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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을
구입하기 전의 일이다. 월차를 이용해 오랜만에 용산 나들이에 나섰다.
전자랜드 2층 수입AV코너를 돌면서 사고 싶은 기기들에 눈도장을 찍던
중이었다(아아 이럴 때 주머니돈이 곧 오디오라는 명언이 왜 그리 야속한지).
2층
귀퉁이에 DVD타이틀을 판매하는 곳이 보였다. 코드 1번 타이틀도 제법
갖춰놓았기에 한 번 알아나 보자고 <세븐>의 가격을 물어보았다.
대뜸 6만원이란다. 세상에, 6만원이라니. 해외쇼핑몰을 등기로 이용해도
그보다는 쌀 것이었다. 왜 그렇게 비싸냐고 묻자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이다.
“그나마도 없어서 못 팔아요.”
결국 AV초보들, 특히 해외쇼핑몰 사용에 익숙치
않은 이들을 상대로 터무니없는 가격을 받고 있는 거였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장사를 해야 하는 그들을 나무라야 하나, 아니면 작은 불편이
싫어서 훨씬 웃돈을 주고 코드 1번을 구입하는 이들의 게으름(혹은 무지)를
탓해야 할까. 영어 몇 마디 쓸 일도 없는데.
혹시 비싼 달러 줘가며
굳이 코드 1번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호기심이 문제가 될까. 아무려나.
 잡담
제하고 <세븐> 플래티넘 시리즈는 여러모로 소장가치가 높은 수작이다.
변형케이스부터 시선을 꽉 붙들어맨다. 꼭 양장본처럼 생긴 케이스 안에
디스크 2장이 곱게 꽂혀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북클릿이 없다는
점. 케이스 자체로도 북클릿을 대체하고 남지만 웬지 허전하게 다가온다.
먼저
화질. 과연 매니아들의 탄성을 자아낼 만 하다. 특히 블루와 옐로우의
재생력이 놀랍다. 비가 내리는 장면에서의 희부윰한 빛은 투명하면서
차가운 맛을 주며, 황야에서 벌어지는 결말부는 금방이라도 모래바람을
비젼 밖으로 내보낼 것 같다.
과장이 아니다. 지금까지 감상한 어떤
영화보다 선명하고 양감이 뚜렷한 화질을 보여준다.
시원한 액션이
주를 이루는 영화는 아니지만 사운드의 완성도 역시 만점을 줄 만 하다.
인상 깊었던 것은 서머셋(모건 프리먼)이 도서관에서 초서의 <캔터배리
이야기>며 단테의 <신곡>을 찾는 장면. 이 때 도서관 관리인들이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틀어놓는데 음악과 영상의 조화가 참으로
아름답다.
DTS ES 6.1을 지원하지만 현재 갖춰진 시스템은 5.1채널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리어 센터까지 지원하는 시스템이라면 더욱 완벽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겠다.
 예전에
비디오로 봤을 때는 자막만 읽느라 신경을 못 썼던 부분인데 브래드
피트의 대사는 거의 절반이 욕이라는 사실. 친절하게도(?) 영어자막은
아무런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재미있는 욕이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Charlie’s Fucking angels(X같은 미녀삼총사같으니라구)”같은
것.
서플 디스크에는 또다른 오프닝 시퀀스와 삭제 장면, 원래와는
약간 다른 결말부 등 영화 외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소스들이 풍부하다.
문제는 항상 그렇지만 서플은 자막을 지원하지 않아서 대충 보고 듣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그러나 워낙 본편이 훌륭한 영화인 탓에 서플에는
그닥 관심이 가질 않는다.
 뉴라인시네마에서
‘플래티넘’의 이름을 붙여 재출시되는 작품들의 거개는 퀄리티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 중에서도 <세븐>은 아주 특별한 타이틀로
기억될 만 하다.
어느 DVD칼럼니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당신이
DVD를 즐기는 사람라면 이 타이틀은 반드시 구입해야 한다”고. 쓰는
이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븐>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해외쇼핑몰을 이용하면 4만원 안팎의 금액으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부러 용산 등지에서 터무니없는 가격에 현혹될 필요가 없다. 인터넷
만능시대를 살면서 정작 이런 것을 불편해 한다면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노릇이다.
쓰는 이라고 영어를 잘 하겠는가. 다만 영어에 익숙치
않아도 좀더 나은 타이틀을 감상하고 싶은 게 전부이다. 그것만큼
절실한 이유가 사실 또 있을까.
Mydvdbox.com(캐나다 교민이 운영하는
DVD쇼핑몰) 같은 곳을 이용하면 한글로도 주문이 가능하므로 걱정 없이
타이틀을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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