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감상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구입하고 나서 오랫동안 들었지만 감상기를 쓸 만큼 어떤 이미지나 느낌이나 감동이 쉬이 전해오지 않아서였습니다. 온갖 상을 다 휩쓴 음반이 이제 제게 다가왔음을 용서하소서.

그러나 오늘 드디어 그 감동이 제게 찾아오는군요.

그것은 아마도 가을을 맞이하는 제 가슴과도 조금 연관이 되어있다는 생각입니다. 아직은 약간 우울모드에 접해있는 제 영혼을 이제서야 말러가 치유하는 듯, 그렇게 부드럽게 다가옵니다.

말러 7번의 교향곡은 다른 여타의 교향곡처럼 쉽게 주 선율부가 익혀지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금관악기가 주제를 이끌어가지만 어쩐지 그 금관악기의 투명한 음색이 감정과 분리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딘가 불분명한 듯한 그런 음색이었는데, 이제서야 그 음색이 제 자리를 찾아가고 정확하게 가슴을 울립니다.

말러 7번 교향곡의 1악장은 천천히 가슴을 어루만지며 영혼을 일으켜 세우는 느낌입니다. 만약 약간 의기소침한 상태에 놓인 분이라면 1악장 도입부로 하루를 여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엘리후 인발은 말러 전집을 낸 지휘자이며 말러 음반에 있어서 상당히 지명도를 높이고 있는 분입니다.
다행이 데논의 일본 수입반이 저렴하게 파인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기쁩니다.

이어지는 느리고 장중하면서도 따뜻한 트럼본?의 음색이 포근합니다.

2악장의 시작이 여린 금관악기로 문을 엽니다. 정말 새벽을 여는 느릿하면서도 신선함이 조용하게 가득 배어 나옵니다. 곧 활기찬 아침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말러의 7번 교향곡은 전체적으로 점잔합니다. 신사적인 오케스트라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분위기를 이끌어갑니다. 그러나 이 음악은 밤의 음악입니다. 그래서 시끄럽거나 쿵쾅거리지 않습니다.

7번 교향곡은 밤의 노래라는 작은 제목이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2악장은 야곡(夜曲)1, 4악장은 야곡(夜曲)2로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4악장은 보다 잔잔하고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합니다. 말러의 오케스트라가 이렇게 작은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도 신기합니다.

7번 교향곡은 특이하게 5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5악장은 론도-피날레로 표기되어 있는데, 피날레답게 시종일관 경쾌하게 그리고 오케스트라답게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연주합니다.

말러 7번은 참 맑고 따뜻하며 상쾌하며 부드럽습니다. 다른 심포니와 차별됩니다. 다른 지휘자의 말러 7번을 들어보지 않아서 뭐라고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다른 말러의 교향곡과는 상당히 차이가 큰, 그런 기분 좋은 (물론 다른 심포니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음악입니다.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피날레가 시원합니다. 기분 좋게 음악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