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 보일 다시 돌아오다.

대니 보일 팬이라면 아마도 <쉘로우 그레이브>나 <트레인스포팅>을 보고 이 감독에게 반했을 것이다. <평범하지 못한 삶>이나 <비치> 같은 경우 전작 두편을 찍은 감독이 맞는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팬들 에겐 실망스러운 그런 작품이다. <평범하지 못한 삶>은 대니 보일 감독의 페르소나인 이완 맥그리거가 출연을 했지만 <트레인스포팅>의 성공이라는 부담감에 서둘러 만든 느낌이 나는 영화이고, 헐리우드로 진출해서 만든 <비치>는 잘 생긴 배우 디카프리오를 전면에 두고 재기작으로 힘써찍었지만 그의 스타 일이 전혀 살지 않은 그냥 평범한 그런 영화로 전락하고 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는 2년만에 새 장편 영화 <28일 후>를 만들지만 기존에 그가 다룬 장르가 아닌 좀비가 나오는 공포영화라서 다소 의 아해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의 팬들이 보기에는 실망스럽지 않게 상당히 잘 만 들어져서 나왔다.

<28일 후>는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다룬 영화라고 볼 수 있다. 바이러스 전염으로 인해 좀비가 나오는 이야기인데 기존의 비슷한 영화(레지던트 이블)와는 달리 화면구성이나 카메라 워킹이 상당히 독특하다. 대니 보일만의 장기가 이 작품으로 살아났다는 말로도 바꿀 수 있다. 영화는 시작부터 관객의 목덜미를 조여 온다. 모니터에서 시위장면과 학살 장면이 아무 거리낌 없이 그대로 나오는데 잘 보면 한국 경찰들이 시민을 밟는 장면도 나온다. 이어 침팬지가 모니터를 보고 있는 화면으로 바뀌면서 침팬지를 뺏어가려는 침입자들이 들어오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이 침팬지들에게는 기존의 영화에서 다룬 생화학적 바이러스와는 다른 분노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다.

분노 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난 모습들을 이 작품에서는 상당히 잘 보여준다. 우선 몇 가지 살펴보면 주인공이 병실에서 나온 뒤에 보여주는 아무도 없는 거리의 풍경을 볼 수 있다. 바이러스의 무서움을 사람들에 한방에 각인 시켜주는 명장면 중의 명장면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장면을 찍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대니 보일 감독과 찍기를 허락해준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따로 전하고 싶다. 솔직하게 말해 이런 풍경은 기존의 영화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아니 없다. 물론 세트를 지어서 만들면 가능하지만 <28일 후>에는 실제의 런던 거리를 찍었다. 쓰레기가 바람에 날리고 아무 인기척이 없는 황폐한 도시를 과연 다시 찍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이 작품에서도 아쉬운 점은 존재한다. 우선 좀비들이 그렇게 많이 안 나온다는 점이다. 차라리 <레지던트 이블>이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보는게 나을 것 같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 작품에서는 새로운 바이러스인 분노 바이러스가 나온다. 물론 영화가 가상으로 이야기를 다뤄서 만들었지만 실제로 나올 법 한듯한 바이러스라 영화를 보는 내내 상당히 무서운 기분이 들것이다. 대니 보일 감독의 새로운 시도로 만든 <28일 후> 한번 즘은 볼만한 작품이다.

DVD 소개

DVD는 폭스에서 출시가 되었다. 폭스에서 출시하는 타이틀은 어처구니가 없는 것들이 많은데 <28일 후>는 그렇지가 않다. 보통 음성해설에는 한글 자막을 넣지 않는 회사인데 이번에는 신기하게도 음성 해설에 자막을 실었다. 정말 연구해 볼 만한 회사이다. 메뉴 디자인은 그다지 별로 살지가 않는다. 그 냥 영화 스틸 사진만 사용한 케이스이다.

