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빈 강정 같은 영화

양조위, 이연걸, 장만옥, 장쯔이 등 홍콩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한꺼번에 출연한 영화 <영웅>은, <행복 한 날들>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장이모우 감독의 장편영화이다. 작품마다 화려한 영상미를 보여주는 동시에 중국의 역사를 드라마로 풀어나간 전작들에 비해, <영웅>은 액션의 요소를 가미한 영화이다. 장이모우 감독이 처음 도전하는 장르라서 그런지 세계 언론의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각종 잡지의 일면 기사로까지 실린걸 보면 장이모우 감독에게 있어 영화의 거장이라는 칭호가 부끄럽지가 않다.

그렇게 영웅은 개봉 전부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아왔다. 하 지만 영화는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조금의 아쉬움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 알다시피, <영웅>에는 영웅만 있을 뿐이고 재미있는 영웅의 이야기는 속속 빠져있다. 액션의 화려함과 비쥬얼적인 측면만 과 도하게 투자한 그런 작품으로만 보이는 건 유독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라고 본다.

영화의 주된 내용을 보면 천하통일을 눈앞에 둔 중국의 황제 진시황을 죽이려는 영웅들의 이야기이다. 이야기 전개 방식을 보면,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가 비슷한 구조를 띄고 있다. 하지만 <라 쇼몽>의 치밀함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고 그냥 겉치레만 하는 그런 식으로만 보인다.

앞서 말 했듯이 볼거리는 정말 풍부하다. 감독의 전작을 봤다면 아시다시피 유독 색에 아주 강한 그런 감독의 우수성을 알 수가 있을것이다. 일단 <영웅>은 색에서 반 이상의 점수를 따간다. 빨강, 노랑, 검정, 초 록, 백색의 색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각 색마다 의미가 담겨져 있다. 각 장면에 맞게 색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그런 영화이다. 또 액션 장면을 보면 아무도 따라 갈 수가 없는 그런 화려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런닝타임 97분은 너무 짧다고 본다. 제작사 측에서 런닝 타임을 짧게 만들어서 많은 돈을 벌려 고 하는 목적은 아니겠지만, 영화를 만들려면 <반지의 제왕>처럼 볼거리와 이야기를 둘 다 동시에 보 여주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서, <영웅>은 겉만 화려하지 속은 텅빈 그런 작품이라 할 수 있 겠다.

DVD 소개

DVD는 엔터원에서 출시가 되었다. <영웅> DVD는 판권 문제 때문에 출시가 많이 지연되어서 DVD 매니 아들에게 원망을 산 그런 타이틀이다. 결국 수개월 연기되어서 출시되었지만 타이틀은 그렇게 기대에 맞게 출시되지는 않았다. 일단 메뉴 디자인을 보면 중국 영화다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작 메뉴 화면 인 만리장성을 필두로 해서 설정 화면으로 이동하면 붓글씨를 쓸때 먹이 번지는 효과를 보여주는 메뉴 를 보여준다.

■ 영상

2.35:1 애너모픽 영상을 보여주는 <영웅>은 화려한 중국의 대 평원을 아주 절묘하게 잡아낸다. 화면비를 굉장히 잘 살려서 촬영한 케이스로 와이드한 장면들을 시종 일관 감상할 수가 있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결투씬이나 중 후반부에 나오는 결투씬 모두 시원한 액션 을 만끽 할 수가 있다.

특히 <영웅>에서 가장 우선 볼 만한 것은 색의 표현이었다. 빨강, 노랑, 검정, 초록, 백색을 과연 어 떻게 DVD에서 뽑아줄까라는 그런 생각은 영화 개봉 때부터 이뤄져왔다. 하지만 DVD에서는 다소 아쉬운 화질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사물의 윤곽선이 조금 흐리고 번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DVD의 영 상이 프로그레시브가 아닌 인터레이스 모드로 수록이 되어있다. PC로 보는 경우라면 비디오 출력모드 를 AUTO나 BOB로 설정해야지 가로줄이 나오는 현상을 없앨 것이다.

