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이런 실수가 아니면 언제 이런 분들의 음악을 듣겠습니까? 물론 처음에는 취향이 너무 아니어서 당황스럽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저한테 그랬던 것이지요. 그렇지만 이게요. 음악이란 것은 중독성이 있어서 자꾸 들으니까 이 음악이 괜찮아지고 이 작곡가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이 생기는 것입니다.

연속적으로 뭔가를 두드리는 것은 베토벤의 운명을 닮았습니다. 문을 꼭 닫아 걸고 있는 나 자신에게 할 말이 있다고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는 듯한 그런 인상. 내 마음 문을 열기를 바라는 간절한 외침. 뭐 그런 것들이 나에게 전해져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 문을 활짝 열었더니 음악은 새로운 손짓으로 저를 맞이했습니다. 현대음악가의 음악도 누군가는 들어줘야 한다고.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또 다른 현대음악가를, 검증이 안 되었다는 이유를 무시하고 덜컥 구입하게 될지는요. 그러나 이 분도 한 시대를 음악에 헌신하며 살아왔는데..하는 생각을 하면 존경심을 안 가질 수가 없습니다. 한 분야에서 뭔가 이름을 남긴다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잖습니까.

이 음반은 의외로 괜찮습니다. 뒤에 성악 부분도 나오는데 성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지만,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피아노는 물론이거니와 클리리넷 협주곡도 함께 녹음되어 있습니다. 낙소스 음반이 초저가니까 속는 셈 치고 사서 듣더라도 크게 맘 상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낙소스의 다양한 음반을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하나씩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보리스 차이콥스키, 그에게도 차이콥스키의 피가 흐르고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