■ 영상 ★★☆

1.85:1 애너모픽 영상을 보여주는 <28일 후>는 황폐한 런던 거리와 텅 빈 고속도로 풍경 등 신선한 볼거리를 보여준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영화라서 필름의 느낌과 차이가 아주 큰 편인데 필름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다소 화질면에서 아쉬움이 들듯하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28일 후>의 영상은 감독 의도에 맞게 잘 찍혀져서 보는 이로 하여금 공포를 배 가시키는 힘이 있다. 참고로 마지막 챕터 31은 필름으로 촬영이 되어있다.

■ 음향 ★★★☆

돌비 디지털 5.1의 음향은 영화 시작부터 귀를 간지럽힌다. 시위 장면과 학살 장면 으로 시작되는 영상들의 주변 소음이 전 스피커에 분리되어서 잘 전달된다. 전체적으로 귀를 즐겁게 하는 서라운드 효과는 그다지 찾아보기 힘들지만 각 음향의 채널 분리도는 상당히 우수하다. 또 서서 히 조여드는 오리지널 스코어 역시 각 스피커를 통해 잘 울려 퍼져 공포스런 분위기를 한 차원 더 고 조시킨다.

■ 부가영상 ★★★

부가영상에는 우선 각본을 쓴 알렉스 갈란드와 대니 보일 감독의 음성 해설이 들어있다. 음성해설을 보면 폭스 로고가 나오는 오프닝 크레딧의 음악 타이밍을 바꿨다라는 재미있는 이야기부터 한다. 이어 서 오프닝에 나오는 침팬지의 에피소드와 나아가 관련 장면의 에피소드등을 들려준다. 본격적인 부가 영상에는 삭제장면, 세 가지 다른 엔딩, 메이킹 필름, 프로덕션 갤러리, 마케팅 등이 있다.

삭제장면을 보면 대니 보일 감독과 알렉스 갈란드(각본) 함께 삭제장면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다. 총 6 개의 삭제 장면은 그다지 길이가 길지는 않은 짧은 영상으로 되어있는데 한번 즘은 볼만하다. 얼터너 티브 엔딩은 총 3개가 수록이 되어있다. 세 가지 중 볼만한 건 RADICAL 얼터너티브 엔딩인데, <세븐> 타이틀처럼 스토리보드로 꾸며져 있다. 이 엔딩은 다른 엔딩과는 달리 영화 속 전염병에 대한 나름대 로의 대안 방법에 대해 보여준다. 메이킹 필름은 약 24분 분량이다. 앞부분 약 13분가량은 영 화 장면과 전염병에 대한 각종 뉴스자료를 병행해가면서 보여주는데 전염병에 대한 심각성을 잘 전달 한다. 후반부 11분가량은 일반적인 메이킹 필름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갤러리를 보면 프로덕션 갤러리 와 폴라로이드 갤러리가 있다. 재미있는 건 갤러리에 감독 음성해설이 들어있다는 것. 각 사진마다 촬 영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전해주고 폴라로이드 사진의 필요성에 대해 잘 설명해준다. 마지막으로 마케 팅을 보면 잭 니의 뮤직비디오와 티저 예고편, 극장 예고편, 애니메이션 예고편이 들어있다. 이 중에 서 볼만한 건 단연 애니메이션 예고편이다.

■ 총평

<쉘로우 그레이브>에 출연한 '크리스토퍼 에클레스톤'과 함께 돌아온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는 재기작으로 보기에 좋을만큼 큰 만족감을 선사한다. 물론 이 감독의 영화를 처음 보는 관객이 보면 어 떨지모르겠지만 필자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만족한다. DVD 측면에서 보더라도 폭스 답지 않게 모든 영 상에 한글 자막을 넣고 괜찮게 출시 되었다. 그러나, 화질에서 좀 떨어지는 감이 많아서 DVD 애호가들 이 상당히 아쉬워 할 듯하다. 하지만 이건 감독의 의도로 디지털 카메라에서 나온 영상이기 때문에 그 런건 좀 참고 보면 좋을 듯 하다.

리뷰 : 양승목 (ciinekiru@야후.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