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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00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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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 쇼스타코비치 - 피아노 작품집 ; Vladimir Ashkenazy / Shostakovich - Piano Works(SAC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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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하는 백건우의 오래된 음반(최근에 제작된 것 말고)을 들으면서 화려하고 유려한 곡이 백건우 특유의 힘있고 울림이 좋은 피아노 소리를 타고 쏟아져 나오는 소리에 한동안 넋이 빠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세 번째인, 혼자치는 피아노 소리의 아쉬케나지 쇼스타비치 피아노 작품집을 들으면서 백건우의 연주와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지만, 그 명징성과 맑고 투명한 소리는 백건우의 소리와 비슷한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이 음반은 우선 화려하지 않습니다. 고요하게 혼자서, 관객도 없이 고독을 스스로 찾아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방을 비추고 있는 고독한 장소에서, 혼자만의 열정을 발산해보고 싶어하는 어느 피아노시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순간 순간 강렬한 타건으로 그 방에 도는 고독속에 숨겨져 볼수없었던 공기와 입자들을 잠깨우고는 자신의 관객으로 만들고 맙니다.
긴장된 공기들 사이사이에서 느껴지는 역동성은 동선이 크지 않기에, 그것을 느끼려면 그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잘 음미해야 합니다.
창문을 약간 비스듬히 마주보고 바라보노라면 연주자와 피아노는 절반쯤 실루엣이 형성되어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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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으로 뻗어 들어오는 투명한 빛줄기 속을 들여다보니 햇살 입자와 공기입자와 먼지입자들이 피아노 선율에 따라 브라운운동에서 보는 것같은 그런 움직임들이 보입니다.
예전에 쇼팽 독주 음반을 샀다가 무겁고 어둡고 울림없고 잔향없는 놀라운 씨디임을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치고나서 다시는 피아노 독주음반은 듣지 않겠노라는 서약을(조그마한 메모지에 혼자서)한 다음 어디에다 버릴 것인지 두리번 거렸던 적이 있었지만,
아쉬케나지음반은 그 놀라운 소팽 음반과는 정 반대의 소리가 나서 다시 한번 유레카를 외치게 되었고, 서약대신 감상평을 쓰는 편이 훨씬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음반은 봄에도 괜찮지만 특히 가을에 햇살 좋고 마음이 알싸해질 때 들으면 초죽음이 무엇인지 맛볼 수 있을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어쩌면 필히 마른 단풍잎 몇 개가 창밖 골목길에서 바람에 굴러다녀야 한다는 옵션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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