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시대극 자토이치

일본의 만능 엔터테이너 기타노 다케시. 그는 ‘비트 다케시’라는 애칭으로 일본 최고의 코미디언인 동시에 토크쇼 MC, 라디오 DJ등 어느 하나 뒤지지 않는 노익장(?)을 과시하는 사람이다. 영화로는 1989년 <그 남자 흉폭하다>로 감독 데뷔한 이후 <3-4*10월>, <소나티네>로 국내에 그의 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본 문화가 개봉되기 전 불법 비디오를 통해 그의 작품들을 구해 본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필자 역시 그랬었다. 이 세편 이후 아름다운 드라마인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코미디 <모두 하고 있습니까?>로 그의 작품 세계에 더욱더 빠졌었다. 이후 불의의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얼굴의 반이 마비되는 상처를 얻게 된다. 얼굴 마비로 배우로서의 무표정한 모습이 더욱더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그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그만의 카리스마가 더 멋지게 느껴진다. 이후 <키즈리턴>, <하나비>, <키쿠지로의 여름>, <브라더>, <돌스>, <자토이치>까지 그의 작품들은 모두 국내에 소개가 되면서 그의 인기도가 상승하게 된다. 특히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매년 그의 작품들이 하나하나 소개가 되었고 <키쿠지로의 여름>부터 <자토이치>까지는 순식간에 매진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자토이치>는 기타노 다케시 감독이 처음 시도하는 시대극이다. 원래 만화로 만들어진 <자토이치>는 중간에 여러 차례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tv시리즈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지금까지 그는 본인이 직접 쓴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 작품은 원작이 따로 있다. 하지만 원작에서 나오는 캐릭터의 장점만을 가져오는 대신에 다른 부분은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뭔가가 들어가는 영화로 재창조되어 만들어졌다. 시대극에 (??)눈에 금발머리의 검객이 나온다는 설정은 기타노 다케시 다운 영화라 할 수가 있다. 7회 부산 영화제때 <돌스>가 폐막작으로 상영되었었는데 그때 방문한 금발 머리를 한 기타노 다케시의 머리색이 기억에 난다. 그때 다음 작품 이야기를 조금 하였는데 역시 기대이상의 영화를 보여준 것 같다.

비록 필자가 원작 만화와 TV시리즈를 보지 못해서 <자토이치>의 세계관(?)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다케시 감독의 <자토이치>는 오락영화로서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영화라 생각되어진다. 무협 액션, 코미디, 뮤지컬등 오락영화에 들어가는 모든 것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특히 이 작품의 백미인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탭댄스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여러 배역들이 총 출동해서 춤을 추는 장면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난 뒤에 디저트를 먹는 기분이 들게 한다. 정말 관객들을 요리조리 작업하는 다케시 감독의 연출력은 정말 기대이상이다.

<자토이치>에서는 그의 다른 작품들에 사용되지 않은 CG들이 많이 등장한다. 칼싸움 장면이 유난히 많이 등장하는데 피가 전부 CG로 처리되어 있어서 조금 현실감이 떨어지는 감이 있다. 하지만 감독이 의도해서 이렇게 만들었다고 하니 뭐 할말이 없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실제 피를 써서 리얼리티를 조금 더 살렸으면 완벽한 영화가 되었을 텐데 말이다. 음악감독을 보면 지금까지 같이 작업해온 ‘히사이시 조’가 아닌 락그룹인 '문라이더스'의 ‘게이이치 스즈키’가 음악을 맡았다. 처음에 이 작품 소식을 들었을때는 ‘아~ 히사이시 조의 감미로운 음악을 또 듣겠구나’라고 생각하였는데 처음 들어본 감독이 음악을 맡는다고 해서 좀 두려움이 들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음악은 정말 기대이상이다. 영상과 음악이 잘 어울리는 영화는 정말 보기가 힘든데 이 작품은 정말 잘 어울린다. 더군다나 코믹적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다케시 사단의 배우들이다. 다케시 감독의 작품들을 즐겨봐왔던 이들이라면 다 알 듯한 얼굴들이 몇 명 등장한다. 기존의 작품에 나오는 배우들이 크게 나오지는 않지만 기억에 남는건 <키쿠지로의 여름>에서 뚱땡이 아저씨로 나온 배우인데 이 작품에서는 집 주위를 맴도는 뚱땡이 무사(기다유 그레이트 Great Gidayu)로 나온다. 또 다케시 감독의 데뷔작 <그 남자 흉폭하다> 이후 오랜만에 다케시 작품에 출연한 키시베 이토쿠(긴조) <자토이치>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배우로 출연한다. 다케시 사단의 배우 외에도 이 작품에는 화려한 배우가 등장하는데 그는 바로 ‘아사노 타다노부’ 이다. 개인적으로도 아주 좋아하는 배우인데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고하토> 이후 두 번째로 다케시와 함께 영화에 출연하였다. ‘아사노 타다노부’가 나온 영화는 국내에는 거의 소개가 되지 않아 아쉽다. 그가 나오는 작품들은 정말 매력적인 영화가 많으니까 꼭 한번 구해서 보면 좋겠다.

메뉴 화면

DVD는 인트로미디어에서 2디스크로 발매가 된다. 한달전 일본에서 특제케이스로 발매가 되었는데 케이스 부분을 제외하고는 동일 사양으로 발매가 되니 국내 판본도 괜찮다고 생각되어진다. 메뉴 디자인은 한글로 제작이 되어있다. 각 메뉴 이동시에는 디졸브 기법으로 메뉴가 넘어간다. 첫 번째 디스크에는 영화 외에 예고모음(오리지널 예고편, 특보, TV 광고, 국내 예고편)이 들어있다. 자막은 한국어, 영어, 일본어 자막을 지원한다.

