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시스템’이란 오디오파일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말이다. 마치 ‘청춘예찬’처럼 밥이나 옷이나 미인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닌, 다소 무모할 정도로 음악을 듣기 위한 순수한 이상이 담겨 있다. 막연하게 전지전능한 시스템이라고 인식되는 이 말에는 구체적으로 다음 몇 가지 의미를 담고 있어 보인다. 첫 째, 물리적으로 광범위한 재생특성을 갖춘 우수한 스펙을 전제로 한다. 스피커에서 보면 인간의 가청대역을 넘어서는 광대역 재생특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앰프로서는 혹독한 전기적 요구상황에서도 연속유지가 가능한 대출력 생산과 기기를 상하지 않게 하고 오랜 동안 작동시키는 안전한 회로 시스템 등이 요구된다.
소위 어떤 사용자의 시청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력을 토대로 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둘 째, 질적으로 다재다능한 재생능력을 제시하는 전천후 시스템이다. 장르의 제약을 초월해서 약음의 미세한 떨림과 호쾌한 투티를 작열시키며 음악을 아름답게도 강건하게도 구사하는 멀티플레이어를 의미한다. 종종 장르특성에 따라 취사선택하는 시스템을 운운하지만, 그 상위에 자리잡는 초월시스템은 물론 존재한다. 돈이 더 많이 들 뿐이다. 세 번째로 뚜렷한 존재감과 소장의 의미를 갖는 조형적 가치이다. 오디오 기기가 예술품에 비견되는 건, 전문 수공예품에 맞먹는 제조기법과 노하우를 배경으로 제작되고 또 독립적으로 보아 배치된 공간 속에서 뛰어난 오브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오디오파일의 시각에서 보자면, 일종의 소리를 내는 예술품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공간에서 최고의 소리를 들을 수만 있다면 혹시 오디오를 생략해도 될까? 현장 혹은 음반에 담긴 정보가 있는 그대로 구현된다면 눈 앞에서 그 크고 작은 각지고 둥글고 울긋불긋 반짝이는 것들을 사라지게 해도 괜찮겠냐는 문제이다. 사실, 음악을 듣는 일과 재생시스템을 갖추는 일은 서로 상관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이것은 취미로서의 오디오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원하는 곳에 이동시켜주는 자동차, 배를 부르게 해주는 음식, 명료하게 정리한 장편소설… 원래의 기능을 향해 달려가는 일이 전적으로 목적은 아니다. 대신, 본원적 기능에 바짝 중첩되어 반짝이는 ‘레이어’ 한 장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전천후 시스템은 그 외형만큼이나 이런 보다 포괄적인 의미를 품고 있어 보인다. 실제 연주와 동격의 품질을 자신의 공간 속에 편입시키는 일은 그 대상에게 음악과 음향, 그리고 조형에 대한 지평을 넓혀줄 것이다.
‘윌슨오디오’와 ‘VTL’은 풍요로운 어메리칸 드림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사운드적으로도 그렇지만 거침없이 뻗어나간 그 모습들에서 광활한 신대륙의 기질을 유감없이 대별하고 있다. 무한 발전을 기약하던 수많은 브랜드들이 사라져가곤 했던 하이엔드 오디오의 필드에서 아직도 이런 명품들이 존속하다는 사실은 오디오파일들에게는 큰 위안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미국경제가 휘청거리던 시절에도 이들은 건재했다. 각기 자신이 세계최고인 독보적인 영역을 갖고 지속적인 제품 히스토리를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거리가 충분한 이름들이다. 이들을 감상하는 작업은 세속을 초월해서 사과나무를 꾸준히 심어온 그들의 잘 영근 수확을 맛보는 감동의 시간이다.
