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학습형 리모콘인가?
AV생활을 하다보면 하나 둘씩 장식장을 채워나가는 기기들을 보면서 뿌듯해지면서도 그만큼 늘어나는 리모콘들을 주체할 수 없어 곤란을 겪기도 합니다. 때로는 리모콘을 잃어버려 안절부절 하기도 하고, 어떤 애호가들은 리모콘 바구니를 만들어놓고 보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리모콘을 잘 관리하더라도 DVD를 감상할 때 어두운 조명환경에서 제대로 리모콘의 버튼을 조작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애호가 모두 회의적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답이 바로 유니버셜형태의 학습형 리모콘입니다. 학습형 리모콘은 기존 상가에 나와있는 통합리모콘과는 다릅니다. 통합리모콘이 이미 생산된 기기의 코드를 회사별, 기기별로 등록해놓고 사용하는 반면, 학습 리모콘은 사용자가 직접 리모콘의 버튼을 설정해 나가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그러다보니 흔히 겪는 통합형 리모콘에서 지원하지 않는 회사의 기기까지 콘트롤 할 수 있는 장점을 발휘하는 것이 학습형 리모콘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이미 고가의 AV기기에는 학습형 리모콘이 부속품으로 들어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상당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100만원대 중반의 기기에서 제공하고 있는 학습형 리모콘은 그 실효성에서 조금 떨어짐으로 해서 이를 대체할 만한 학습형 리모콘을 별도로 구입해하는 현실을 대부분의 애호가들은 직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2. SRC-9200 리모콘의 디자인
학습형 리모콘에 있어서 필립스, 또는 소니, 온쿄 등에서 발매된 제품들은 그 우수성을 상당히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번에 사용하게된 SRC-9200은 앞서 언급한 리모콘에 비해서 외관의 디자인은 상당히 떨어지는 편입니다. 전체적으로 검정색에 가까운 단순한 디자인은 18만원가까운 가격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부분이 더 많습니다. 색상을 좀더 친근하게 하고 디자인도 좀더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져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SRC-900은 어른이라면 한손에 들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학습형 리모콘을 일반 리모콘 처럼 손에 들고 사용할 가능성은 적지만 일단 한손으로 들고 조작할 수 있다는 부분은 점수를 주고싶습니다. 다만 약간 무거운듯한 리모콘을 손에 들고 사용할 경우를 대비해서 손에 잡히기 편하게 디자인되었으면 하는 아쉬움 역시 지적하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기존의 리모콘에 익숙한 애호가의 경우 책상이나 바닥에 놓고 조작하기 보다는 들고 조작하는 경우가 많을테니까요.
그러나 LCD 창은 시각적으로 적당한 크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눈에 파악이 가능할 정도이며, 터치감 역시 좋은 편입니다. 그리고 LCD창의 가독성이 좋은 편에 속합니다. 비스듬한 위치에서 리모콘의 창을 보아도 아이콘과 문자가 읽혀지기 때문에 LCD의 가장 큰 문제중의 하나인 가독성에 대한 걱정은 하지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3. SRC-9200의 기능
상당히 우수하다는 평가를 먼저 내리고 싶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필립스나 소니의 학습리모콘의 경우 단품으로 판매될 경우 대략 25만원에서 30만원 정도의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SRC-200의 가격은 적당한 편입니다. 그러나 2-3만원 정도 하는 일반 통합리모콘에 비하면 무척 높은 가격이므로 학습형 리모콘을 구입할 애호가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구입하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어찌되었든 가격을 대비한 성능은 fineAV에서 내린 평가가 적절하다고 보여집니다. IR방식의 리모콘을 사용하는 기기들에 보편적으로 작동되며 적당한 크기의 LCD창에 비교적 다양한 아이콘 수를 확보하고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터치감 역시 우수합니다. 상당히 부드럽게 조작되는 편입니다. 터치스크린 학습형 리모콘에서 터치감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고 볼 때, SRC-9200은 적당한 크기의 LCD창과 함께 부드러운 터치감이라는 기능성과 편리성을 제공해준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매크로 기능이 들어있는 것에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한꺼번에 여러 개의 기기를 켜고 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TV의 경우 켠 다음 TV/Video 전환을 하나의 버튼으로 쉽게 쉽게 조작할 수 있고, 나아가 DVD플레이어나 리시버 등을 연속적로 또는 적당한 지연시간을 주면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다만 Arcam DIVA 200 리시버와 조합에서 조작성이 약간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Arcam에서 전원을 넣거나 서라운드 모드를 조정할 때 다른 아이콘을 터치한 다음 해당아아콘을 터치해야하는 조작되는 문제가 드러났는데 이점은 좀더 시간을 두고 문제점을 살펴보아야할 듯 싶습니다.
SRC-9200의 최대 강점을 들라면 쉬운 학습기능을 들 수 있겠습니다. 각 기기당 28개의 버튼 총 8개의 기기를 학습시킬 수 있으므로 28*8=224, 총 224개의 버튼을 학습 시킬 수 있는데, 여기에 AUX와 같은 아이콘에 매크로 기능까지 넣을 수 있으므로 사용상 부족함은 없어 보입니다.
그외에 아이콘의 레이아웃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과 비프음을 소거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새롭게 학습시키기 위해서 별도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OVERWRITE(덮어쓰기)기능을 지원하는 점 등 부분 부분 편리한 점도 눈에 띕니다. 어두운 상황에서 적절한 백라이트 기능의 지원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터치스크린 방식의 리모콘이 주는 최대의 수혜라는 것은 이미 알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학습형 리모콘을 처음 사용하는 애호가라면 당분간 리모콘의 위치와 조작성을 손에 익히기까지는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할 것입니다.
4. 평가
전체적으로 18만원에 가까운 가격대가 부담되기는 하지만, 쓸만한 학습형 리모콘이 옵션으로 포함되어있는 고가의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한 일반 애호가들이 여러 개의 리모콘을 가지고 본격적인 AV 생활을 할 때 불편함을 고려한다면 한번쯤 사용해볼 만한 것이 학습형 리모콘입니다. 필립스의 학습형 리모콘에 비해서 상당히 저렴하긴 하지만, 가격이 좀더 적당한 수준을 유지해주고 디자인이 좀더 개선된다면 적극 추천할 만한 제품입니다. 현재로서는 학습형 리모콘을 달리 구입할 만한 다양한 루트가 없는 상태에서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전제하에서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어보입니다.
이제 판단은 사용자가 직접 내릴 차례입니다. 리모콘의 불편함을 심하게 느낀 애호가라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리모콘임에 분명하고, AV나 Hifi의 음질향상보다는 편리함을 위해서 약간의 경제적 부담을 할 수 있는 사용자라면 망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자, 이제 18만원을 가지고 음질 향상을 위해서 기기를 업그레이드 하는데 보태거나, DVD 타이틀이나 음반을 구입하거나, 케이블을 교체하는데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최소 3개 이상의 리모콘들을 박스안에 넣어버리고 백라이트 기능을 지원받아 어두운 시청실에서도 넉넉한 마음으로 기기들을 지휘할 것인지 최종 결정은 애호가 본인이 내려야할 과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