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된 순간이다. 첫 발걸음이 수상하다. 규칙적으로 울려대는 북소리에 맞춰 금관악기와 현악기의 크로스가 심상치 않게 다가온다. 그러나 부조화가 아닌 철저히 계산된 교란작전이다. 금관악기가 다소 튀는 느낌이 들지만 크게 낯설지는 않다. 북소리가 좋다.

잰더는 느리지만 육중하고 정갈하게 교향악단을 이끈다. 깔끔하게 잘 정돈된 횟집에서 살이 두툼한 고기를 한 점 가득 집어먹는 맛이다. 느린 듯 아닌 듯, 완성된 상태로 집에 배달되어 오는 책상과 같은 그런 음악이다. 격정적이고 다이내믹한 부분보다는 각 구성의 세밀한 아름다움과 조화에 더 신경을 쓰는 느낌이 든다.

타악기의 활용이 좋고, 각 악기간의 배합도 좋다. 밀고 당기는 부드러움과 조화로움도 멋이 있다. 두 번째 cd의 4악장은 오리지날 버전과 비교하여 들을 수 있는 배려도 있다.(하지만 막귀인 저는 비교해 들어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잰더만의 80분에 달하는 해설 cd가 한 장 더 들어 있다. 1악장의 시작을 베토벤 교향곡 제3번과 비교하는 것 따위가 설명된다고 하는데 영어를 잘 알아듣는다면 보다 더 심오한 말러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텔락의 우수한 음질과 시원한 잰더 그리고 멋진 타악기와 금관악기의 조화 그리고 세 장의 cd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이 음반은 교향곡의 묘미와 함께 말러를 알아가는 좋은 소프트가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역시 표지의 역동적인 모습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