대를 잇는 진공관의 전설 – VTL ‘지그프리드’
본 앰프 ‘지그프리드’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언제나 등장하는 플래그쉽 ‘보탄’의 스토리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가히 전설에 가깝다. 실제로 운용 사례를 관측하기 어려운 건, 가격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용 환경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거의 산업용 스펙에 가까운 1,200와트의 출력을 우선 가정용 전원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그런 개인환경을 갖추는 일은 경제력과 의욕만으로 쉽게 해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90년대 말 오디오 매장에서 ‘보탄’을 한 번 본 적이 있을 뿐, 실제 운용사례나 시청의 기회를 갖지 못했기에 그 신비로움이 더욱 크다. 기본적으로 채널별 모노블럭 구성에 각기 상하 더블 데크의 구성으로 채널당 24개의 6550을 사용한 가공할 앰프였던 ‘보탄’은 필자가 알고 있는 양산화된 진공관앰프로서는 최대규모이다(그 푸짐한 오디오 리서치의 레퍼런스 600도 16개의 6550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보탄’은 VTL의 플래그쉽으로서 일종의 상징적인 개념으로서 존재하고, 이를 형상과 스펙 양면에서 현실화시킨 제품이 ‘지그프리드’이다. 어쩌다 보니, 보탄과 지그프리드의 사이에는 마치 신과 인간계의 차이 만큼이나 피하지 못할 변경의 상황이 있었고, 사주인 ‘류크 맨리’는 이를 시대적 대세로 규정하고 순응하며 대처했는데, 이 과정에 있어서 그의 부친인 ‘데이빗 맨리’와 달랐다. ‘맨리’가 사운드면에서 클래식 스타일로 다소 귀엽다고 해야 할 소품들로 제품 코드를 변경해 갔다고 한다면, ‘VTL’은 시대적 변화에 맞게 사운드품질을 현대화시키며 제품의 대용량 스펙은 축소시키지 않았다.
‘보탄’이 개발된 90년대 중반은 마침 전세계가 홈시어터의 열풍에 휩싸이기 시작하던 무렵이다. 하이파이 오디오계에서는 커다란 챌린지가 시작되었고 하이엔드 업계는 크게 요동쳤다. 이 과정에서 류크 맨리의 관심사는 잔손질이 필요 없는 ‘스마트 진공관앰프’의 제작이었는데, 레퍼런스의 격에 맞는 새로운 스탠더드 – 즉, 사운드의 품질과 테스트에서도 측정수치가 모두 우수한 제품일 것, 모든 조건하에서 다양한 범위의 스피커를 소화할 수 있을 것, 최상의 실력을 구사하기 위한 자체 진단력과 최적화 능력이 있을 것 등을 제품에 반영시키고자 했다. 제품의 외관도 대폭 변경했다. 초기의 VTL제품들은 사실 ‘맨리’의 디자인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좌우로 길고 짧게 타공을 한 전면 패널과 손잡이, 그물망을 덮은 바디, 나사조임식 터미널 등 얼핏 ‘맨리’의 새 디자인 정도라고 해도 이의가 없을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밀레니엄을 지나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하기 시작했고 그 한복판에 지그프리드가 위치하고 있다. 류크 맨리가 구상한 신-구의 조화를 이룬 직관적이고 구사하기 쉬운 제품이 완성된 것이다. 류크 맨리에게서 느끼는 공감대가 있다면, 대를 잇는 진공관 제조자이면서 진공관의 장점을 주장하는데 시간을 들이기 보다는 진공관을 쉽게 다룰 수 있게 보편화시킨 점에서 스마트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필자가 아는 한, 이상적인 진공관앰프의 완성은 대면시에 진공관앰프인지 여부를 의식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그프리드’의 핵심을 요약하라고 한다면 켜놓고 잊어버릴 수 있는, 문자 그대로 ‘스마트’ 설계에 있다. 자동 바이어스 회로를 내장시켜서 구동 중에 진공관이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자체 점검을 하도록 설계함과 동시에 사용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디자인 – 진공관의 수명과 특정 진공관의 교체가 필요한 지 여부, 앰프 구동 시간, 실시간 전압 수치 등 – 되어 있다. 5개의 MOS FET으로 구성된 레귤레이터가 두 커패시터 사이에 위치해서 출력관에 걸리는 B전압이 낮아지지 않도록 작동하는 방식이다. 특정 관이 저전류 상태가 되면 그 관의 작동을 멈추고, 관이 작동을 멈출 우려가 감지되면 전체 파워를 내림으로써 증상별 단계를 나누어 동작하게 되어 있다. 오토 바이어스 시스템은 일단 연주가 시작되면 작동을 멈춘다. 앰프 뒷면에 있는 RS232를 통해 컴퓨터로 모니터하며 세팅을 할 수 있다.
