽으로 빼서
연결 하지는 못하고 일부는 바깥으로 빼 내고
나머지는 사진에서 보다시피 양면
테입을 이용해 최대한 깔끔히 처리하려 노력했습니다.
직업 보면 양면 테입들은
잘 안 보입니다.

작업하는데만 거의 이틀에 걸쳐 12시간이 소모 됐습니다.
막상
해놓고 보니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2. 기기의 성능 (기존의 프로젝션 티브이와 비교)

기존의 티브이와 비교하면 한마디로 "크기에서만 앞선다"입니다.
하지만
그 한가지 만으로도 돈값은 하고도 남는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선명도도 떨어지고,
색감도 떨어지고, 밝기도 떨어지고, 거기다가 명암비까지
어느 하나 기존의 프로젝션
티브이를 앞서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래 그림에서 보다시피 기존의 45" 화면은 (물론
옆에서 찍은 탓도 조금은...)
마치 기존 티브이의 기능 중 하나인 PIP 화면을
보는 듯한 생각마저 들 게 합니다.

사진으로는 선명도나 명암비 같은 것이 잘 구분이 안되지만
육안으로
직접 보면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물론 이 정도(230만원)의 가격으로 제가 가진
프로젝션티브이 정도의 화질에 100" 화면을 원하시는 분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사실
가격도 Z91E가 더 싸기고 하구요.

하지만 100"(4:3)에 달하는 화면은 모든 것을 충족시켜 줍니다.
앞서
말한 불만들은 두 개의 디스플레이를 나란히 켜놓고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어두운
밤에 주방 쪽에 할로겐등 하나만 켜놓고
티브이는 끄고, 프로젝터만 켜 놓으면
다른 아무 생각 없이 대화면이 주는 감동에만 빠지게 됩니다.

3. 기기의 성능 (프로젝터만으로서의)

설치가 끝나고 무슨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가,
그만 딸애(22개월)
한테 걸려서 티거무비를 먼저 보고 말았습니다.
하루에 1~2번은 꼭 티거무비를
봐야 하는지라 (딸애는 무조건 "아빠, 푸 트어조"라고 얘기합니다만)
...

어쨌든 일단은 티거무비를 한번 보고 (매일 보는거지만 재미 있더군요!)
딸애를
재워놓고 난 후

벅스라이프, 분노의역류, 매트릭스(이상DVD), 토토로(DIVX) 등을
부분 부분 보았습니다.
역시나 좋더군요.

화질을 하나하나 따지자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하나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지만
그런데로 볼만한(영화에 몰입해 보다보면 그런데로가 아니라
아주 좋아집니다.) 화질에
면적으로 보면 기존의 거의 5배(45" : 100"
- 4:3화면기준)에 달하는지라
뭐, 특별히 더 말이 필요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래의 화면들은 풀스크린이 아니라 적당히 잘라낸 화면들입니다.)

먼저 '벅스라이프'의 한 장면입니다.
하단부의 검은 테는 스크린의
테두리입니다.
일반적인 4:3 화면을 볼 때는 스크린을 올리고 보는데, 이때는
잠시 내려와 있었습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선명도나 디테일 등등 나무랄데 없어 보입니다.
워낙에
'벅스라이프'의 화질이 좋은 탓도 있겠지만
이러한 느낌을 Divx판 '토토로'에서도
느꼈기에, 꼭 화질이 좋아서만은 아닌 것도 같습니다.

아래는 '분노의역류'의 한 장면입니다.
여러장을 찍었는데
제대로 찍힌게 위에 있는 사진과 이 사진밖에 없습니다.
6개의 스피커와 함께
다가오는 거대한 불길은(작은 티브이에서는 못 느꼈던...)
그야말로 제 작은 아파트
거실을 다 태울 것만 같았습니다.
화질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 좀 아쉽기는
하지만,

큰 화면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은 여전했습니다.

아래의 사진들은 많은 분들이 좋아 하시는 매트릭스의 장면들입니다.
어두운
장면에서의 디테일이나 얼굴색의 표현 등이 나름대로 훌룡하지 않나 생각 해 봅니다.

4. 총평

주저리 주저리 적어놓고 한번 더 읽어보니
기기 자체에 대한
평보다도 설치기가 더 긴 것 같습니다.
(설치기는 더 길게도 적을 수 있을 것
같군요)
워낙 몇 시간 사용해 보지 않다보니 성능에 대한 평은 좀 그런 것 같습니다.

어쨌든 결론을 내리자면
몇시간 사용해 본 제 생각으론
일반
성능 좋은 티브이에 비교해서
굳이 화질을 따지겠다면
Z91E는 구매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화면의 벅찬 감동을 느끼고는 싶지만
여유가 많지
않다면 적극 권유합니다.
그리고, 굳이 Z91E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급의 프로젝터를
구입하시더라도
나란히 제품을 놓고 테스트하거나
실수로 엄청난 상급 기종을
보지 않는다면
200~300만원의 예산으로 100" 대화면은 즐겁게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별 정보도 얻을 것 없는 본인의 설치기 겸 사용기를 여기까지
읽어 주신 분께 감사 드립니다.

- 800X600의 화면이나 도트 등에 대해서는 제 사용기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