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듀얼 CS 600 전경 01
듀얼이라! 정말로 오랜만에 듣는 정겨운 이름이다. 듀얼은 모델명까지 기억나진 않지만, 필자가 본격 하이파이 오디오에 입문한 20대 초반에 잠시 메인 플레이어로 사용했었다. 그로부터 30여 년을 보내고 다시 접한 듀얼의 벨트 드라이브 턴테이블 CS 600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익숙한 모습 때문에 잠시 1980년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안겨 주었다.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과거의 제품과 달라졌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익숙함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탄노이나 매킨토시의 예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무슨 신생 회사도 아니고, 설립된 지 한 세기가 넘은 회사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듀얼의 역사를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동사는 1900년 크리스티안 슈타이딩거가 독일의 성 게오르겐에서 설립한 게르브루더 슈타이딩거(Gerbruder Steidinger) 사로 출발하였다. 스프링 모터 부품을 제조하던 동사는 그라모폰 산업이 급성장하던 1927년에 듀얼로 회사 이름을 바꾸면서 오디오 산업에 뛰어들었고, 1928년에 전기모터와 자체 제작한 픽업 카트리지를 장착한 완제품 그라모폰을 내 놓았다. 그리고 1949년에는 2극 전기모터를 채용한 아이들러 드라이브 방식의 턴테이블, 1952년에는 자체 제작한 크리스털 포노 카트리지, 1958년에는 스테레오용 포노 카트리지를 장착한 턴테이블, 1959년에는 4극 모터로 구동하는 아이들러 턴테이블을 내 놓았다. 그리고 시기를 건너뛰어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 1972년에 다이렉트 드라이브 턴테이블인 듀얼 701, 1978년에는 초저질량 톤암을 장착한 최초의 쿼츠 컨트롤 방식의 턴테이블을 선보였다.
이처럼 동사는 아날로그 플레이어의 역사와 호흡을 함께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동사는 격랑에 휩싸이는데, 1982년에는 파산 선고와 함께 톰슨-브란트 그룹에 매각되었고, 1987년에는 소유주가 페르페툼-에브너(P+E)로, 그리고 1988년에는 슈나이더 룬트풍크베르케 AG로 바뀌었으며, 1993년에는 생산 거점을 성 게오르겐에서 튀르카임으로 옮겼고, 2001년에는 소유주가 중국의 TCL 홀딩스로 바뀌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듀얼 로고
그런데 파란만장한 할 듀얼의 역사를 살피다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눈에 들어온다. 부침이 심한 역사 속에서도 동사를 떠받치는 주축인 아날로그 플레이어 시스템만은 언제나 건재했다는 점이다. 1985년 동사는 CS-5000을 내 놓았고, 1992년에는 금색으로 도금한 플래터와 돌로 만든 베이스로 유명한 ‘골든 스톤’ 시스템을 내 놓았으며, 1997년에도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이들 아날로그 시스템은 소유주의 변화와 상관없이 언제나 독일 현지에서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듀얼 CS 600 전경 02
동사에 대한 설명은 이쯤에서 줄이고, 이번에 시청한 CS 600을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외관부터 살펴보면, CS 600은 아날로그의 황금기인 1960·70년대를 연상케 하는 복고 취향의 디자인으로 되어 있다. 시각적 단순성과 기능성의 명쾌한 통합을 지향하는 독일 특유의 기술 정신이 느껴진다. 이러한 복고 취향은 넓이 440밀리미터, 깊이 135밀리미터, 높이 370밀리미터로 이루어진 기기의 외형 치수에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면모는 기기의 무게가 8.3킬로 밖에 되지 않는 것에서도 나타나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의문이 일어난다. 하나는 크기도 그렇지만 8.3킬로 밖에 나가지 않는 무게만 놓고 보면, CS 600은 본격 오디오라기보다는 보급형 제품에 가까운 게 아닌가? 다른 하나는 최신 제품에 어울리는 신소재나 신기술을 채택하지도 않은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첫째 질문부터 답해 보면, 본격 아날로그 재생에서 제품을 구성하고 있는 소재와 강도, 그리고 무게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며, 이런 관점에서 CS 600는 언뜻 빈약한 기기처럼 보일 수도 있다. 특히 8.3킬로 밖에 나가지 않는 무게가 그러한데, 여기서 분명히 해 두어야 할 것이 있다. 기기의 외부와 내부에서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진동을 차단하고 흡수하기 위하여 강도 높은 소재를 채택하고, 기기의 질량을 높이는 것은 본격 플레이어 설계의 기본이지만, 무조건 강도가 높고 무겁기만 하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좋은 아날로그 플레이어는 이들 물리 조건 외에도 ‘음악성’이라는 더 큰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음악성’에 문제가 있다면, 좋은 플레이어라고 할 수 없다.

