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처럼 달콤한 사랑

작년 칸 영화제에서 <취화선>과 같이 감독상을 받은 작품이 있다. 바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펀치 드렁크 러브> 이다. 칸에서 감독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의 감독이 이번에는 어떤 영화를 만들 었을까? 라는 생각이 순간 지나갔던 기억이 난다. 뉴스를 찾아보니 그와는 안 어울리게 로맨틱 코미디라는 소식을 듣고 내심 긴장했다. 과연 어떻게 만들어서 로맨틱 코미디가 감독상을 받을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국내 개봉을 가슴 졸이면서 기다렸는데 재수 없게 극장에서 놓치고 최근에 DVD가 나왔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구해서 봤 다. 온갖 기대를 하고 본 <펀치 드렁크 러브>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랑 차원이 다른 그런 영화였 다. 영화를 보면서 아담 샌들러가 주연을 맡아서 슈퍼 울트라 코미디 영화구나 라는 선입견이 들었는데 감독은 아담 샌 들러의 다른 면을 이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 역시 이름값 하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영화가 끝나고 계속 귓가에 아른거렸 다. 아담 샌들러(래리) 외에 상대역 에밀리 왓슨(레나)과 앤더슨 감독의 페르소나(?)인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매트리스 맨)의 연기 역시 정말 대단하다. 특히 최근에 개인적으로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제 2 의 스티브 부세미라 할 정도로 다재다능한 연기를 보여준다.

폴 토마스 앤더슨이 만든 로맨틱 코미디는 과연 어떤 맛이 있을까? 우선 영화는 상큼하고 평범할 듯한 이야기에 그럴 듯한(?) 뭔가를 집어넣어서 관객을 재미있게 한다. 래리의 애정 결핍증 증상은 7명의 누나들의 행동을 통해 잘 보여준 다. 순진하다고 해야할지 판가름이 나지 않는 주인공의 이상한 행동을 보면 안타깝다.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사람 이 있을법한데 그들도 영화처럼 다들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 고질병들을 고친다면 얼마나 좋을까나? 영화는 이 상하게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많이 등장한다. 갑자기 도로 한가운데에 오르간이 놓여지고, 달리던 차가 슝 날라 가버리 고 이해 할 수 없는 장면이 몇몇 등장한다. 오르간 같은 경우는 유심히 잘 보면 영화 내내 소리가 나지 않는다. 누나들 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이야기 하지 못하는 래리의 모습을 잘 반영한다. 하지만 래리와 레나의 사랑이 이루어질 때 오르 간의 소리가 난다. 영화의 아름다운 장면중 하나이다. 그럼 슝~ 날라간 차는 뭘까? -_-;

이 영화의 맛은 위에 말한 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음악이다. 배우들의 심리를 딱 맞아 떨어 지게금 하는 음 악들은 정말 경쾌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영화 초반과 중반에 들어가는 파스텔 톤 이미지의 모습들을 보면 정말 몽롱하 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배우들이 하는 대사가 압권이다. 래리와 레나가 서로 하는 대화(난 당신 얼굴을 씹어 먹고, 눈 알을 파내 빨아먹고 싶어요)는 로맨틱 영화사상 가장 달콤한(?) 대화라고 생각한다. 또 연기력 대결이 볼만한 장면이 있는데 영화 마지막 부분에 래리와 매트리스 맨의 전화 통화에서 거의 절정에 달한다. 여기서 웃음이 얼마나 나오는지~ 자 그럼 이제 DVD를 보자! ^^;;

DVD 소개

콜롬비아에서 출시한 <펀치 드렁크 러브>는 코드 1 지역의 디지팩 케이스를 수입해 소량 한정판으로 판매되고 있다. 몇장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깔끔하게 디자인이 되어 있어서 많은 DVD 콜렉터들의 관심을 살만하다. 이 물량이 다 팔리면 아마도 일반 킵 케이스판으로 나올텐데 이쁘게 나올지는 모르겠다.

이 타이틀의 메뉴 디자인을 보면 정말 이쁘다. 마치 이쁜 꿈을 꾸는 느낌을 들게하는 따스한 화면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마치 <아메리칸 뷰티> DVD 타이 틀의 메뉴 화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DVD가 나오기전 영화를 안 봤다는 가정 하에 두 작품의 메뉴 화면을 보면 다 소 저게 뭘 까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메뉴라고 생각하면 될듯하다.

