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감독이 만든 지브리의 최신작

재패니메이션을 말하면 언제나 많은 사람들의 입에 스튜디오 지브리가 떠오른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웃의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등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있었기에 지브리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도 나이가 있는 만큼 <모노노케 히메>를 끝으로 은퇴선언을 하였다. 그러나 <귀를 기울이며>의 감독이자 후계자였던 '콘도 요시후미' 감독이 갑자기 사망해서 은퇴 번복을 선언하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들고 다시 나타난다. 이후 하야호 감독은 다시 지브리의 세대교체를 위해 후계자로 내세울 신인 감독을 발굴하고 있던 중 '모리타 히로유키'를 찾아낸다.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은 <코로의 산책>이라는 단편을 통해 하야오 감독에게 인정을 받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차기작인 <고양이의 보은>을 맡게 된다.

<고양이의 보은>은 작품 기획 당시에 <귀를 기울이며>의 '바론'을 소재로 삼아 비디오용으로 만들 계획이었는데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의 실력에 놀라 극장 장편용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극장용으로 만들어진 <고양이의 보은>은 캐릭터만 바뀌었지 하야오 작품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전체적인 틀이 상당히 똑같다. 센의 고딩 버전이라고 할만한데 내용을 보면 우연히 이상한 세계에 빠져들어 인간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면서 그 세계의 사람이 되어버린다. 이어 위기가 찾아오면서 인연이 있었던 누군가의 도움으로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설정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닮아 있다. 비록 닮아있지만 이 작품 나름대로의 재미는 아주 많다.

지브리 특유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이 작품에서는 거의 고양이에게만 국한이 되어있지만 <귀를 기울이며>의 향수를 느낄 수 있어서 그런지 나름대로 정이 간다. 또한 제목을 보면 알다시피 고양이가 은혜를 갚는다는 설정부터 재미있다. 강아지라면 모르겠지만 은혜를 모르기로 유명한 고양이를 소재로 해서 이야기를 꾸며나가는 것에는 정말 신선하다. 이게 바로 스튜디오 지브리의 힘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미야자키 하야오'나 '다카하타 이사오'의 작품들과 비교해볼 때 조금 떨어지는 맛이 나지만 젊은 신예 감독이 나왔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줄만하다.

DVD 소개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은 아시다시피 대원에서 일본판과 동일하게 2장(본편+부가영상)으로 구성되어서 출시된다. 나오는 작품마다 동일한 메뉴 디자인을 고수하는데 이번 작품 역시 변함이 없다. 국내판 같은 경우는 메뉴 화면을 다르게 디자인해도 괜찮을 듯한데 일본 지브리사에서 간섭을 하는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또한 code 2 <고양이의 보은>은 '기브리즈 에피소드 2편'이 함께 포함해서 출시가 되었는데 국내판은 없다. 지브리사가 워낙 깐깐해서 그런지 이런 부분에는 상당히 아쉽다. 자막 부분에서 지적 할만한 게 있는데 제목을 보면 알다시피 <고양이외 보온>으로 보인다. 또 한 두 군데 자막이 조금 엉성한 느낌이 든다.

■ 영상

1.78:1 아나모픽을 지원하는 <고양이의 보은>의 영상은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의 화질과 비교해 볼 때 전반적으로 괜찮은 수준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원령공주>와는 달리 전통적인 일본의 색인 짙은 그림이 아니라 유럽적인 요소가 이 작품에서는 많이 나온다. 작품에 맞게 영상의 대부분은 밝고 경쾌한 화면이 줄기차게 이어진다.

고양이가 즐겨 다니는 뒷골목이나 어두운 밤 장면 같은 경우도 밝은 느낌이 많이 나게 표현을 했다. 특히 뒷골목의 스케치는 사진으로 직접 찍은 걸 토대로 해서 작업을 했는데 느낌이 아주 좋다. 고양이 나라의 경치 모습을 보면 나무와 풀의 초록빛이 잘 살려져 있고, 각 캐릭터의 다양한 색깔이 적당한 해상도로 별 차이 없이 잘 나타난다. 빛의 움직임이 변하는 장면 또한 DVD에 그대로 잘 표현이 되어있다.

■ 음향

음성 트랙은 일본어 DD 5.1, DTS, 한국어 DD 5.1을 지원한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음향을 지원하는데 서라운드 효과는 그렇게 많지가 않고 소리의 방향이동이 잘 살려져 있다. 눈 여겨 볼 만한 것은 주인공 하루가 골목길을 걷는 장면이 있는데 리어에서 프론트로 이어지는 소리가 잘 표현이 되어있고, 탁구 씬에서 탁구공이 뒤로 날라가는 소리 또한 괜찮다. 후반부에 하루와 바론, 무타가 성에서 떨어지는 장면에서의 바람소리의 표현은 들을만한 수준! 특히 한국어 더빙은 수용자마다 느낌이 다를 듯 싶은데 전반적으로 녹음이 잘되어있다.

일본의 성우들과 비교해볼 때 한국 성우들의 목소리가 비슷하게 되어있어서 들을만하다. 이번 작품은 지브리의 전작들과는 달리 '히사이시 조'가 음악을 담당하지 않았는데 아마도 영화 내용이 '귀를 기울이며'와 유대감을 두고 있어서 '노미 유지'가 참여했다. '노미 유지'의 오리지날 스코어는 '귀를 기울이며'를 본 사람들이 생각나게 할만큼 비슷하게 되어있다.

■ 부가영상

부가영상을 보면 지브리 타이틀에 항상 있는 그림콘티(멀티앵글)가 들어있고, 예고편 모음, "고양이의 보은" 탄생이야기, 한국어 더빙 스케치가 있다. 작품 정보를 보면 캐릭터, 시놉시스, 스탭 소개 등이 텍스트 형식으로 제공되며 포토갤러리가 들어있다. 그림콘티는 본편 영상과 비교해 볼 수 있게 멀티 앵글 기능을 지원한다. 당연히 한글 자막은 지원하지만 본편과는 달리 음성 트랙은 다른 지브리 타이틀처럼 일어 DD 2.0만 지원한다.

니혼 TV에서 제작한 "고양이의 보은" 탄생이야기를 보면 아주 알찬 정보가 많다. 고양이의 보은이 탄생하게된 계기부터 시작해 '모리타 히로유키'가 감독으로 선정되는 과정,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인터뷰, 더빙 현장 이야기, 미술 이야기, 원작자 인터뷰, 주제가(바람이 되다)를 부른 '츠치 아야노'의 영상이 담겨있다. 내용적으로도 볼만한 서플이고 진행을 하는 이의 농담 또한 아주 재미있어서 한번 즘 꼭 볼만한 영상이라 생각되어진다. 이어 한국어 더빙 스케치를 보면 각 캐릭터를 맡은 국내 성우들의 인터뷰와 녹음 과정을 볼 수가 있다.

■ 총평

지브리의 최신작치고는 너무 가벼운 주제이고 아이들의 눈 높이에만 맞춰진 느낌이 많은 작품이라 성인들이 보기에는 좀 재미가 없을듯하다. 하지만 <귀를 기울이며>의 '바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즘 볼만한 작품 일 듯하다. DVD 측면에서 보면 아이들을 위해 한국어 더빙까지 넣어서 괜찮은 퀄리티를 지녔지만 기브리즈 에피소드 2편이 빠진 것에는 상당히 아쉽다. 일본측에서 조금만 양보했더라면 되었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할인판매 및 가격할인이 주를 이루는 요즘 DVD 업계에 고가에 나온다는 점에서는 좀 아쉽다.

프리뷰 : 양승목 (ciinekiru@야후.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