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에 먼저 소개되고 일본문화 개방후에 다시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이 영화는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해 기타노 다케시를 거장의 대열에 올려 놓은 작품이다. 개봉 당시 많은 언론과 관객들로부터 관심을 사긴 했으나 흥행면에선 별로 신통치가 못했다. 다케시 감독에게 관심 없었던 사람이라면 어쩌면 영화는 기대이하였을지도 모른다.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 그의 작품은 <소나티네>, <하나비>, <키즈리턴>, <키쿠지로의 여름>인데 그 중 가장 최근에 <키쿠지로의 여름>이 상영됐었고 올해 부산영화제 폐막작으로 다케시 감독의 최신작인 돌스(dolls)가 초청된다. 일단 이 작품이전에 그의 다른 영화들을 보는 것이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영화 <하나비-불꽃놀이>는 일본인들이 열광하는 불꽃놀이를 제목으로 하고 있다. '하나(花)'는 삶과 사랑을, '비(火)'는 총화 즉 폭력과 죽음을 상징한다. 또, 주인공인 니시의 삶 또한 불꽃놀이와 아주 비슷하다. 감독이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삶과 죽음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고 공존하며 또한 죽음은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이라는 생각을 제목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었으리라. 다케시의 영화에서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기본적으로 하드보일드하다. 현실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므로 거칠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관객인 우리 자신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영화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 와중에 가끔씩 다케시가 던지는 유머는 그러한 삶에 대한 감독의 애정어린 위안이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7번째 작품인 이 영화는 그의 전작인 그 남자 흉폭하다 , 3-4×10월, 소나티네 등에서 나오는 폭력의 미학과 키즈리턴,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의 아름다움이 모두 뒤엉켜 있다. <하나비>는 완성도 측면에서 아주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다케시 최고의 영화라고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간결하고 잔인하며 상징적인 폭력과 유머'와 같은 다케시 영화의 기본 코드에 가장 충실한, 그의 스타일이 유감없이 발휘된 다케시영화의 종합선물세트나 다름없다!! 그의 영화가 매력적인 것은 언제나 그렇듯 "다케시적 폭력미학" 때문이다. 타란티노의 영화가 보여주는 폭력이 직접적이고 악랄하며 생생한 것이라면 다케시의 그것은 잔인하고 우울하며 내면에는 짙은 허무와 냉소가 깔려 있지만 한편으론 미소지어 버리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그리고 다케시의 영화에는 유난히 빈 공간이 많다. 이런 여백의 공간에 카메라가 한 동안 머무는 장면이 종종 연출되는데 감독은 여기서 빈 프레임을 통해 관객이 좀 더 깊은 생각에 잠기게끔 하려는 것은 아닐까?

90년대 일본영화의 팔방미인인 기타노 다케시, 그는 풍자적인 성격이 강한 카툰화가로서도 활약중인데 이 작품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그가 교통사고 후에 실제로 직접 그린 그림들이 소품으로 삽입이 되어 장면전환 용으로 사용된 것이다. 음악은 이번에도 역시 히사이시 조가 맡았는데 영화의 실사 사이사이로 잠깐동안 비추어지는 삽화를 따라가다 보면 명상에 빠질 법한 정적인 화면과 아주 잘 어울리는 히사이시 조식의 뉴에이지 음악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주인공의 심리나 영상을 잘 묘사한 그의 음악은 정말 최고다. <타락천사>를 보고 매너리즘에 빠진 왕가위를 우려했던 것처럼 언제나 같은 식의 폭력과 유머에 만족하는 다케시가 걱정되기도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쨘~하고 멋지게 등장할 <돌스(dolls)>에 또 한 번 참신한 기대를 걸어본다.

DVD는 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메뉴 화면은 아주 단순하긴 하지만 각 메뉴마다 테마음악이 DD 5.0으로 분리되어 나오기 때문에 감상하기 에도 좋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챕터 선택 메뉴에 해당 챕터의 그림이 없다는 것이다. 그냥 SCENE 1,2 이렇게 나뉘어져 있어서 보기가 그다지 성의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화면비는 1.85:1 아나모픽이고 코드 2 소스를 쓴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감상하는데 지장 없을만큼 깨끗한 화질을 보여준다. 오디오는 DD 2.0만 지원한다. 드라마류의 영화이기 때문에 그다지 음분리 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시종일관 음악과 대사만으로 나아가는 영화이기때문이다. 물론 가끔식 나오는 총 쏘는 씬이나 음악이 더 생생하다면 좋겠지만..음질도 화질과 같이 영화를 감상하는데 지장이 없다. 자막은 영어, 일어, 한국어를 지원한다.

스폐셜 피쳐를 보면 약 14분 가량의 [제작현장]뒷 이야기와 [극장 예고편]이 있다. [제작현장]에는 다케시 감독이 영화를 어떻게 만드는 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화면들로 잘 꾸며져 있다. 다케시 사단(?)의 모습을 볼수도 있는데 특히 이 영화의 조연출도 가끔식 등장한다. 히로시 시미즈라는 감독인데 이 영화 이후에 자살관광버스라는 영화를 연출한 인물이다. 일본내에서 다케시 사단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감잡을 순 없지만 그들만의 세계를 독특하고 자신감있게 잘 표현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그리고 일본 극장 예고편이 들어있고 마지막으로 아주 멋진 선물이 있는데 제작사 측에서 마련한 <시네마 제패니즈>가 바로 그것이다. 스폐셜 피쳐는 기대에 못미칠만큼 부실하지만 이 영화가 온전한 모습으로 나온것만으로도 만족할만하다! 예전에 그 누가 알았겠는가? 일본 문화가 개방될거란 사실은 상상도 못했었고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복사한 비디오 테잎을 어렵게 구해서 눈물을 머금고 보았었는데... 그 시절이 한 번씩 그립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괜찮은 화질과 음질로 영화를 본다게 어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