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킬링타임용 영화

헐리우드의 특징 중 하나인 '흥행을 한 영화는 속편이 나온다'는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 이 특징 외에도 또 하나가 있는데 바로 예전에 나온 원작을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리메이크해서 만드는 것이다. 특히 2003년에는 원작을 리메이크해서 만들어진 작품이 몇 가지 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기억나는 것이 <이탈리안 잡>이다. 이 작품은 1969년에 만들어진 '피터 콜린슨' 감독이 연출하고 '마이클 케인'이 열연한 영화를 <셋 잇 오프>, <네고시에이터>를 연출한 'F. 게리 그레이' 감독이 원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 만든 작품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기존의 영화와 비교해 볼 때 비슷하면서도 단순하다. 조직을 배반 한 자를 뒤쫓아 복수를 하는 허접한 내용을 주축으로 하고 있지만 감독이 뮤직 비디오 출신이라 영상 감각이 탁월하고 짜릿한 속도감이 느껴지게 만들었다. 특히 CG와 특수 시각 효과에 찌들어진 기존의 헐리우드 영화와는 달리 실제 액션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그 몰입도가 상당히 우수하다. 내용면에서도 <오션스 일레븐>과 거의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는데 두 작품에서 나은 영화를 고르라면 <이탈리안 잡>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화려한 액션에 비해 영화 속 캐릭터를 보면 조금 아쉬운 감이 생긴다. 특히 조직을 배반한 역으로 '에드워드 노튼'이 출연하는데 기존의 카리스마를 볼 때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여러 주인공들 역시 인지도가 그렇게 크지 않은 배우를 써서 그런지 몰입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원작에서도 나오는 미니 쿠퍼라는 자동차를 통해 관객들의 눈을 동그랗게 만들고 영화의 매력을 한층 더 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샤를리즈 테론'은 본 리메이크 작에서 구형 쿠퍼와 신형 쿠퍼를 둘 다 운전하는데 영화를 통해 차를 비교하는 맛도 재미있을 것이다.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작품은 원작의 리메이크가 아니라 오마주라고 하는데 미니 쿠퍼의 사용 외에는 원작과의 스토리와 플롯이 다르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는 비슷하다. 앞서 말했듯이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연출된 점만 다르지 같다고 본다. 여러모로 볼 때, <이탈리안 잡>은 CG와 특수효과를 밥 먹듯이 쓰고 시나리오도 허술한 영화와 비교해 볼 때 깔끔한 맛이 잘 살려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메뉴 화면

메뉴 디자인은 영화 속에 나오는 냅스터의 컴퓨터의 화면을 본 떠서 만들었다. 깔끔한 BGM과 함께 나오는 이 메뉴는 지루하지는 않고 괜찮다. 하지만 모든 메뉴가 영어라서 좀 접근성(스페셜 피쳐 부분)이 떨어진다.

■ 영상 ★★★☆

<이탈리안 잡>은 2.35:1 애너모픽 영상을 통해 베니스 운하의 모습, 알프스의 거대한 풍경, 필라델피아, LA의 모습 등을 잘 보여준다. 미니카의 깔끔한 색 대비도 잘 볼 수 있고 풀 샷 장면에서도 윤곽선이 뚜렷하다. 화질은 전체적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실내 장면과 야간 장면에서는 배경이 좀 번지는 듯한 장면이 나온다. 종종 잡티도 눈에 띄지만 영화 보는데 그다지 심한 편은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 음향 ★★★★

음향은 돌비 디지털 5.1만 지원한다. DTS가 없어서 아쉽지만 돌비 디지털 5.1만 하더라도 꽤 우수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베니스 운하에서의 보트 추격 장면에서 보트의 엔진 소리와이동음이 상당히 우수하고, 금고를 꺼내러 물 속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물속의 음이 잘 표현되어있다. 또 후반부에 나오는 미니카의 엔진의 저음이 가슴을 아주 크게 울리고 헬리콥터의 이동음 역시 상당히 박력 있게 들린다. 전체적으로 경쾌한 스코어가 장면에 아주 잘 어울리고 공간감이 상당히 탁월하다.

■ 부가영상 ★★★

부가영상은 '이탈리안 잡' 제작일지, 시나리오의 탄생과 발전, 운전연습, 초강력 미니쿠퍼, 고난도 스턴트 액션, 삭제장면, 예고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상의 분량은 좀 짧은 편이지만 나름대로 액기스만 뺀 부가영상이라 할 수 있다. 제작일지를 보면 감독, 출연진, 스탭들의 인터뷰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1969년에 만들어진 원작과의 비교 설명과 촬영 장면 등을 보여주는데 그다지 별 다른 건 없고 그냥 홍보성 메이킹에 가깝다.

시나리오의 탄생과 발전은 시나리오 작가 '도나 파워즈'와 '웨인 파워즈'가 나와 <이탈리안 잡>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원작을 충실하면서 차별되는 작품을 만들자 라는 각오를 이야기하고 인물 설명을 통해 재미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 2년 동안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일어났던 일들을 사뭇 진진하게 들려준다. 운전연습을 보면 <분노의 질주> 타이틀에서도 보여준바 있는 영상물인데 3주 동안 운전학원에서의 출연진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교육자가 다소 진지하게 교육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상당히 재미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180도 역회전을 교육 시키는 장면이 나오고 인터뷰를 통해서 배우들이 운전교육 중 어려웠던 이야기를 해준다.

초강력 미니 쿠퍼는 영화 속 미니 쿠퍼에 대한 자세한 소개 및 꼭 있어야 하는 중요성을 스탭진들이 말 해주고,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쿠퍼 자동차의 장단점을 들을 수가 있다. 또 촬영하면서 32대의 쿠퍼를 사용했다는 이야기와 영화 속 쿠퍼의 활약상이 나오는 장면에 대해 잘 설명해준다.
고난도 스턴트 액션은 베니스 운하, 무장 호송 트럭, 헬리콥터 스턴트의 설명으로 나눠져 있다. 우선 감독은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져서 CG나 시각효과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베니스 운하 촬영 장면에서는 속도 제한 문제 때문에 촬영이 상당히 어려웠다고 이야기 하고 보트를 몬 '제이슨 스테이셤'이 두 번 연습으로 한번에 OK를 받은 걸 볼 수 있다. 무장 호송 트럭은 트럭이 떨어지는 장면의 비밀을 자세히 보여주고 헬리콥터 스턴트는 CG가 아닌 실제 액션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상당히 놀랄만하다. <삭제장면>은 총 6개가 있는데 감독의 음성해설이 없고 화질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예고편이 들어있다.

■ 총평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다시 만들어진 <이탈리안 잡>은 킬링 타임용으로 딱 맞는 영화이다. 화려한 CG와 특수효과 없이도 눈을 즐겁게 만들고, 미니 쿠퍼 자동차를 통해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1969년에 나온 원작과의 비교해서 봐도 재미있을 듯하다. DVD는 화질에서 조금 아쉬운 감이 있지만은 그렇게 영화 보는데 지장은 없으니까 괜찮다. 하지만 감독과 배우의 음성해설이 없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프리뷰 : 양승목 (ciinekiru@야후.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