■ 음향

화질면에서 점수를 많이 잃었는데 반해 음향에서는 아주 화려한 면모를 보여준다. 돌비 디지털 5.1 EX 와 DTS 6.1 ES를 채택한 사운드는 레퍼런스급으로 상당히 화려하다. 초반 비내리는 대전씬에서 보면 검의 울림을 아주 세세하게 느낄 수가 있다. 마치 <와호장룡>의 사운드의 업그레이드라고 할 만큼 음 악과 함께 어우러진 음향 효과는 정말 칭찬 할만하다.

이 밖에 수많은 활이 날라 가는 장면에서 날카로운 소리를 느낄 수가 있고, 말의 말발굽 소리 또한 가 슴을 치는 듯한 효과를 준다. 하나 더 칭찬할 만한 장면은 후반부에 나오는데 장만옥과 장즈이의 대결 이다. 아름다운 노란 은행잎과 빨간 도복이 어울려져 묘한 분위기를 보이는 장면에서, 사운드는 휘몰 아치는 바람소리에 몸이 감싸이는 느낌이 들게 한다.

■ 부가영상

2DISC로 구성된 만큼 부가영상에는 볼거리가 많다. 하지만 메뉴가 너무 많이 나눠져 있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 솔직히 말해서 귀찮아서 안보다가 이제야 본다. -_-; 디스크를 넣으면 총 4개의 메뉴가 뜬 다. THE HERO, BEHIND THE HERO, HERO'S GALLERY, SOMETHING ABOUT HERO가 있다.

THE HERO를 보면 배우와 스텝의 인터뷰가 들어있다. 각 배우를 선택해 들어가면 갤러리와 인터뷰가 나 눠져 있다. 배우 인터뷰를 보면 영웅의 정의에 대해서 각 배우마다 재미있게 이야기 한다. 하지만 진 시황 역을 맡은 ‘진도명’의 인터뷰는 빠져있다. 그리고, 세 명의 스텝들의 인터뷰가 들어있다.

BEHIND THE HERO에는 메이킹 필름과 NG 장면, 비하인드 더 씬, 스토리 보드로 나눠져 있다. 메이 킹 필름을 보면 총 6개의 챕터(각 3분가량)가 있는데 영화 촬영 지역을 소개하면서 촬영 장면 등을 보 여준다. NG 장면은 영웅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그냥 영상만을 제공하는 수준이다. 영화와는 달리 배 우들의 웃음 띤 얼굴을 볼 수 있어 새롭다. 비하인드 더 씬은 액션 장면을 찍는 촬영 모습을 볼 수 있 다. 스토리 보드는 4개의 장면으로 나눠져 있는데 본편 영상과 스토리보드를 비교해 볼 수 있다.

HERO;S GALLERY 역시 총 4개의 메뉴가 있다. 우선 JURNEY TO THE HERO를 보면 다섯 개의 장소가 나오 는데 각 장소마다 촬영 시기, 지리적 위치, 영화장면 등을 영상이 보이는 가운데에 소개한다. PHOTO, 아트웍 / 메카니즈, DRAFT 의상은 그냥 갤러리 수준이다.

SOMETHING ABOUT HERO는 부가 영상에서 가장 많은 분량의 영상을 보여준다. 들어가면 HEROS BEHIND HERO SEMINAR, COLOR BEHINE HERO, 예고편 2개, TV SPOT 2개가 있다. HEROS BEHIND HERO SEMINAR을 보 면 CINEMATOGRAPHIC, MUSIC, ACTION, ACTING로 역시 나눠지는데 제작 발표회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우선 촬영 감독인 크리스토퍼 도일의 인터뷰를 보면 색채 이론에 대한 설명과 색깔에 대한 정의에 대 해 이야기 한다. 음악 부분에서는 <와호장룡>의 음악을 맡은 담순이 이 작품에도 역시 맡고 있다. 인 터뷰 내용은 단순히 그냥 음악에 관해 이야기 하는 수준이다. 담순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오류가 발생 하는데 자막이 조금 빨리 나온다. 다음은 정소동 무술감독의 인터뷰가 있는데 세 개의 액션 씬에 대한 이야기를 장면을 보여주면서 이야기 해 주는데, 와이어에 관한 이야기와 미장센에 관해 주로 이야기 한다. 마지막으로 연기를 보면 양조위와 장만옥이 나와서 인터뷰를 한다. COLOR BEHINE HERO를 보면 감독이 영화에 쓰인 네 가지 색에 대한 의미를 풀이해서 이야기 해준다.

리뷰 : 양승목 (www.ciinekir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