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데를로 드 라끌로'의 원작인 <위험한 관계>를 우리나라 정서에 맡게 각색한 영화 <스캔들>은 이재 용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다. 이재용 감독은 1990년에 변혁(인터뷰) 감독과 공동 연출한 단편 <호모 비디오쿠스>로 화려한 신고식을 한 뒤 미완의 다큐멘터리 <한 도시 이야기>에 이어, 8년 뒤 첫 장편 영화인 <정사>를 만들어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올라간 그런 감독이다. 그러나 두 번째 작품인 <순애보> 는 <정사>에 비해 조금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드는 그런 영화로 기억된다. 하지만 그의 세 번째 작품 < 스캔들>은 <순애보>의 실패로 쓴맛을 본 이재용 감독이 각별히 신경을 써서 만든 흔적이 많이 보인다. 특히 <스캔들>은 현대적 분위기가 아닌 옛 조선시대의 분위기를 내세운 사극인지라 우리나라 영화 풍 토 사상 흥행 면에서는 유독 걱정이 된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괜찮은 흥행을 보였다.

앞서 말했듯이 <스캔들>은 원작 소설을 각색해서 만든 영화이다. 지금까지 외국에서 원작을 각색해서 만든 영화들이 몇 편 있었다. 대표적으로 <발몽>,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정 서와는 조금 상반된 내용을 한국적인 모습으로 표현하는데 있어서 감독의 재능은 탁월하다. 소품 하나 하나에 신경을 쓰고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을 멋지게 묘사해낸 작품으로 외국에 내 놓아도 괜찮을 듯하다. 또한 <스캔들>은 영상미가 아주 뛰어난 작품이다. 장 이모우 감독의 <영웅>과 마찬가지로 <스 캔들>은 색으로 영화의 성격을 보여준다. 각 캐릭터마다 다양한 색으로 성격을 내세우는데 한번 잘 살 펴보는 것도 영화 보는 재미를 더 줄듯하다. 특히 풍경과 의상의 색 조화는 정말 영화에 빠져들게 한 다.

아마도 흥행의 비결은 감독의 세련된 연출도 있지만은 배우의 인지도 또한 무시할게 못 된다. TV 드 라마를 통해 많은 인기를 얻은 배용준, 원숙함과 노련미를 보여주는 이미숙, 캐릭터 연기에 재능이 있 는 전도연등 세 명의 배우의 모습을 한꺼번에 본다는 그 맛에 있다고 본다. 특히 배용준은 첫 영화 데 뷔였고 그의 이미지와는 다른 조선시대 바람둥이 역할이라서 좀 걱정이 되었지만 의외로 아주 신선한 연기를 보여준다. 전도연 역시 매 작품마다 독특한 연기변신으로 세간에 주목을 받는 그런 배우인데 < 스캔들>에서의 이미지 변신 또한 성공적으로 카멜레온 같은 면모를 보여준다. 두 명의 신인 조연 배우 인 조현재, 이소연 역시 당찬 연기로 주목을 받을만하다.

메뉴 화면

메뉴 디자인은 CJ에서 나온 다른 타이틀과 비교해 볼 때 화려한 맛을 나게 한다. 영화 분위기에 맞게 아주 고급스럽게 디자인 되어있고 챕터 메뉴의 소제목 또한 아주 감칠 맛나게 정해져있다. DVD 타이틀 을 제작한 드림컴스는 정말 실망을 주지 않는 제작팀인거 같다.

■ 영상 ★★★★

<스캔들>의 영상은 아주 화려하면서도 적당히 오감을 자극한다. 극장 개봉 때에도 화려한 색감과 미 장센에 다들 놀랐을 것이다. DVD로의 트랜스퍼를 보면 깔끔하게 아주 잘 되어 있다. 근래에 나온 한국 영화 타이틀 중에서도 손 꼽을만하다. 영화 대부분이 투샷으로 촬영이 되어있는데 별다른 색 번짐 없 이 윤곽선이 뚜렷한 화면을 보여준다. 크로즈업 장면 역시 선명도가 아주 우수하고 입자가 고른 화면 을 자랑한다. 영화 속 소품 역시 제작진들의 노력(가구에 식용유를 바르는) 덕분인지 질감이 상당히 좋다. 풍경의 색과 의상의 색을 조화해서 만든 장면들을 보면 자연스러운 화질을 보여주고 색이 너무 고와서 빠질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암부의 표현 역시 영화 보는데 지장이 없는 화질을 선사한다.

■ 음향 ★★★★

음향 포맷은 근래에 나온 영화답게 돌비 5.1채널과 DTS를 지원한다. 그다지 DTS가 필요한것 같지는 않지만 소비자 입장으로서는 반가울 듯하다. 화려한 음향요소는 찾아보기가 힘들지만 고풍스러운 음악 과 감칠맛 나는 대사가 프론트와 센터에서 잔잔하고 명료하게 울려 퍼진다. 그리고 다양한 주변 소음 이 여러 장면에 잘 살아서 나온다. 스코어 재생에서는 리어 스피커의 활용이 조금 눈에 띈다. 특히 이 병우씨의 영화 음악은 이 영화에서 아주 큰 힘이 된다.