듀얼 CS 600 우측 하단
그리고 오히려 이들 조건보다 우선하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안정성과 균형성이 뛰어난 설계를 바탕으로 하여, 여기에 적절한 소재들을 최적의 장소에 배치하고 조합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아날로그 플레이어의 성패가 90퍼센트 이상 결정된다. 이런 관점에서 예나 지금이나 거의 동일한 디자인을 동사의 기기들이 채택하고 있는 것은 기본 설계가 우수하다는 것을 역으로 증명한다. 그리고 비교적 경량인 제품 무게도 이러한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무겁기만 하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다.
다음으로 CS 600이 신소재 또는 신기술을 별로 채용하지 않는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상과 비슷한 맥락으로 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날로그 플레이어는 이미 한 세기를 훌쩍 넘긴 기술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기술 축적과 경험이 부족한 신생 회사라면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신기술과 신소재 같은 것에 매달릴 수 있지만, 듀얼처럼 역사가 유구한 회사까지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이런 회사일수록 정통 이론에 입각한 제품들을 한층 충실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에 대한 설명은 이쯤에서 줄이고 싶다.
CS 600에 담긴 기술 내용을 살펴보면, 이 기기에서 필자가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턴테이블 베이스이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외부 진동을 흡수하는 원목 콘솔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원목이라는 소재이다. 주지하는 대로 최신 제품들 중에는 베이스를 금속, 유리, 플라스틱 계열의 소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동사에서는 최신 경향을 따르지 않고, 예전부터 내려오는 대로 목재를 과감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것도 MDF처럼 구하기 쉽고 비용도 낮은 소재가 아니라 원목을 사용하고 있다. 왜 나무일까? 왜 원목일까? 바로 이 지점에서 CS 600이 정통 아날로그 음향을 ― 신세대 아날로그 음향이 아니라 ― 지향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CD 수준의 높은 해상도보다는 목재 소재 특유의 온화한 색채, 그리고 견고하지만 어우러짐이 뛰어난 음향 몸체를 지향한다는 점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듀얼 CS 600 플래터
다음으로 주목할 것은 이중 구조의 금속 플래터인데, 이 기기는 300φ, 높이 20밀리미터, 무게 1.05킬로로 된 댐핑 링을 샌드위치 형식으로 결합한 금속 플래터를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도 플라스틱이나 유리 계열의 소재를 사용하는 최신 경향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주물 방식으로 제조하는 금속 플래터는 제작이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신 기기에서 금속 소재를 꺼리는 이유는 플라스틱이나 유리 소재에 비하여 해상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S 600이 금속 플래터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금속 소재가 만들어 내는 음향 때문이다. 금속 소재는 제조 기술상 난점이 적지 않지만, 올이 굵은 음향 몸체와 선율선, 안정감, 그리고 중량감이 유연한 조화를 이룬 음향을 얻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CS 600은 4점 방식의 볼 베어링 짐벌을 탑재하고 있으며, 플레이어의 설치와 운용에서 제진(除振)의 효율성과 설치의 안정성 확보에 유리한 3점지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각부(脚部)는 알루미늄 재질로 되어 있는데, 이 방식 또한 풍부한 아날로그 플레이어 설계 경험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아도 좋다. 모터는 78회전까지 속도 선택이 가능한 DC 모터를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체형으로 제공하는 톤암을 살펴봐야 하는데, 이번 시청에서는 자세하게 살펴보지 못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애호가 제현의 양해를 구하고 싶다.