‘지그프리드’는 마치 데스크탑 컴퓨터의 본체를 연상시키는, 수직으로 긴 타워형 디자인을 하고 있는데 상하 두 개의 체임버로 구분되어, 상단에 전원 트랜스와 출력관이 위치한다. 디자인과 회로 공히 VTL7.5 프리앰프와의 연계를 고려해서 제작되어 있으며 섀시의 설계는 두텁고 단단한 바디와 비자성체로 보호되어 있고 바닥은 비공진 물질로 제작되어 있다. 측면은 방열을 위해 전체 섀시가 수직으로 타공이 되어 있으며 전면패널은 유려한 V 자를 그리며 만곡되어 중앙에 디지털 LED 패널을 배치시켰다.
본 패널에 모드전환, 파워, 뮤트의 세 개 버튼이 위치하는데, 좌측의 모드 전환스위치로 삼극관-사극관 모드 전환이 가능하며, 삼극관 모드가 되면 출력이 절반인 400와트로 변경된다. 물론 음의 뉘앙스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 버전 2 모델에서는 진공관 별로 남은 수명시간을 모니터할 수 있다. 뒷면은 중앙부에 있는 방열판을 중심으로 셀렉터와 터미널이 상하로 분리되어 배치되어 있는데, 스크린 및 플레이트 퓨즈, 밸런스-언밸런스 셀렉터, 위상 셀렉터, 12V 트리거, RS232 출력, 그리고 스피커 터미널 등이 위치하고 있다. 스피커 터미널을 섀시 중앙에 배치하게 되어 무거운 케이블의 경우 터미널 접속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전술했듯이, 설계 사상에 있어 홈시어터로 대별되는 밀레니엄 사운드의 성향을 반영하고 있는 대출력 진공관앰프라서 소위 진공관과 하이엔드 솔리드의 장점을 겸비하고 있다. 즉, 정교함과 파워를 동시에 지향하고 있어서 스피커를 무대에서 사라지게 하고 민첩한 동작과 더불어 다이나믹 특성이 뛰어난 성향을 가진 앰프이다. 사운드에 대해서는 잠시 후 다시 상술하기로 한다.
하이엔드 스피커의 표상 – 윌슨 오디오 ‘맥스’ - 세 번째 이야기
윌슨오디오의 제품들이 항상 그렇지만, 맥스의 세 번째 버전은 적지 않은 변경을 거쳤다. 한 세대가 지나도록 라인업별로 그 정교하고 끊이지 않는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경의를 표할 따름이다. 본 제품에는 ‘스페셜티스’라는 서브 타이틀이 붙어 있다. 윌슨 오디오의 상위 두 개 모델 ‘알렉산드리아’와 ‘맥스’ 두 기종에만 붙이는 특제품의 타이틀이다. 본 제품으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꽤 큰 변화를 가져왔는데, 그로 인해 가격이 45,000불에서 68,000불로 대거 상승한, 거의 다른 제품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첫 번째 큰 변화는 원래 두 개의 캐비닛으로 구성된 기존 모델에서 상단 캐비닛을 두 개로 다시 분리시켜 전체 3개의 캐비닛으로 구성시킨 부분이다. 이는 단순히 체임버를 분리시키는 문제뿐 아니라, 윌슨오디오 특유의 APD(Adjustable Propagation Delay)모듈을 1단에서 2단으로 세분화시키는 작업을 수반하는 것이라서 청취자와의 거리 및 경사와 위치를 산정해야 하는 좀더 정교한 세팅을 요하게 되었다. 물론, 그 결과로 얻어지는 건 보다 뛰어난 스테이징과 포커싱이 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인클로저의 사이즈에 크고 작은 변화가 있는데, 키가 10센티 이상 더 커진 반면, 폭은 좁아졌으며 전후간 깊이도 줄어 있다. 다양한 라인업의 개발에 따른 시너지를 얻는 윌슨오디오의 정책대로 본 제품 또한 2007년에 발표한 ‘알렉산드리아 X-2’에 적용된 기술을 내려 받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알렉산드리아에 적용된 스캔스픽의 7인치 미드레인지를 두 개 사용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13인치, 11인치의 포컬제 우퍼를 사용해서 대역을 중첩시킨 방식은 기존 버전 2와 동일하다. 특히 알렉산드리아 X-2에 적용된 캐비닛 방식에 따라 새롭게 설계된 미드레인지 네트워크는 강화 설계된 베이스 모듈내에 독립 수납시켰다.