■ 부가영상 ★★★★☆

<스캔들> 타이틀에는 아주 다양한 부가영상이 들어있다. 먼저 이재용 감독, 이유진 프로듀서, 배용준 이 함께하는 음성해설이 첫 번째 디스크에 수록이 되어있다. 전도연과 이미숙이 참가하지 않은 점이 아쉬움이 남지만 세 명의 음성해설을 들어보면 그 아쉬움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 두 번째 디스크는 총 두 페이지에 걸쳐 부가영상이 나와 있는데 나름대로 아주 공을 들여서 만든 흔적이 보이는 영상들로 꾸며져 있다. 특히 본편 디스크의 메뉴 디자인을 뺨치는 메뉴 화면은 ‘역시 드림컴스’ 라는 말이 절 로 나올 듯 하다.

[18세기 풍속 문화사] 첫 번째 부가영상으로 들어있는 18세기 풍속 문화사는 한국예술종합학 교 영상원장 심광현 교수가 나와 조선시대 사회분위기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세부적으로 18세기 시대 의 특징, 원작과 조선의 시대적 배경 비교, 영화에 표현된 조선시대 소품들, 18세기 성문화의 숨겨진 이야기, 역사와 영화 속의 모티브, 시대 반영에 대한 만족도 등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볼 만한 배경지식 을 이야기 해준다.

[심혈 제작기]는 <스캔들>의 프로듀서 이유진씨가 직접 진행을 하는 영상으로 꾸며져 있다. 크랭크 인 하는 장면부터 시작해 촬영지를 찾아가 그때의 분위기를 설명하고 촬영장면 등을 보여준다. 소품 하나하나 신경 쓰는 스탭진의 노력과 배우들의 연기 연습 장면, NG 장면, 기억에 남는 장면등 여 러 재미있는 영상이 괜찮게 짜집기 되어있어서 한번 즘 볼 만한 영상이다.

[조선 남녀 상열지사]는 충돌의 미학 1. 스탭 인터뷰, 충돌의 미학 2. 관객과의 대화로 나눠 져 있다. 스탭 인터뷰는 약 20분간 진행이 되는데 제작 동기, 원작과 스캔들에 대한 관계, 캐스팅, 촬 영 등 영화 전반에 걸쳐 궁금한 점을 감독과 스탭들이 아주 자세하게 이야기 해준다. 특히 감독의 말 을 들어보면 전도연을 캐스팅 할 때에 <약속>의 포스터를 보고 숙부인의 느낌을 받고 캐스팅했다는 이 야기를 해주는데 상당히 재미있다. 촬영 부분은 촬영 감독이 나와 필터를 쓰지 않은 이유와 장소 헌팅 에 관한 일화 등을 이야기해준다. 관객과의 대화는 2003년 10월 23일 아트큐브에서 열린 시사회에서의 질의응답 영상이 들어있다. 배용준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 조원이 사랑에 빠지는 시기, 엔딩 크레딧의 소옥은 어떤 의도? 등에 대해 감독이 자세히 설명해준다.

[남녀 하문관]은 주연 배우 4명의 인터뷰가 들어있다. 원래는 이미숙씨의 인터뷰도 넣을 예정 이었으나 바쁜 일정 때문에 취소가 되었다. 다른 배우 4명의 인터뷰를 보면 시나리오를 처음 본 느낌 아쉬웠던 점, 출연하게 된 동기등을 이야기 한다. 빠진 이미숙씨의 인터뷰는 동료 배우가 말하는 이미 숙으로 대체되어있다. [조선미생활지사]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정구호씨가 나와 전체미술 컨셉, 색상, 캐릭터 별 의 상 느낌, 음식, 연꽃, 문창살 무늬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사대부의 아침상과 9첩 반상 을 본인이 직접 차리는 장면을 보여주고 영화에 쓰인 여러가지 소품 이야기들을 자세히 들려준다. [풍악 청악기]는 이병우 음악 감독의 인터뷰로 이뤄져있는데 사극과 바로크의 만남에 대한 이 야기와 음악의 색깔과 특징에 대해 이재용 감독과 같이 이야기해준다. 영상을 보면 직접 기타를 연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겉보기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당신들이 있는 풍경]은 배용준씨가 직접 찍은 스탭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서플먼트이다. 마치 반지의 제왕의 배우 ‘비고 모텐슨’(아라곤)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비고 모텐슨’은 영화 배우 외에도 다방면으로 재능이 있는 배우인데 배용준씨도 그렇게 보이는 건 필자뿐일지도 모르겠다. 여하 튼 사진 정말 잘 찍는다!!! [미처 볼 수 없었던들 잊힐리 있겠소]은 삭제장면이다. 이재용 감독의 음성해설을 따로 들을 수가 있고 총 16개로 구성되어 있다.

[한발 앞서 통하여 보오 ]는 프로모션 자료로서 예고편, TV SPOT, 뮤직비디오, 시사회(일본관 객과 함께)로 구성되어있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일본 관객과 함께한 시사회를 보면 배용준씨의 인 기를 체험할 수가 있다. 일본에서 2000여명이 신청했다고 하는데 장난이 아니다. 거의 아줌마 부대를 연상시키는 팬들의 열광적인 모습을 보고 싶으면 놓치지 말기를. [풍속화로 보는 스캔들]은 영화 속의 춘화도를 직접 그린 충남대 교수 윤여환씨가 나와 영화 에 참여하게 된 동기, 작업 과정, 그림 속 캐릭터의 성격과 특징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리 뷰 : 양승목 (ciinekiru@야후.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