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어서 그날그날 사람의 기분에 따라 참으로 다르게 들린다는 것입니다. 차이콥스키의 이 음반이 원래 비장한 것이고, 작곡가도 그렇게 작곡했고, 비극적인 음악이지만 저는 지금까지 많은 시간 이 음악을 들으면서 그렇게 비장하거나 슬프게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그저 음악을 듣는 청자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이 음악을 작곡하지도 않았고 내가 격렬한 슬픔을 가슴에 안고 작곡자의 마음을 오케스트라의 단원들과 함께 담으려고 노력하는 지휘자도 아니었기에, 내가 아무리 감정이입을 시키고 듣는다고 하여도 음악은 역시 하나의 음악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참으로 기분이 아침안개와도 같았습니다. 아니, 꾸물꾸물 올라오는 초여름 아지랑이 같다고나 할까요.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는 정신적인 여러 가지 문제들은 저를 극도의 슬픔으로 몰고 갔습니다. 아침에는 출근길에 차가 길거리에 퍼지는 사고 아닌 사고도 작용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갈 데까지 간 차량은 어서 새 차로 바꾸어 달라고 노래를 부르는 듯 하지만 차를 산다는 게 초컬릿을 사는 것처럼 쉬운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기분으로 이 음악을 들으니, 그래요. 참으로 비장한 노래가 되었습니다. 아, 이 노래가 이렇게 슬픈 음악이었구나. 내 가슴을 온통 쥐어 짜는 음악이었구나. 하고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토록 건조했던 한 소절 한 소절 음악의 콩나물 대가리들이 그토록 질펀하게 삶을 노래하고 아픔을 노래하고 있었구나, 깨달아 지는 것이었습니다.

차이콥스키의 마지막 교향곡. 그래서 더 슬픈 것일까요? 자신이 초연한 연주에서 큰 호평을 받진 못했지만 많은 청중들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흘린 것이 알려지면서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훌륭한 명반들도 많이 있겠지만, 제 집에도 다른 음반들이 있지만 저는 비교해서 들을 음악적 소양이나 지식은 없습니다. 1955년에 녹음된, 44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담겨진 이 음반으로 오늘은 하루를 마감합니다. 어서 슬픔을 떨치고 일어날 수 있기를.

3악장의 거대한 반항마저도 어찌 이토록 슬프게 들리는지....

(개인적으로 몽퇴의 이 음반은 프랑스적 슬픔을 자알 담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몽퇴의 특징이 음표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잘 살려낸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