프론트 배플 또한 기존 고무재질의 배플 대신 새로 설계한 파이버 재질로 제작되어있다. 본 섬유재질은 캐비닛 내부의 도장에도 사용되었다. 측면의 가이드 라인 또한 앞쪽으로 가면서 낮아지도록 변경되어 있다. 한 가지, 윌슨오디오 측에 의하면 스펙상으로는 맥스 2보다 능률이 1dB 낮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 ‘버전 3’ 모델이 기존 제품보다 구동이 쉬워 앰프를 덜 먹는다고 소개하고 있다. 기타 맥스 3의 스펙과 일반적인 제품 특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소개되어있고 타 라인업 제품들과 공유되고 있는 바, 별도 설명을 생략하기로 한다. 환기시키는 바, 우리의 관심사는 전체 슈퍼 시스템에 대한 부분이다.

시청모델은 부가티 블루 버전인데, 윌슨오디오의 스피커들에게는 다양한 커버리지의 앰프들이 존재한다. 국내외 시연시의 경우를 살펴보면, 마크레빈슨과 첼로를 위시해서 스펙트럴, 할크로, 캐리, 콘라드 존슨, BAT, 자디스에 이르기까지, 특별한 기획전을 단서로 하지 않는다면 사실 정형화된 조합이란 게 없을 정도로 천의 얼굴을 가진 스피커브랜드가 윌슨이다. VTL과의 조합이 다소 특별한 경우가 되는 것은, 윌슨오디오에서 알렉산드리아 X-2의 테스트 시 자사 시청실에서 본 지그프리드와 VTL7.5 조합으로 세팅해서 시청을 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필자는 이전 맥스 2에 대한 좋은 시청 기억이 있어, 본 시청의 결과가 어떻게 들릴 지 매우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VTL 과의 조합이 그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 지 찾아내는 일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마침, DAC 비교시청 세션이 있어서 꽤 오랜 시간 이 시스템의 소리를 파악 시간을 들일 수 있었다.
잠시 초호화 시스템의 조건을 환기시켜 보기로 한다. 우선, 전천후의 여유로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클래식 음악에 특화된 시스템이 상급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클래식 대소편성은 물론, 재즈, 록음악, 소녀시대까지 원래 녹음된 소스의 스타일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그 장르에 맞게 카멜레온처럼 변신할 수 있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그리고, 기기 자체의 완성도와 만족감이 높아야 한다. 마치 새로 산 자동차처럼 매일 닦고 옆에서 자고 싶고 그림을 그리고 옷을 해 입히고 싶은 정도의 애착이 생기는 매력 있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이 시스템은 가히 그 정도의 매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다. 자칫 접근이 두려워질 정도로, 시간이 갈수록 청각적으로는 존재감이 점차 사라져 가고, 시각적으로는 또렷해지는 묘한 공감각적 흡인력이 있다.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호쾌함이 있었고, 끝에서 끝을 오가는 광활함과 그 속에서 마치 수풀을 뛰쳐나오는 자객들처럼 순간 번쩍이면서 쇄도하다가 어느 새 사라져가는 광대무변의 드라마가 시청 내내 펼쳐지곤 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안정적인 느낌이었다. 대형 리무진의 움직임처럼 풍요로운 스트록의 느낌이 시청자를 유쾌하게 만들어 준다. 고속주행이 되어도 충돌이 두렵거나 떨어질 것 같은 걱정이 거의 없는 그런 여유 넘치는 드라이빙이다. 하지만, 답답하다는 느낌 없이 민첩하다는 점이 시청자를 놀라게 한다. 한편, 어느 곡에서도 특정 대역이 부스팅 되어있다거나 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마음을 먹고 찾아보려 해도 딱히 지적할 곳이 없었다. 이 넓은 대역을 펼치면서도 불규칙한 곳이 없는 잘 다져놓은 페어웨이의 느낌, 참으로 안정적인 밸런스이다.

