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로포비치는 첼로 무대에 데뷔한 때는 1942년이고 지휘자로 데뷔한 때는 1968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입니다. 어언 40여 년 가까이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도 그저 첼리스트로만 알고 있었네요.

1927년 생이면 현재 연세가 80세가 되는 것이고 이 음반 녹음연도가 2003년이니까 78세 때 한 것인데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저희 아버지 연세랑 비슷하신데 지휘를 하셨다고 하니까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또한 미하일 플레트네프는 1978년 차이코프스키 콩쿨과 전 소련 연방 콩쿨, 파리 주네스 국제 콩쿨을 석권하였으며 1997년에는 최고 피아니스트로 선정된 천재 피아니스트입니다. 1957년생이니까 48세 때 녹음한 음반입니다. 거장 할아버지와 노련한 천재 장년의 만남으로 이 극적이 음반은 완성되었습니다.

저는 피아노 곡을 그다지 선호하는 편은 아닙니다. 특히 쇼팽의 녹턴 같은 곡들은 그저 졸립기만 해서 즐겨 듣지 않습니다.(피아노를 좋아하시는 분께는 죄송합니다.) 그래서 격렬하거나 강렬한 타건이 있는 피아노 곡을 듣는 편인데 이 음반은 그런 면에서 절대로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세르게이 라흐마니호프와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이 각각의 CD에 담겨져 있습니다.(1악장에서 3악장까지 3번 트랙까지인데 CD 뒷표지에서 프로크피에프의 트랙을 1~13이라고 잘못 표기해 놓았습니다.)

속지에 보면 라흐마니호프와 프로코피에프의 사진이 나옵니다. 라흐마니호프는 전형적인 설원의 러시아인 같고, 프로코피에프는 쉰들러 리스터 같은 분위기의 약간은 지적인 러시아인 같습니다. 이렇게 모아놓은 음반이 은근히 재미가 있습니다. 같은 러시안이면서도 시대를 달리했던 라흐마니호프와 프로코피에프의 같은 피아노협주곡 3번을 듣는 맛. 다르면서도 같이 느껴지는 러시아의 풍채들.

지휘자나 연주자나 작곡가 그리고 오케스트라까지 모두 거대한 러시아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람들로 채워진 놀라운 음반입니다. 로스트로포비치가 첼로가 아닌 지휘봉을 잡은 사실도 놀랍고, 그 연세에 이토록 멋진 지휘를 이끌어 내는 점도 그렇고, 강렬하면서도 멋지게 러시아의 색채를 복원하며 그려낸 플레트내프의 피아노도 일품입니다. 세밀한 곳에서는 아주 세밀하게.....연주하는 센스도 물론 있습니다.

아직 피아노에 대한 내공이 부족해서 그저 감탄했다는 사실만으로밖에는 이 음반을 소개할 길이 없네요. 여러분도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부족한 감상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