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레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가을에 B&W805S를 국산 모노블럭 TR파워에 물려 듣고 있다가 레벤 CS300과의 좋은 매칭이라는 떠도는 소문을 확인하고픈 호기심에서 시작 되었다. 역시 여러 사람 입에서 오르내리는 것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기대는 꺽이지 않았다. 이전에 들었던 TR 앰프의 힘있고 박력있는 소리에서 나긋나긋하고 찰진 소리로의 변화가 너무 좋았었다.
스피커가 804S 를 거쳐 803D로 가며 다시 분리형 TR파워 앰프로 대형기의 대역간의 완벽한 발란스에 저역의 묵직하면서도 자연스러움, 다이아몬드 트위터에서 피어오르는 매끄러운 고역....이제 더 이상은 없다 하고 자기 최면을 걸어 보았다 하지만 사람의 간사함은...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소리에 적응이 되가니 805S와 레벤 CS300에서 나오던 그 찰진 소리가 그리웠다.
이곳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레벤 CS600이 눈에 들어 오게 되었다 CS300보다 파워도 높고 만듦새가 완성도가 훨씬 높아 보인다. 하지만 B&W 803D가 90dB 고능률 스피커라지만 30와트의 파워로 7인치 우퍼가 세발이나 달려 있는데 충분히 제어 할 수 있을까? 궁금증을 너무 억제하면 병 된다는 나의 건강염려증은 역시 모험(?)을 강행 하고 싶었지만
봉급쟁이에게 신품가 600만원이 넘는 앰프는 상당히 부담스럽고 가정의 평화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게 됨은 불보듯 뻔하여, 망설임 속에 지내다가 단골샾에서 전시품 수준(?)을 중고가에 넘겨준다는 사탕발림에 가지고 있던 프리파워에 은행 잔고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도의 추가금을 지불하고 물건을 건네 받았다.
CS300 때 이미 맛본 이쁜 자태가 한층 더 완숙의 여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순금도금된 knob들은 변색의 염려는 전혀 없고 터치감이 아주 우수하다 .
진공관 인티앰프 치고는 다소 많은 knob들이 전면에 배치되어 있다. 그중에 base booster 스위치가 있는데 3dB, 5dB 의 두 단계로 부스팅 해준다. 몇 번 boosting 을 해보았지만 클래식 곡에서는 오리지널이 좋아 보인다 저역이 강조된 재즈에서는 좀 더 풍성함을 맛 볼 수가 있어 불필요한 기능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 바이패스 기능이 있어 파워앰프로 사용이 가능하므로 A/V 겸용으로 사용 시에 액션영화의 막강한 저역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테이프에서 손을 땐지도 10여년이 넘었기에 테이프 in out 기능이 있으면 괜스레 아깝기만 하다. 저기에 들어간 부속품을 아껴서 다른 곳에 들이지...
발란스 조정 노브도 있는데 만져 보지도 않았지만 청취 환경의 구조상 어쩔 수 없이 만져야 될 경우 있으니 너무 탓하고 싶지 않다.
스피커 단자는 CS300보다는 훨씬 고급스러워 보인다.
스피커에 따라 8,6,4 옴을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평소 발란스 단자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없기 때문에 발란스단자가 없다는게 내게는 크게 단점으로 보이지는 않다 . RCA단자만 4 개 있는데 딱히 모자랄 것 같지는 않다.
사용된 출력관은 6L6로 6550관과 호환이 되는 관이란다. EL34도 갈아 끼울 수가 있어 소리에 싫증이 날 때 쯤 한번 EL34로 바꿔 껴 보고 싶다.
나는 오디오 기기를 비교적 자주 바꾸는 편이지만 바뀔 때 마다 귀를 쫑끗 세우고 레퍼런스 소스를 이것 저것 많이 듣는 편은 아니다. 그저 자주 듣는 3-4 개의 곡을 들어 본다. 그리고는 해상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대역간의 발란스가 어떤지 음장은 어떻게 형성 되는지 .. 그리고 어떻게 바뀌어서 만족하다 불만이다 보다는 이렇게 바뀌었구나 하는 자체로 만족하려 든다. 최고의 소리를 찾는 어려운 고행 보다는 달라진 소리를 즐기기를 원한다
진공관 앰프에 대한 경험은 많지 않지만 그동안 들어본 진공관 앰프는 확실히 진공관의 특성을 보여주었다.
헌데 레벤은 분명 진공관 소리 이면서도 TR 성향의 소리가 나온다. 좋게 말하면 두 개의 장점을 합쳐놓은 듯하다. 진공관의 중고역의 매끄러움에 TR의 해상도와 대역간의 발란스.. 물론 재즈에서 전자 악기의 풍성한 저역을 표현하기에는 다소 역 부족이지만 앞서의 탁월함이 이 정도의 손해는 전혀 서운하지 않다.
레벤의 해상도가 좋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이앤드 TR 앰프와는 물론 차이가 있다. 대신 적당한 정도의 해상도는 편안함을 주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여러 명의 동호회원 또는 지인이 들어본 우리집에서의 레벤600과 803D에 의한 소리에 대한 평은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번 매칭은 좀 오래 갈 것 같은 느낌은 들기는 하지만, 레벤의 리모콘이 없는 불편함이 또 뭐 없을까 하고 장터를 기웃거리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