폴 아웃 보이의 ‘Thanks For The Memories’의 현악 인트로에서부터 베이스 드럼이 시작될 때까지의 긴박함을 이렇게 큰 스케일의 전율로 느껴보긴 처음이다. 뭐랄까 좀더 심각한 일이 곧 일어날 것 같은 집중력 있는 앰비언스 속으로 시청자를 몰입시킨다. 거대한 스트록이 다이나믹스에 실려 순식간에 날아와서 피할 곳이 없이 꼼짝을 할 수가 없다. 컴팩트한 보컬의 사이징과 무대를 가득 채우는 스테이징이 좋은 대비를 이루며 정교한 생동감을 연출한다. 큰 스케일로 장악한 무대 위에서 과도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이런 싱싱한 박진감을 연출해주는 시스템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있었다고 해도 지금 눈 앞에서 펼쳐지는 상황과 견줄만한 과거는 없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뛰어난 해상도를 빼놓을 수 없다. 적막 속에서 작은 힘으로 움직이는 팀파니의 울림과 텐션 가득한 하드록 보컬의 괴성에 이르기까지, 무대의 밝고 어두운 상황변화를 정밀하게 그려준다. 대출력과 광대역이 빈틈없이 조화를 이루었을 때 가능한 모습들이 펼쳐진다. 간단히 말해서 소스에 저장한 내용은 다 들려준다고 보면 무리가 없다. 바하의 'B단조 미사' 중 ‘Cum Sancto Spiritu’는 일정한 비율로 확장된 스테이징 속에서 이 녹음에 담긴 정보가 어디까지인지를 리포트하고 있는 듯 하다. 합창단원들이 정밀하게 각각의 자리를 잡고 미세하게 여운을 그려가는 하모닉스와 정밀한 마이크로 다이나믹스, 그리고 에너지가 실리고 물러서는 느낌 등을 실로 낱낱이 들려준다. 약음에서도 선명한 변화포착과 더불어 결코 왜소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건, 지그프리드의 800와트 급 탱크의 위력으로 보인다. 아울러 진공관의 영역에서 가능한, 살집이 있으면서도 투명한 음이 뿌려지는 느낌으로 인해 포커싱이 과도하게 샤프하지 않고 시종 자연스럽다. 이런 특성들로 인해 전반적으로 소위 ‘에어리한’ 분위기가 잘 연출되고 있다.

