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 : 2138 | ID : yonadarn | 글쓴이 : 이태훈 | 조회 : 5681 | 추천 : 166
16,900 원
존 바비롤리 & 베를린 필 1965년 실황 / 말러-교향곡 2번 "부활" ; John Barbirolli / Gustav Mahler-Symphony No.2 "Resurrection" (2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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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직후 전세계 평론가들로부터 최고의 격찬을 이끌어낸 음반. “말러 애호가들에게 필수 불가결한 음반. 원시적인 힘과 상냥한 아름다움이 함께 드러나는 연주, 말러의 급격한 변화와 저속함의 폭발을 강조한 연주, 부드러운 서정성의 연주는 각각 많이 찾아볼 수 있지만, 바비롤리의 2번이 잊혀지지 않는 것은 이 모든 요소를 전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 헨리 포겔 (객석 4월호 발췌)
존 바비롤리는 카라얀이 최초로 베를린 필과 말러 연주를 시작하기 그 이전의 척박한 베를린에서 3회에 걸쳐 말러 2번 교향곡을 연주했다. EMI가 선정한 구 시대의 위대한 지휘자 60명에 포함되는 존 바비롤리.
내가 태어나던 해인 1965년에 베를린에서 녹음을 해서인지, 내게 말러 2번 교향곡의 감동을 주어서인지 더 정이 많이 가게 된 음반이다. 이 음반은 ADD 모노반으로 녹음이 되어 있다. 물론 디지털로 리마스터링이 되어 있지만 고음질이 아니라는 점은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하겠다.
말러 2번 교향곡의 첫 도입부는 상당히 특이하다. 바르롤리는 이 첫 부분을 멋지게 이끌었다. 운명이 그렇게 긴장하며 숨죽이며 나가는 것 같기만 하다. 그라모폰지는 2004년 9월호에서 '소름끼치는 웅변적인 긴박감으로 시작하며, 듣는 이에게 어색한 놀라움을 준다'고 표현하고 있지만, 나는 조금 과장된 표현이 아닌가 여겨진다. 충분히 긴장하며 잘 감상할 수 있었고 나에게는 이 첫 도입부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1악장에서 13분 정도에서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부분이 나오는데, 노쇠한 거장은 거친 숨결을 몰아내쉬며 힘겹게 이끌어간다. 힘이 딸리는 자동차 같아 조금 아쉽기도 하다. 노년의 레이찰스가 고음 부분을 힘겹게 처리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CD2에서 2악장에 들어서면 밝고 경쾌하며 두툼한 주제부 선율이 저음을 딛고 화려하게 올라선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주 선율부와 밝고 깨끗한 음색이 서로 교차되면서 연주된다. 6분 정도 지나면 상당히 밝은 음색이 1분 이상 지속되는데 바비롤리가 이끄는 지휘의 특색으로 보인다. 지나치게 어둡지 않게 처리하는 느낌이 든다. 2악장에서 10분 정도 지나면 상당히 온화한 음색이 방 전체를 감싸고 있음을 알게 된다.
3악장이 시작되면서 갑자기 장내가 소란스러워지고 여기저기서 기침소리가 들린다. 일부러 라이브임을 강조하려고 하지 않는 이상 꽤 신경에 거슬린다. 간간이 기침소리가 나와 감상을 방해하기도 한다.
4악장은 5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성악부만 등장한다. 오케스트라는 약하게 받쳐주며 소프라노의 고운 목소리가 편안하게 거실을 감싼다.
5악장은 웬만한 교향곡 전체 길이에 해당하는 34분짜리이다. 대단한 작곡이다. 드디어 웅장한 부활의 서곡이 울려퍼지는 것이다. 위대하고 장엄하게 시작한 교향곡 5악장은 그러나 어느새 조용한 합창으로 넘어가 있다. 소프라노가 음을 이끌고 산으로 올라가면 어느새 하늘천사 같은 남성합창부가 여리게 하늘을 열어준다.
명료한 종소리와 함께 부활은 그렇게 찾아온다. 마지막 피날레가 조금 아쉽다. 리마스터링 과정에서 잡음을 없애려고 엔지니어링 작업을 해서인지 과감하게 치고 올라가야 하는 부분에서 멈칫거리는 느낌이나 음이 함몰되면서 묻혀버리는 느낌이 든다. 모노의 한계 같기도 하고, 지휘자의 성향 같기도 하다.
속지 안쪽에 1969년 베를린에서 말러 메달을 받는 사진이 나온다. 지금 이 세상에 없는 그의 지휘를 음반으로 듣는 것은 어쩌면 행운인지도 모르겠다. 말러가 죽은 지 몇 십년 지나서 지휘했던 그의 마음이나, 그가 죽은 지 다시 몇 십 년 지나서 그의 음반을 듣는 나의 마음이 같지는 않겠지만, 평생 음악을 추구한 그들 앞에 조용히 머리를 숙이며, 경건한 마음으로 음악을 감상해본다.
음질은 SACD반처럼 좋은 것은 아니지만 여느 모노반처럼 완전히 망가진 음은 아니다. 듣기에 괜찮으며, 단지 모노의 한계가 조금 있다는 정도이다.
호평과 혹평이 같이 존재하고, 말러 2번으로서 완전한 명반의 대열에 올라선 음반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좋은 명반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음반으로 보여진다.
존 바비롤리의 조금 더 젊었을 때의 다른 음반들을 들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긴다. 그는 엘가의 해석에 있어서 대가라고 한다...^^
송인관
드디어 태훈님의 말러 대장정이 시작되는군요. 태훈님 덕분에 말러를 더 듣고 싶어집니다.말러의 곡중에 2cd가 여럿 있어서 감상 시간이 좀 길지요. 더운 여름에 고생 많이 하시겠네요.
이태훈
인관님 덕분입니다.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말러에 몸을 내맡겨 봅니다.....^6
fineAV
좋은 정보가 되는 감상기 감사합니다. 감사의 뜻으로 소정의 적립금을 적립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