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가 바이올린 레슨을 받습니다. 아직 비브라토도 들어가지 못한 상태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연습을 하는 중입니다. 그러던 중 모 오케스트라 오디션을 보라는 선생님 말씀에 연습곡을 준비하는데, 그것이 바로 비발디의 협주곡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연습용 CD에도 녹음이 되어 있지만 그것은 바이올린과 피아노로만 구성된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설마 그 협주곡이 우리집에 없을까 하여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뿔싸....비발디의 협주곡이 워낙 많다보니 아무리 찾아도 시험곡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아빠의 체면은 구겨지고 해서 온갖 샘플러까지 뒤져 겨우겨우 찾아낸 것이 두 개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음반을 걸었는데, 아, 연습용 음반에서 나오던 음악하고는 차원이 다른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다시금 비발디 협주곡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파인에 들어가 비발디를 검색하고 몇 종의 음반을 구매하였습니다. 물론 원하는 곡은 역시 파인에 없었습니다만 오늘 소개하는 음반은 그 중에 건진 몇 음반 가운데 하나입니다. 누구나 음악을 듣는 취향이 다르기에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음반은 아침 저녁으로 내내 틀어놓아도 언제나 저를 즐겁게 해 줍니다. 너무 튀지도 않고 그렇다고 심하게 정적이지도 않습니다.

적절한 긴장과 적절한 탄력으로 음악을 듣는 이로 하여금 음악감상의 즐거움에 빠져들게 합니다. 2장의 cd에 황제에게 헌정되었다고 하는 '라 체트라(La Cetra)'의 12개 협주곡을 꽉 채워 145분 가량을 즐길 수 있는 저렴하면서도 훌륭한 음반입니다.

소개해 드릴 비발디 음반이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다음 기회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비발디의 사계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라 스트라바간자'나 '라 체트라'에도 많은 분들의 감상기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SACD 음반만큼의 유려함은 약하지만 비발디 협주곡 자체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묻어 나오는 멋진 음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