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됴파일 음반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항상 음악이 먼저다. 하지만 음악이 좋고 음질까지 좋으면 금상첨화. 이럼 명반이 아닐까! 영화를 볼 때 가끔은 내용이나 배우들을 보지 않고 감독 이름만 보곤 무조건 보는 영화들이 있다. 여러분도 영화 좋아하시면 가끔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는 무조건 보는 경험이 있으리라…
음반 살 때도 영화 감독처럼 그런 부류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레퍼런스 레코딩스(이후 RR)”란 회사의 음반들이다. 아마 오됴 좋아하는 분이라면 적어도 이 회사 음반을 한 장 이상은 갖고 계시리라. 여기의 레코딩 엔지니어인 Keith O. Johnson이란 70대 중반의 지구상에서 굉장히 유명한(적어도 레코딩과 오됴 기술 분야에선) 할아버지 엔지니어가 계신다. HDCD의 발명가, RR의 모든 음반을 녹음하신 분, 퍼시픽 마이크로소닉스의 모델 원, 모델 투 A/D, D/A 컨버터를 만드신 분, 그래미 상에 수 차례 노미네이션되고 상도 타신, 최근엔 HRx란 새로운 고음질 음원도 만드신, 등등등…
아마 오디오 기술 분야에 노벨상을 준다면 강력한 후보로 등록되지 않을까 싶다. 해외에선 이분의 이름 앞에 항상 수식어처럼 “Professor”를 붙인다. 난 이 분이 19살 때인 1957년 스탠포드 대학 재학 시 녹음한 Red Norvo Quintet(RR-8CD)을 들은 이후로 주-욱 팬이다.
서론이 좀 길어졌다. RR의 음반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이 회사는 별로 안 유명한 클래식 메뉴들을 종종 녹음한다는 것이다. 특히 근 현대 미국 작곡가들의 다른 음반사에선 절대로 녹음 안 하는. 항상 새론 음악을 좋아하는 나로선 참 고마운 레이블 중 하나다. 아직도 서론… 각설하고!
오늘 찾은 음반은 이 “존슨 교수님”이 녹음하신 “Crown Imperial (RR-112)”이다.
오됴매니아나 오됴파일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당신의 오됴가 뭔지, 매칭을 어떻게 했는지 이전에, 당신의 오됴가 놓인 공간일 것이다. 좋은 대형 하이-엔드 오됴, 특히 스피커를 제대로 쓰기 위핸 우선 훌륭한 오됴-룸이나 집을 먼저 장만해야 하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녹음도 비슷한 것 같다. 룸-어쿠스틱이나 녹음 공간이 어떠냐는 요리에 기본적으로 재료가 얼마나 싱싱해야 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아래 사진은 이 음반이 녹음된 곳의 사진이다. 미국 달라스의 메이어슨 심포니 센터로 달라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주무대다. 약 2000명 가량 수용할 수 있고 세계 최고의 콘서트 홀 중 하나이다. 정면에 설치된 파이프 올간은 4,535개의 파이프를 갖고 있고, 작게는 2cm 높이의 파이프에서 크게는 거의 길이 10m, 직경이 0.5m 정도되는 파이프들로 구성 되어있다고 한다. 존슨 교수님이 가장 좋아하는 오케스트라 녹음 공간이다.
이 음반은 이 멋진 홀에서 녹음된 이 음반의 부제처럼 “오르간, 목관, 금관, 타악기를 위한 축제 음악”이다.
위에 언급한 서론이면 본론과 결론이 별로 필요치 않은 것 같다.
단, 자신의 오디오와 음악 감상에서 “극한의 다이내믹스”를 정말로 느껴보고 싶거나, 거대/방대한 스케일의 음악이 어떻게 이런 디테일을 표현하는지, 훌륭한 녹음과 공간이 어떻게 음악을 아름답게 표현해 내고 감명을 줄 수 있는지, 이런 점들이 궁금하시면 꼭 한번 필청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음반은 일반 CD(HDCD)와 HRx(US$ 45)의 두 버전이 나와있다. 24bit/176.4kHz 출력이 지원되는 시스템이 있는 분이라면 HRx를 꼭 권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