■ 비디오 ★★★☆

<펀치 드렁크 러브>의 화면비는 2.35:1 아나모픽이다. 영화를 보면 알다시피 화면비를 굉장히 잘 살려서 촬영을 한걸 볼 수가 있는데, 텅 빈 화면과 꽉 찬 화면을 통해 주인공 배리(아담 샌들러)의 변화하는 심리를 잘 표현해준다. 특히 후반부에 나오는 하와이 도심에서 레나(에밀리 왓슨)에게 전화 거는 장면(전화박스 건너편의 거리 행진과 배리의 전화 씬)을 보면, 프레임을 이용한 아나모픽 효과를 가장 잘 사용한 장면을 볼 수 있다. 영상미적으로도 아름다운 장면이 상 당히 많은데 특히 눈여겨 볼만한 장면은 바로 위의 장면이다. 에단 호크가 출연하는 <위대한 유산>의 키스 씬과 비슷하 게 멋진 장면으로 뽑을 만하다. 화질 같은 경우는 밝은 장면과 어두운 장면이 좀 차이가 난다. 어두운 장면 같은 경우 윤곽선이 뚜렷하지 않고 흐리멍텅한 느낌이 든다. 밝은 장면 같은 경우도 파란색 햇살의 빛이 많이 보이는데 감독의 의 도라고 믿는다.

■ 오디오 ★★★★

오디오는 DD 5.1 EX, DTS를 지원한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는 드물게 액션 영화에 어울릴 듯한 오디오 트랙을 지원해 서 영화 보기 전 다소 의아했다. 하지만 영화 시작 몇 분이 흐르면 갑자기 차가 슝 날라 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의 음향은 최고다. 생각지도 못한 사운드에 약 10초간 멍했을 정도로 충격이 컷다. 전작인 <매그놀리아>의 개구리 비 같은 충격이 생각날 정도니깐 말이다. 이 장면 말고는 임팩트가 강한 사운드가 거의 없지만, 영화의 오리지날 스코어는 정말 대단하다. 타악기를 연주하는 듯한 음악이 시종일관 들리는데 영상과 마찬가지로 음악 역시 배우들의 심리를 아주 잘 표현해준다. 어깨가 들쑥거릴 정도로 흥겨운(?) 음악이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계속 들어도 지겹지가 않다.

■ 스페셜 피쳐 ★★★☆

슈퍼 비트로 되어 있어서 그런지 용량 문제 때문에 첫번째 디스크에는 영화만 있고 스페셜 피쳐는 두번째 디스크에 수 록이 되어있다. 수록된 자료들을 보면 기존에 나온 DVD 타이틀의 서플먼트와는 거의 다른 자료에 놀랄 것이다. 보통 타 이틀을 보면 배우/감독 소개, 인터뷰, 제작 노트 등이 기본적으로 들어가는데, <펀치 드렁크 러브>에는 없다.

우선 [Blossoms and Blood]를 보면 영화와는 다른 버전의 장면들과 뮤직 비디오가 들어있다. 약 12분정도 분량인데 DD 5.1의 음향과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Scopitones]. [ART]를 보면 앞의 서플과 비슷하다. [삭제장면]은 총 두개가 있는 데 배리의 누나들이 일하는 배리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들과 적들과 싸우는 장면이 조금 길게 들어있다. 마지막으로 [매 트리스맨 광고]가 있는데 정말 재미있다.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매트리스맨)이 침대 광고하는 영상인데 꼭 보길 바란다 .

■ 총평

깔끔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 칸 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만큼 상당히 깔끔한 영화이다. 하지만 영 화제 수상과 대중성은 반비례 한다는 속설을 이 영화 역시 똑같이 보여준다. 그러나, 아담 샌들러의 팬이라면 의외의 연기를 볼 수가 있다. 또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새로운 작가적 재능을 찾을수 있다. 물론 이 작품을 싫어하는 사 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DVD로 처음 접한 나로서는 굉장히 깔끔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리고 무지무지 감칠맛 나는 대사들 또한 재미가 있다. DVD 퀄리티 역시 우수한 편에 속하는 <펀치 드렁크 러브>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