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노라 존스'의 공연 DVD를 보고 별로 재미가 없었던 터라 몇 번을 망설이다 '다이아나 크롤'의 파리 공연 DVD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다이아나의 노래들은 CD로 많이 들어보았기 때문에 매우 친숙하게 공연을 보기 시작했지요.
"오호! 대단한 걸~!" 탄성을 지르게 되는 장면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오케스트라와 재즈 밴드를 능숙하게 이끌어가며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게 노래하는 다이아나의 농염한(?) 모습! '진정 프로다운 기질이라는 게 저런 것이로구나.' 감탄하게 만듭니다. 그러면서도 자기를 도와 연주하는 뮤지션들에 대한 배려도 남다릅니다. 그의 표정에서 정말 고마워하며 존경하는 눈빛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이 사이 들어가는 뮤지션들의 솔로(기타, 더블베이스, 드럼)는 혀를 내두를 만큼 대단한 연주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것은 노래하고 연주하는 모두가 기쁨에 차서, 행복한(그것도 참으로 편안하게) 연주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연주하는 게 보고 듣기는 쉬우나 얼마나 많은 노력과 음악에 대한 애정이 필요한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입니다. 대가들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오케스트라가 동원되어 클래시컬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 것도 한 몫 했지요. 다만 제가 2채널 스테레오로 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라이브라서 그런지 녹음이 약간 이상하게 들렸습니다. 마치 녹음을 따로 해서 붙여 넣은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악기들의 공간감도 조금 불분명했습니다. 그리고 다이아나도 역시 사람인지라 뒤에 가서는 조금 피곤해 보이더군요.^^
하지만 이런 단점들은 정말 뛰어난 연주와 관객들의 매너 속에 파묻혀버리고 맙니다. 게다가 사이 사이 들어가는 수채화 같은 풍경은 이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겨주었습니다. 다이아나의 노래들은 가을과 겨울에 잘 맞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와 아들 녀석도 함께 보았는데, 매우 좋아했습니다. 약 2시간 공연이 참 빨리 지나갔습니다.
이번 한가위 긴 연휴 동안 재탕 삼탕 TV 영화에만 빠져있지 마시고, 가족과 함께 이 가을에 어울리는 재즈 공연 한 번 보러 가시지요?!
다니아나 크롤의 파리 공연이 여러분의 안방을 찾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