■ 영상 ★★★★

<자토이치>는 1.78:1 아나모픽 영상을 제공한다. 시대극이라 그런지 현대적인 느낌이 나는 영상미는 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일본 전통의 가옥 모습들이나 의상의 독특한 맛이 이 작품에서는 잘 살려져 있다. 화질은 전반적으로 극장에서 본 느낌과 거의 같다고 생각할 정도로 잘 트랜스퍼 되었다. 밤 장면에서의 인물 표현도 우수하고 암부 표현 또한 기대이상이다. CG 부분에서는 CG의 느낌이 좀 티가 나지만 그런 데로 볼만하다.

■ 음향 ★★★☆

돌비 디지털 5.1 트랙을 지원하는 음향은 영상만큼 퀄리티가 우수하다. DTS가 아쉽게도 수록이 되진 않았지만 돌비 디지털 5.1 음향은 나름대로 기대이상이다. 서라운드 음향은 크게 많이 나오지 않지만 칼싸움에서의 음향은 가슴을 울려줄 정도로 강하다. 특히 도박장에서 칼로 사람을 베는 장면에서의 사운드는 임팩트가 아주 세다. 또 <7인의 사무라이>의 오마주가 나오는 비 내리는 장면에서의 칼싸움은 귀를 즐겁게 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백미인 탭댄스 장면은 자주 찾는 챕터로 뽑을 만큼 즐겁다.

■ 부가영상 ★★★☆

부가영상은 지금까지 나온 다케시 감독의 작품중 가장 많이 들어있다. 본 타이틀에는 자토이치 메이킹, 스탭 인터뷰, 감독일지, OFF 광고, 연출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약 155분 가량의 부가 영상은 영화 본편만큼 재미있다. 특히 배우들의 다른 모습을 볼 수가 있어 즐겁기도 하다.

자토이치 메이킹은 제작 뒷이야기로서 제작발표, 촬영장, 배우들의 이야기,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는 영상등 다양한 볼거리가 약 45분간 들어있다. 제작발표의 영상을 보면 기존의 자토이치와는 어떤게 다르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감독은 그냥 머리색만 다르다라는 대답을 하는데 정말 유머있는 감독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촬영장의 모습들을 보면 배우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영화의 설명을 감독이 따로 이야기한다. 영화에서 궁금했던 점과 각 촬영장면의 이야기를 자세히 알 수 있으니 놓치지 말기를.

스탭 인터뷰는 프로듀서, 무술감독, 대역, 의상, 미술, 촬영, 음악, 안무가, 녹음등 영화 전반적인 스텝들의 인터뷰 영상이 수록되어있다. 각 부분별로 영화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가 있는데 특히 볼 만 한건 프로듀서의 제작 동기 이야기와 미술, 촬영 감독의 이야기, 의상과 안무가의 이야기이다. 촬영 감독의 이야기 중에서 하나를 들어보면 영화 촬영중 갑작스런 변경사항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데 감독의 고집스러운 면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한다. 아사나 타다노부가 나오는 칼싸움 대회(?)에서의 장면에서 뒷 배경에 CG가 쓰였다고 말하는데 촬영 당시의 뒷 배경을 보면 짓고 있는 집이 보이는데 촬영 앵글 상 지금 장면이 더 매력적이다라고 해서 일단 찍고 CG로 나중에 작업했다는 말을 들을 수가 있다. 또 안무가의 이야기도 들을만하다. 전체적으로 모든 인터뷰의 내용이 알짜배기만 있어 나름대로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다.

감독일지는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매니저 이요리 준이치가 쓴 영상물이다. 자토이치의 제작과정을 밀착 취재한 영상으로 리허설 장면부터 시작해 각 촬영지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조연 배우들의 촬영 장면 모습 등도 볼 수 있고 특수 효과 비법 등도 볼 수 있다. 얼핏 보면 메이킹과 비슷한 영상물이라 생각되어지지만 겹치는 장면 없이 나름대로 재미있게 꾸며져있다. 특히 가장 재미가 있었던 건 감독용 샌달이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샌달에는 ‘바보, 도움이 안됨, 돈 돌려줘’라고 써져있어 재미를 느끼게 한다. 크랭크 인하고 40여일동안 쓰여진 이 감독일지는 <자토이치> 타이틀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OFF 광고는 영화 상영 전에 휴대폰을 끄라는 광고 영상물이다. 국내에도 예전에 한번 영화 상영 전에 보여준바 있는데 이 타이틀에 수록된 자토이치 OFF 광고 영상은 정말 재미있다. 칼싸움을 배경으로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아직 안 끈 녀석이 있다’ ‘휴대폰 전원은 꺼 주세요’라고 멘트가 나온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연출 연상은 배우 세 명의 짤막한 인터뷰가 수록이 되어있다. 볼 만한건 아사노 타다노부의 영상인데 그의 메모장을 보여준다. 메모장에는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마지막에는 기타노 다케시 감독이 칼에 찔리는 재미있는 영상을 보여준다.

■ 총평

자토이치 DVD는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팬이라면 필수 소장 할 타이틀이라고 느껴진다. 지금까지 발매된 그의 작품들은 DVD 타이틀로서의 기능이 그다지 별로였었는데 이번 자토이치 타이틀은 지금까지 나온 그의 작품에서 가장 최강이라고 할 만하다. 하루빨리 출시가 되어 정품으로 보고 싶다는 맘이 간절히 느껴진다.

프리뷰 : 양승목 ( www.cinekiru.com 시네키루다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