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전남 내장산, 백양산으로 단풍놀이를 갔었다.
山에서 내려와 여럿이 밥을 먹고 부근의 백양사로 처음 절구경을 갔다.
해가 지고 있었다.

경내에 큰 북이 매달려 있었다.지름이 이미터도 넘었던 것 같다.
어느 젊은 스님이 그 큰 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 시간이면 그런 禮가 있는 지도 몰랐다.
전혀 예상 밖의 이벤트였고, 일행 모두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서 지금도 그 때를 이야기하곤 한다.
이건 오디오로는 어려운 소리라고 한마디씩 하고 끄덕거렸다.

그 백양사 북소리가 생각난다.
제니퍼 원스,Hunter 앨범의 Way Doen Deep이나 최근에 감동한 캔사스 시티 오케스트라 팀파니도 훌륭하다.
하지만 이 앨범 11번 트랙,사이즈를 짐작하기 어려운 북에서 울려오는,
나즈막히 시작하여, 중국 전통 관악기와 휘몰아치는 쾌감은 숨막히다는 표현이 저절로 나온다.
음악적 완성도 또한 대단히 훌륭하며 팔분에 가까운 연주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강하기 그지없는 어택음은 1번 트랙이 더하지만 이 11번 트랙이 이 앨범의 백미다.

북소리 뿐 아니라 앨범 곳곳에 숨어 있는 수묵화 서정은
서양 음악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맑고 깊은 여백의 아름다움이다
중국에 이런 대단한 아티스트가 있는지 처음 알았고
개인적으로 이 앨범을 알리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P.S : 혹시 이 가을에 전남 쪽으로 단풍놀이 가시는 분 계시면 백양사 들러서 북소리 꼭 듣고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