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밝다!

올해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해라고 할만큼 다른 해와 달리 많은 작품이 나왔다. <강아지똥>, <오세암>, <엘리시움>, <원더풀데이즈>등 개봉 성적은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보일 만큼 각 작품마다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다. 특징을 살펴보면 <강아지똥>은 10억원을 들여만든 클레이 애니메이션, <오세암>은 2D 애니메이션, <엘리시움>은 풀 3D 애니메이션이다. 앞의 세 작품과는 달리 <원더풀데이즈>는 미니어처 실사 촬영과 2D, 3D를 합성시킨 작품이다. 네 작품을 보면 한국 애니메이션이 기술적으로 많은 발전이 있다는 걸 알 수가 있다. 물론 작품마다 단점도 보이지만 네 작품을 보면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은 아주 좋다고 본다.

자 그럼 <원더풀데이즈>를 한번 보도록 하자. 이 작품은 제작비가 100억이 넘고 제작 기간이 5년이나 걸려 만들어졌다. 멀티메이션이라는 신조어를 이 작품을 통해서 볼 수가 있는데, 작품 제작 방식이 다른 작품과는 달리 셀, 미니어처, CG등을 섞어서 만들었다. 특히 이 작품 제작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미니어처로 직접 촬영된 배경이다. 스타워즈 촬영 때 쓴 프레지어 렌즈(하루 빌리는데 1000만원)을 써서 그런지 건물의 질감과 깊이감의 표현은 정말 대단하다. 또 건물의 녹슨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서 '매트 페인팅'이라는 기술이 이 작품에 선보인다. '매트 페인팅'은 영화에서 직접 촬영할 수 없는 배경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컴퓨터 그래픽 기술! 이 작품을 위해 미술 감독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녹슨 건물의 사진을 찍어 스캔해서 그림의 질감을 느끼게 하였다.

CG 기술이나 3D와 2D의 합성 기술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 할만큼 정성 들여서 만들어졌다. 3D와 2D의 합성에서 그림 한장에 레이어가 100장이상 들어간 장면이 있는데 랜더링 시간만 반나절이 걸린다고 한다. 이 부분 말고도 제작된 동화매수가 12만장에 달하는데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스텝들의 고생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하지만 실사 영화를 만들 정도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원더풀데이즈>를 보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처럼 국내에서는 거의 찬밥 신세였다. 왜 그럴까? 그건 바로 스토리의 부재가 아닐까 라고 생각 할 수 있다.

<원더풀데이즈>의 스토리는 아주 약하다. 전체적으로 비, 안개, 번개, 바람으로 나눠져 있는데 각 부분마다 캐릭터의 행동의 변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각 장면의 배경마다 현실, 과거 집착, 그리움, 회상, 생존, 변화 등을 볼 수가 있지만 캐릭터의 성격이 느껴지지 않는다. 일본과 미국의 애니메이션에 길들여져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스토리의 힘이 많이 약한걸 느낄 수가 있다. 또한 이 작품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성우의 목소리라고 본다. 물론 성우들이 열심히 한 건 알지만 보는 관객으로서는 상당히 아쉽다.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스토리에서 빈약한 <원더풀데이즈>. 하지만 이 작품을 보고 나면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밝다는 생각이 든다.

레퍼런스 DVD

<원더풀데이즈>의 DVD는 두 장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극장 개봉 후 2달도 채 안되어서 출시되는데 이 작품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환영할만하다. 메뉴 디자인을 보면 비교적 간단하게 되어있다. 각 메뉴의 이미지는 메뉴에 맞게 사용되었다. 챕터 메뉴를 보면 영화의 스토리에 맞게 비, 안개, 번개, 바람, 원더풀 데이즈로 나눠져 있다.

■ 비디오 ★★★★★

화면비는 1.85:1 anamorphic widescreen을 지원한다. 화질을 보면 레퍼런스 급이라 할만큼 상당히 우수하다. SONY HDW-F900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된 미니어처들의 이미지들은 실사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또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쓰인 프레지어 렌즈의 위력은 정말 놀랍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유전 공장들의 건물 벽의 질감은 아주 뛰어나다. 또 비가 땅 바닥에 떨어지는 장면이나 바이크의 발통에 튕기는 모래까지 잘 보여준다

특히 우수한 건 조명에 따른 색깔 변화와 빛의 변화 등이 아주 잘 살아있다. 바로 위의 이미지를 보면 알다시피 두 주인공의 배경에 그림을 보면 빛의 변화가 아주 잘 나타난다. 이 장면 말고도 술집에서의 빛의 변화도 눈 여겨 볼만하다. 또한 후반부에 적들의 기지인 에코반에 쳐들어 갈 때 트럭의 그림자 모습 등이 잘 살아 있다.