듀얼 CS 600 밑바닥
그렇다면 CS 600은 어떤 음향을 들려주는가?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차라리 경이롭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빠른 기동 속도이다. 첫 번째 음반을 재생하기 위하여 스타트 노브를 조작하자마자 불과 1~2초 사이에 정상 속도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필자는 CS 600이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이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 지금까지 접해 본 벨트 드라이브 턴테이블 중에서 이처럼 빠른 시간에 정상 속도에 도달하는 제품은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적지 않은 애호가들이 음향의 완성도 때문에 벨트 드라이브 턴테이블을 선택하지만, 운용 과정에서 느린 기동 속도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음을 떠올려 보면, CS 600의 기동 속도는 그런 불만을 단숨에 날려 버리고도 남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언급해 보면, 철저한 정전기 대책 또한 특필할 만한데, CS 600이 회고 취향의 디자인과 오래 된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이것 또한 특필할 만하다. 이번 시청 과정에서 혹시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는지 세심하게 관찰했지만, 정전기가 발생하는 현상은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 이것이 음향의 완성도, 특히 투명도에 깊은 영향을 주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듀얼 CS 600 모터 & 벨트
이번 시청은 수입사의 시청실에서 이루어졌다. 레퍼런스 시스템으로는 블라델리어스의 토르 Mk3 인티앰프, 아톨의 P200 포노 앰프, 펜오디오의 센야 스티러, 그리고 레가의 바이어스 2 포노 카트리지을 사용했다. 시청 결과를 요약하면, 정통 음향의 향기가 그대로 묻어나는 아날로그 기술에 확고하게 뿌리를 두고, 여기에 현대 아날로그 플레이어에게 요구하는 해상도와 명료도를 깔끔하게 실어올린 음향을 들려주는 플레이어가 CS 600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재생한 음반은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가 크리스티안 차카리아스와 호흡을 맞춘 슈베르트 가곡집(EMI)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불필요한 무게가 실려 있지 않은, 풍성하면서도 사뿐한 저음을 토대로 펼쳐지는 온화한 — 정확하게 말하면, 파스텔톤의 삼삼함이 감도는 — 색채로 떠오르는 음색과 공간감이었다. 중심 주파수가 중역으로 잡혀 있는 까닭에, 피셔-디스카우의 연주가 두 개의 스피커의 한가운데에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정위한다. 차카리아스의 피아노 반주는 조금 멀게 잡히는 인상이지만, 이러한 문제점은 톤암을 정밀 세팅하면서 충분히 조정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듀얼 CS 600 스피드 컨트롤
견실한 중역을 중심으로 하여 자연스럽게 방사상으로 펼쳐지는 음향 조형은 소프라노 제시-노먼과 콜린 데이비스가 협연한 베를리오즈의 가곡집 ‘여름밤’Op.7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여기서는 노먼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전후 관계가 입체감 넘치는 이미지로 떠오르고 있었다. 여기서 흥미를 끄는 것은 포르테로 올라가도 — 벨트 드라이브 턴테이블답게 — 음향이 전혀 포화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배경에 깔리는 음향의 정숙성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음악의 내성부와 뉘앙스는 어떻게 살려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선택한 음반은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토벤의 제3번 교향곡(1976)과 피에르 불레즈가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CBS)이었다. 이들 음반에서도 확연하게 떠오르는 것은 고요한 배경음이었는데, 이건 금속 플래터의 내부 밀도가 아주 고르다는 것과 와우플러터 특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은 뜻한다. 베토벤 재생에서는 음향 무대를 그리 크게 연출하지는 못하지만, 각 악기 섹션이 자리를 잡고 있는 전후좌우의 위치가 온화한 공간 속에서 정확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섬세함은?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한다면 90점을 주고 싶다.

듀얼 CS 600 톤암
CS 600이 장기로 삼는 우아함은 불레즈가 지휘하는 ‘봄의 제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1970년대 불레즈 특유의 냉철함과 예리함이 조금 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 음반 재생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한편으로는 우아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트라빈스키의 복잡한 악곡 구조를 선명하게 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듀얼 CS 600 후면
지금까지 오랜만에 접하는 아날로그 플레이어의 명가 듀얼의 신제품 CS 600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CS 600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정통 아날로그 기술과 음향을 기반으로 하면서, 여기에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정묘함과 투명함을 우아한 필치로 통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감과 사뿐함, 그리고 풍성한 색채감과 공간감을 잃지 않지만, 여기에 정숙하고 고용한 배경음과 섬세한 디테일을 결합해 내는 솜씨는 정통 아날로그 음향에 대한 기술 축적과 풍부한 경험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아날로그 플레이어의 경험에 얕은 젊은 애호가라면 — 다시 말하면 CD의 디지털 음향에 익숙한 애호가라면 — CS 600이 들려주는 음향은 선명함이 떨어지고, 음색의 온도가 다소 높은 것에 대하여 불만을 가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애호가들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이미 CD에서 충분히 경험한 것은 아날로그 LP 재생에서 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분명히 말해 두지만, 지금 당신이 듣고 있는 것은 아날로그 음향 한 세기의 역사를 관통하는 정통 음향입니다.’
제품사양
형식: 일체형
구동 방식: 벨트 드라이브
회전수: 33 1/3, 45, 78rpm
플래터 무게: 1.05kg
크기/무게: W440×H370×D135mm/8.3kg
출처: www.sonitu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