한편, 이 조합이 들려주는 음색의 매력은 어느 정도일까? 주지하는 바, 윌슨은 영화모니터로 개발된 스피커이다. 종종 미스 매칭으로 인해 부스팅된 베이스를 수습 못하거나 고역에 에너지 과잉 현상이 생겨난 경우를 두고 윌슨 고유의 사운드로 오인하는 사용자도 목격되는 바, 대출력이 어떤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윌슨-VTL 커플은 마치 일체화된 바디처럼 결코 흥분하지 않고 시종 평정심을 잃지 않은 정확한 음색을 들려주었다. 원 소스 이상의 고혹적인 음색을 연출한다거나 하는 이변은 없었다. 에바 캐시디의 ‘Ain’t No Sunshine’을 들어보면 전체 대역에 걸쳐 윤기가 흘러, 시종 이 매끄러움에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적인 음색이다. 이 음색은 과도하게 억제되거나 풀어지지 않은 하모닉스와 조화되어, 일종의 유쾌한 포만감을 만들어 준다. 바하의 'B단조 미사'에서도 포근한 느낌의 재생을 들을 수가 있었다. 밝고 선명하게 낱낱이 들려주면서 소프트한 감촉의 음색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느낌은 해상력이 뛰어난 베이스와 섞이면서 전반적으로 단정하고 단아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VTL ‘레퍼런스’ 지그프리드와 윌슨오디오 ‘스페셜티’ 맥스 3 가 들려주는 사운드는 시청 시간이 지나서도 많은 영감을 떠올리게 한다. 광풍처럼 호쾌한 드라이빙과 풍요로움, 그리고 그 속을 가득 채우는 실낱 같은 정밀함이 살아 숨쉬는 생명체의 느낌의 조합이라는 말로 설명을 일괄하고자 한다. 거대한 물결 같은 틀을 하고 있지만 그 속은 정밀하게 들어차 있고, 달관의 지경과도 같은 여유로운 표현은 봄엔 따뜻하고 가을엔 선선한, 있는 그대로의 다양한 표정과 기분을 눈 앞에 펼쳐주었다. 시청자를 내려다 보는 다부진 모습의 매끈한 바디를 가진 맥스 3가 주는 신뢰감, 그리고 사운드의 브레인을 연상케 하는 두 개의 탑 지그프리드를 보는 즐거움도 크다. 한 가지, 본 제품의 이번 시청은 바퀴를 단 상태로 진행되었는데, 스파이크로 교체하면 어떤 소리를 들려줄 지 궁금하다. 그리고 실제로 검증해볼 수는 없지만,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의 특성상 천정이 좀더 높다면 이 조합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초인적인 시스템은 가히 ‘슈퍼 시스템’이란 이름이 잘 어울린다. 이 거대한 흥분의 도가니를 소유할 수 있다면 초인이 될 것만 같다.
MAXX series3 Reference Loudspeaker Specification |
Enclosure Type Woofer |
Rear Ported |
Enclosure Type Midrange |
Rear Ported |
Enclosure Type Tweeter |
Sealed |
Woofers |
One - 13 inch, (33.02 cm) One - 10.5 inch, (26.67 cm) |
Midrange |
Two - 7 inch (17.78 cm) |
Tweeter |
One - 1 inch inverted dome (2.54 cm) |
Sensitivity |
91 dB @ 1 watt @ 1m @1 kHz |
Nominal Impedance |
4 ohms/minimum 2.9 ohms @ 24 Hz |
Minimum Amplifier Power |
20 Watts per channel |
Frequency Response |
+/-3 dB 20 Hz - 22.5 kHz Room Average Response |
Overall Dimensions |
Height - 68 inches, (172 cm) with spikes Width - 16 1/4 inches, (41.28 cm) Depth - 24 1/4 inches, (61.60 cm) |
Approx. System Weight Per Channel |
420 lbs each (190.5 kg) |
Total Approx. Shipping Weight |
1190 lbs (540 kg) |
Siegfried Reference Mono Amplifier Specification |
진공관 구성 |
1 x 12AT7, 2 x 6350, 12 x 6550C |
파워출력: 20Hz-25KHz +-0.1dB <1.5% THD (stable to 2 ohms) |
Into 4 ohms Tetrode 800W, Triode 400W Into 8 ohms Tetrode 600W, Triode 300W |
최소주파수응답 (< 0.2% THD @ 1W) |
1 Hz – 75KHz - 3dB |
입력단자 |
Balanced XLR, Single ended RCA |
출력단자 |
Binding post (1pair vtl custom 5 way) |
출력동작 |
Class AB1 |
최적 로드 셋팅 |
5 ohms |
Input Sensitivity for Full Output |
1 Volt |
입력임피던스 |
50K Ohms |
소비 전력 |
Idle 480W Full Power 1300W |
신호대 잡음비 |
> 100 dB |
규격 |
11.5" x 25" x 27" / 29 x 63 x 65 cm |
중량 |
Net : 175 lbs / 80 Kg |