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틸슨 토머스의 말러 연주
며칠 전에 마이클 틸슨 토머스의 말러 연주 8번 교향곡을 구입해서 토머스가 연주한 말러 전체 교향곡 10편(10번 미완성 교향곡 포함. SACD는 모두 9개)을 모두 구입하게 되었네요.
교향곡 8번은 제가 그리 호감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교향곡이라고 하지만 성악곡과 합창곡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지휘자들도 8번 교향곡 연주를 기피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거대한 합창단을 동원하는 문제입니다. ‘천인교향곡’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말러는 합창에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지요. 거대한 합창 사운드는 일품입니다. 그러나 독창의 성악이 주를 이루어서 저에게는 이 부분 때문에 구입에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결국 말러 1세트 구입 완료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몇 년을 미루다가 구입하게 되었네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음에 있습니다. 말러 연주의 최고봉은 레오나르도 번스타인이죠. 말러 전체 교향곡을 음반으로 남긴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토마스의 연주는 번스타인 아성에 도전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말러의 전체 교향곡을 연주했을 뿐만 아니라 곡 해석도 다르게 했죠. 번스타인 연주곡을 들어보면 사운드가 우선 시원시원하고 박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받고 있죠. 그러나 마이클 틸슨 토머스 연주를 들어보면 번스타인 이 표현해 내지 못한 많은 부분이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보면 토머스의 연주는 곱게, 여리게 연주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악기 음이 예쁘게 연주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상당히 서정적인 느낌을 많이 받게 되고 따라서 토머스의 연주를 더욱 좋아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토머스의 연주가 말러의 격정적인 부분까지 여리게 연주한 것은 아니죠. 격정적인 부분은 역시 매우 과감합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로 보면 토머스의 연주가 번스타인 연주보다 더 많은 여러 가지 심경을 나타내고 있어서 사색을 즐기기에 좋습니다.
2004년부터 말러의 곡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는 제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간 해이었고 이 때 부터 외로워지기 시작합니다. 늘 아빠와 함께 하던 아이들의 가슴 속에서 아빠는 서서히 지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물론 이것이 사람 사는 이치이기도 하고요. 언젠가는 둥지를 떠나야할 새들인 거죠. 그리고 어머님이 돌아가십니다. 저 세상으로. 그리울 때마다 이 말러 곡으로 외로움을 달랬습니다. 가끔씩 울기도 했고, 예전의 가족들과 지냈던 추억이 너무나도 가슴 아프게 다가와 한 때는 말러의 곡을 멀리하기도 했습니다.
2013. 8. 23.(금) 송 인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