■ 오디오 ★★★★★

오디오는 DD 5.1과 DTS를 지원한다. DVD의 레퍼런스에 올라갈 만큼 정말 칭찬하고 싶을 정도로 사운드가 좋다. <아키라> DTS 사운드에 버금 갈 정도로 아주 우수하다. 스피커의 활용도가 상당히 좋고 사운드 분리도 또한 좋다. 영화 초반부의 유전 지역 공장의 사운드를 보면 공간감이 잘 느껴진다. 유전 공장의 시퀀스가 지나가고 주인공이 바이크를 타고 질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의 음향 역시 상당하다. 터널에 들어가기 전의 사운드와 들어간 후의 사운드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잘 느껴진다.

후반부에 에코반에 쳐들어 갈 때의 사운드를 보면 우퍼의 쓰임새가 아주 많다. 심장을 울릴 정도의 저음이 시종일관 계속 나오는데 퀄리티가 아주 우수하다. 적의 비행기 사운드 역시 방향 이동감이 잘 나타난다. 또한 챕터 13에서의 꿈 장면의 사운드도 눈 여겨 볼만하다. 인물의 대사 역시 안정적으로 센터에서 흘러나오고 정말 나무랄 데가 없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 스폐셜 피쳐 ★★★

스폐셜 피쳐를 보면 김문생 감독과 스텝 5명이 함께하는 음성해설이 본편 디스크에 수록이 되어있다. 나머지 자료는 두번째 장에 있는데 그다지 많은 자료가 없어서 좀 아쉬운 감이 있다. 자료를 살펴보면 아름다운 이야기(메이킹 필름), 제작노트, 비주얼 스토리, 프로모션 자료, 필름 메이커 소개등이 있다.감독과 5명의 스텝들이 함께하는 음성해설을 들어보면 여러가지 기술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총 6명이 해서 좀 어수선한 느낌이 들거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모든 스텝이 차분하게 이야기를 해준다.

약 48분간의 아름다운 이야기(메이킹 필름)을 보면 프리프로덕션과 프로덕션으로 나눠져 있다. 김문생 감독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해서 조택연 교수(경기대 건축 전문대학원)이 설명하는 가이아 이론과 에코반의 자세한 설명을 볼 수가 있다. 음악 감독인 원일과의 대화를 보면 음악 감독의 노트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상당히 재미있다. 이어 멀티 메이션에 대한 설명과 영화 배경을 볼 수가 있고 정인철 미술감독이 설명하는 매트 페인팅을 볼 수있다.

프로덕션으로 넘어가면 이석연 프로덕션 디자이너의 미니어처 설명을 볼 수 있는데 1/12에서 1/6로 스케일 크기를 변화할 때의 심정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윤영기 애니메이션 감독이 설명하는 <원더풀데이즈>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애니메이터들이 연기하는 영상을 볼 수 있는데 아주 재미있다. 거의 배우 수준이다. ^^ 이어서 컬러 스타일리스트인 정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빛의 비중에 따라 셀 마다의 특성을 고려해 작업한 인물의 외곽선 작업 과정을 보여준다.

CG와 합성 작업에서 사용된 인페르노라는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랜더링 하는데 7시간 30분 걸렸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뮤직 사운드를 보면 다양한 소리를 녹음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성우가 녹음하는 모습과 소리를 직접 만드는 과정 등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마케팅 부분에 대한 설명 등이 나온다.

제작노트를 보면 각 장면에 대한 설명을 보여준다. 비주얼 스토리를 보면 4가지 메뉴로 나눠져 있는데 거의 이미지 사진뿐이다. 프로모션 자료를 보면 예고편 3개와 뮤직 비디오, 포스터 등이 있다. 필름 메이커를 보면 각 스텝들의 소개가 텍스트로 수록이 되어있다.

■ 총평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보여줄 만한 작품인 <원더풀데이즈>. 스토리가 조금 빈약하지만 기술력은 최고라 할만하다. 매 장면마다 스텝들의 노고가 들어날 만큼 아주 멋진 화면들을 보여주는데 5년간의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쳐 줄만하다. DVD의 퀄리티는 레퍼런스 급이지만 서플먼트가 다소 부족한게 조금 아쉽다. 감독판이 확실히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나온 버전만으로도 상당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

프리뷰 : 양승목 (ciinekiru@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